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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획과 인터뷰. 하루를 여는 한 잔의 이야기.

'비콥(B Corp) 인증'이란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환경적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에게 부여하는 글로벌 인증이자 기업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 160여 개 산업에서 1만 900개 이상의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토스뱅크, 법무법인 디엘지, 임팩트스퀘어 등 30여 개 기업이 비콥 인증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비콥 인증을 운영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비랩(B Lab)'은 2025년 4월 새롭게 개정된 인증표준을 공개했다. 새로운 표준은 2026년 3월부터 신규 인증 기업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비랩 창립 이래 일곱 번째 표준 개정이자 19년 만의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비랩은 기업이 지속적인 개선과 공동체적 노력에 중심을 두는 '구조적인 변화(System Change)'로 이번 표준 변화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비랩의 한국 파트너 기관인 비랩코리아는 지난 6월 29일 새로운 인증 표준을 국내 기업 담당자들에게 소개하는 '비콥 인증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개정된 비콥 인증 평가 방식, 항목의 세부 내용과 의미로 구성됐다.[설명회에서 비콥 인증에 대해 설명하는 비랩코리아 정태은 사무국장 © ESG.ONL]7개 영역 모든 영역 통과해야 인증받는다이번 인증 표준 개정의 핵심은 기존의 종합 점수 합산 방식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에는 환경 등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으면 지배구조나 노동환경 등 다른 분야의 부족한 성과를 보완해 종합 점수로 인증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표준에서는 이러한 상쇄 효과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목적 및 이해관계자 지배구조 ▲공정한 노동 ▲정의·형평성·다양성 및 포용성(JEDI) ▲인권 ▲기후 행동 ▲환경 관리 및 순환 ▲대정부관계 및 집단 행동과 같은 7개 임팩트 주제 각각에서 하위 세부 성과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한 영역의 성과로 다른 영역의 공백을 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새롭게 개정된 비콥 인증표준 7가지 임팩트 주제 © 비랩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7개 주제 중 핵심적인 주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기업의 목적 및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는 정의된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사회·환경적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요구한다. '공정한 노동 영역'은 양질의 일자리와 공정한 임금 관행, 근로자 피드백의 의사결정 반영을 다룬다. '기후 행동' 영역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데 기여하는 계획 수립을 요구하며, 대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및 과학 기반 목표(Science Based Targets, SBT)까지 포함한다. '대정부관계 및 집합적 행동 영역'은 기업이 시스템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집단으로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대응을 넘어, 실질 행동을 향해이번 개정의 배경은 규제환경이다. 새로운 표준은 2026년 9월 발효 예정인 EU의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Directive)'을 준수하여 개발되었다. 해당 규제는 기업이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허위 광고와 같은 그린워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비랩은 그린워싱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표준을 통해 기업이 규제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환경문제에 실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은 이후에도 평가 시기마다 표준 준수 여부와 개선 사항을 입증해야 한다. [비콥 인증의 새로운 표준에 대해 설명 중인 빌리 하나피(Billy Hanafee) 비랩 글로벌 인증 운영 전략 리드 © ESG.ONL]비콥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엄격해진 성과 기준이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력과 예산이 제한된 기업일수록 7개 영역 전반에서 기준을 평가하고, 충족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에는 이러한 애로사항을 반영해, 기업이 충족해야 하는 세부요건을 규모와 산업분야에 따라 최소 20개에서 최대 124개까지 달라졌다. 대기업에는 더 많은 요건이, 중소기업에는 기본적인 수준의 요건이 먼저 적용되는 구조다. 비콥 인증을 기업의 '건강검진'에 비유한다면, 이번 개정은 검진항목이 늘어났지만 검진항목 적용은 기업 체급에 맞춰 조정가능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표준은 비콥 인증 기업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B 임팩트 평가(B Impact Assessment)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임팩트 성과를 측정해 볼 수 있다. B 임팩트 평가란 비랩이 제공하는 기업의 사회·환경적 임팩트 측정 도구로 지배구조, 기업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 등 총 5가지 분야별 기업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한다.최근 ESG 경영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 기업의 비콥 인증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비랩도 인증표준을 정비하고 있다. 인증이 강화되는 만큼 비콥 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해외사업 확장이나 투자 유치에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설명회에서 비콥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IT 벤처기업 이큐포올은 북미 시장에서 비콥 인증 기업임을 내세워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었다”며 실질적인 경영 검증도구로서 비콥 인증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비콥 인증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인증이 가진 신뢰의 무게도 달라졌다. 7개 영역 모두에서 책임을 증명하고, 평가 시기마다 그 이행을 꾸준히 확인받는 기업들이 비콥 인증이 통과점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임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by Editor L

