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부처와 그 목표를 실현할 전력 정책을 쥔 부처는 오랫동안 따로 있었다. 환경부가 감축량을 제시하면 발전원 구성과 설비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결정하는 구조였다. 2025년 10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이 둘을 한 부처로 합친 결과다.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넘겨받으면서, 목표 설정과 이행 수단을 같은 부처가 다루게 됐다.

기후부 출범 1년의 기록은 세 영역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감축 목표를 법에 담고 배출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 영역, 그 제도를 실제 발전설비 증가로 옮겨야 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영역, 그리고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어떤 발전원으로 채울지 정하는 계획 영역이다. 앞의 둘은 지난 1년의 결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세 번째는 마련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27년 예산안에서 드러난다. 기후부의 2년차를 가늠해 볼 지점도 여기에 있다.

목표는 법에, 탄소에는 가격을

가장 빠르게 진전된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제도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하 NDC)는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스스로 정해 유엔에 제출하는 감축 약속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에서 61%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2031년 이후의 목표가 비어 있다는 점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미 지적된 사안이었다. 국회는 2026년 8월 26일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2040년 69%에서 80%, 2045년 84%에서 90% 감축 범위를 법률에 담았다. 결정이 나온 지 2년 만에 2050년 탄소중립까지의 경로가 처음으로 법에 연결된 셈이다.

탄소 가격도 움직였다. 배출권거래제(Emissions Trading Scheme, 이하 ETS)는 기업에 배출 허용량을 나눠주고 남거나 모자란 양을 사고팔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2025년까지 발전사가 받는 배출권의 10%만 돈을 내고 사도록 했지만, 이 비율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지금처럼 무상으로 받되, 온실가스를 많이 내보내는 발전사일수록 유상으로 사야 할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기후부는 배출권 가격이 2025년 11월 톤당 약 1만 원에서 2026년 9월 말 약 3만 원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격 신호는 수송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2026년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3.2%를 기록했다. 목표를 법으로 정하고 배출에 비용을 매기는 작업에서는 1년 만에 눈에 띄는 진전이 있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2025년 9월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력 분야 토론회 © 기후에너지환경부]

40GW와 100GW 사이, 재생에너지 설비는 지금

제도 변화가 실제 설비 증가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100GW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026년 10월 1일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설비가 목표의 4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총량 확대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남은 60GW가량을 채우려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5GW를 늘려야 한다. 김 장관은 2027년부터 태양광을 중심으로 연 10GW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보급량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까지 올라설지는 지켜봐야 한다.

기후부는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도 손봤다.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이하 RPS)는 대형 발전사업자에게 공급 전력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의무를 지우는 방식이다. 기후부는 이를 설비 보급과 경쟁입찰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 2027년부터 새 제도를 시행한다. 전력 공급이 몰리는 시간에 출력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유연 접속제도도 확대한다. 정부는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 활용과 접속용량 재배분 등을 더해, 2030년 송전망의 재생에너지 수용능력을 기존 계획의 119GW에서 171GW로 늘릴 계획이다. 다만 제도 개편과 수용능력 확대가 실제 발전설비 증가로 옮겨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2026년 5월 준공된 전남 운남에서 신안, 읍동으로 이어지는 154킬로볼트 송전망.
[2026년 5월 준공된 전남 운남에서 신안, 읍동으로 이어지는 154kV 송전망. 재생에너지 전력을 실어 나를 전력망 확충이 보급 속도를 좌우한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감축 실적과도 맞물려 있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중동 지역 분쟁의 영향으로 일부 석탄발전소 가동이 늘어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출범 이후 1년치 배출량을 따로 집계한 공식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에너지 가격과 수급 여건이 달라져도 감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 전력망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하다.

2년차의 답은 전기본에

2026년 8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토론회에서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에서는 2040년 최대전력수요가 2026년 4월 전망보다 약 27GW 높게 제시됐다.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 수요를 반영한 결과다. 추가 공급이 확정된 용량이 아니라 앞으로 대비해야 할 수요의 증가분이다. 늘어나는 수요를 어떤 발전원으로 충당하느냐에 따라 감축 경로도 달라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의 부담은 앞으로 더 무거워진다.

2040년 최대전력 전망
[2026년 4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개토론회에서 발표된 2040년 최대전력 전망. 기준 시나리오 131.8GW, 상향 시나리오 138.2GW ⓒ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회]

재생에너지와 석탄의 향방은 전기본에서 정해진다. 전기본은 향후 15년의 전력 수요와 발전원 구성을 결정하는 법정 계획이다. 기후부는 정부안 마련을 당초 10월로 잡았으나 원전의 역할에 대한 공론화로 2개월에서 3개월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 60기를 2040년까지 발전시장에서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일부를 비상용 안보전원으로 보존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는 만큼, 폐지 시점과 대체 전원은 최종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2027년 예산안에는 2년차의 무게중심이 드러난다. 총액은 25조7,319억 원으로 2026년보다 18.3%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에너지 대전환 분야가 112% 늘어 전체 증가분의 72.4%를 차지했고, 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예산도 133% 증액됐다. 예산이 실제 설비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2년차의 핵심 확인 지점인 이유다. 반면 기후재난 대응 분야는 같은 기간 0.8% 늘어나는 데 그쳐, 재정 배분의 균형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함께 따져볼 대목으로 남아있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