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각국 정부와 기업, 국제기구,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와 사회 문제를 논의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WEF는 보통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차총회를 열어 '다보스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71년 클라우스 슈바프가 비영리 재단으로 설립한 WEF는 2014년 12월 국제기관의 지위를 정한 스위스 법률에 따라 스위스 연방정부로부터 '기타 국제기구'로 인정받았고, 2015년 1월에는 WEF의 스위스 내 지위를 확인하는 협정을 맺었다. 민간 재단이면서도 정부와 기업을 잇는 국제적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다보스 포럼이 매년 주목받는 것은 각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과 기업 경영자가 같은 주제를 놓고 직접 만나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을 주제로 열린 제56차 포럼에는 약 130개국에서 3,000명 가까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국가 정상 약 65명을 포함한 정치 지도자가 약 400명으로, 정치 지도자 참석 규모로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각국의 정책을 정하는 사람과 기업 경영자가 같은 주제를 놓고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다보스 포럼은 매년 주목받는다.
WEF는 포럼 논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도 내놓는다. 다보스 포럼에 앞서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2026년 1월 나온 21번째 보고서는 정부, 기업, 학계, 국제기구, 시민사회의 지도자와 전문가 1,300명 이상에게 앞으로 세계를 위협할 위험을 물어 정리했다. 응답자의 18%가 2026년 세계적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으로 꼽은 것은 '지경학적 대립'이다. 나라들이 관세, 제재, 투자 제한 같은 경제 수단으로 서로 압박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위험은 앞으로 2년간의 피해 규모를 평가한 순위에서도 지난해보다 8계단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10년 뒤를 내다본 순위에서는 '극한 기상'이 1위를 지켰고, 상위 10개 위험 가운데 절반이 환경 위험이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나라 간 경제 갈등이, 먼 미래에는 기후와 자연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힌 셈이다.
WEF가 제시하는 기준은 ESG 공시로도 이어진다. 2020년 9월 WEF는 세계 주요 기업 경영자 모임인 국제비즈니스위원회(International Business Council, IBC), 4대 회계법인(딜로이트, EY, KPMG, PwC)과 함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지표'를 발표했다. 기존 공시 기준 가운데 공통으로 쓸 만한 항목을 골라 핵심 지표 21개와 확장 지표 34개로 정리하고, 이를 거버넌스 원칙, 지구, 사람, 번영의 네 분야로 나눴다. 기업마다 제각각이던 ESG 공개 기준을 기업 스스로 하나로 모으려 한 시도로, 2021년 9월 기준 50곳 이상의 기업이 이 지표를 연차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반영했다.
WEF는 결정을 내리는 기구라기보다 의제를 설정하는 기구에 가깝다. 다보스 포럼이 정부와 기업이 마주 앉는 논의의 장을 만들고, 보고서와 지표가 무엇을 위험으로 보고 무엇을 공시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다만 포럼에서 오간 논의에는 구속력이 없어, WEF의 영향력은 참석한 정부와 기업이 그 논의를 실제 정책과 경영에 얼마나 옮기느냐로 가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