한국거래소가 5월 21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의 정기변경을 확정했고 그 결과는 지난 6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됐다. 이번 변경으로 20개 종목 편입, 19개 편출로 지수 출범 약 2년 만에 구성 종목 100개 전체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으로 채워졌다. 이번 정기변경의 핵심은 숫자 교체 자체보다 지수 운영 기조의 전환에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2024년 9월 최초 발표 당시 구성 종목 중 공시 기업이 단 7개에 불과했다. 이후 2024년 12월 25%, 2025년 6월 61%로 공시 비중이 꾸준히 확대됐으며, 이번 조정으로 100%에 도달했다.[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편출 종목 © 한국거래소]공시 이행 여부, 종목의 명암을 가르다이번 정기변경은 한국거래소가 예고한 단계별 운영 계획의 최종 단계인 '3단계' 조치다. 2024년 시작된 운영 1단계 계획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특례편입을 부여, 2년간 지수에 편입된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수 참여를 유도했다. 이듬해 추진된 2단계 운영부터는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표창을 받은 기업에 특례편입을 적용했으며, 공시 이행 기업에는 심사 기준 완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기존 편입 기업 중 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는 시장 평가와 시가 총액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페널티를 부여했다. 이번 달 적용된 3단계는 공시를 이행한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하며, 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지수에서 우선적으로 제외될 수 있다.이러한 방향성으로 이번 정기변경에서 업종별 실적 흐름과 공시 이행 여부가 종목의 명암을 갈랐다. 산업재 부문에는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조선 및 전력 인프라 주요 기업들이 상당수 편입됐다. 정보기술 부문에는 SK스퀘어와 테스, 필수 소비재 부문에는 에이피알, 헬스케어 부문은 케어젠, 금융 부문은 NH투자증권 등 총 20개 종목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최근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던 현대로템과 효성중공업, 포스코DX, 풍산 등 대형 산업재 및 정보기술 기업들은 지수에서 빠졌다. 실적 지표가 양호한 기업이라도 공시 없이는 지수에 남기 어렵다는 신호가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된 셈이다.종목 수 99개에서 100개로, 시총 비중 54.6%로 확대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수는 지난해 12월 HD현대인프라코어가 피흡수합병됨에 따라 99개로 감소했으나, 이번 정기변경을 통해 100개로 재조정됐다. 정기변경 완료 후 코스피,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대비 지수 구성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약 54.6%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조선, 방산, IT 등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의 핵심 기업들이 대거 편입된 결과로 지수의 시장 대표성이 한층 넓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ETF 구성 자산에도 이번 변경 내용이 자동 반영된다. 2026년 3월 말 기준 13개 밸류업 ETF의 순자산총액은 2조 6,000억 원으로, 최초 설정 시 대비 439.4% 증가했다. 이번 재편으로 조선 및 인프라 종목의 비중이 확대되고 일부 소비재 및 헬스케어 종목은 비중 축소가 뒤따를 전망에 따라 ETF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도 주목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수 산출 개시일인 2024년 9월 30일 이후 코스피 상승률을 31.8%포인트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 유입을 견인해 왔다. [코리아 밸류업 기업공시 현황 © 한국거래소 KIND]세제 혜택 요건으로 가속화된 공시 참여단계별 운영 계획 외에 이번 재편이 시행되는 또 다른 배경에는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흐름이 자리한다. 2025년 12월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며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기업의 주식 배당소득에 대해 기존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는 분리과세가 도입되었다. 개정 이후 배당소득 과세특례 혜택을 받으려는 고배당 기업은 공시가 의무 사항이 되었다. 금융소득 2,000만 원 이하 개인 주주는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낮아졌고, 기업은 총주주환원 규모가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늘어나면 초과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이 같은 세제 인센티브가 기업 공시 참여의 결정적 동인이 됐다. 2026년 3월 한 달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신규 공시한 기업은 총 409개사로, 이 중 405개사가 고배당 기업에 해당했다. 누적 공시 상장사는 총 590개사로 코스피 307개사, 코스닥 283개사로 집계됐다. 2월 말 181개사에서 한 달 만에 590개사로 급증한 수치다. 고배당 기업의 세제 혜택 요건이 공시 의무와 연동되면서, 밸류업 공시가 자본시장의 필수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본공시 기업수 누적 추이 © 한국거래소 '월간 기업가치 제고 현황']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할 방침"이라며 "단계별 운영 계획에 따라 지수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0% 공시 체제라는 형식적 목표는 달성됐지만, 공시의 완결이 기업가치의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 공시 내용의 충실도와 계획 이행의 추적 가능성, 주주환원 실적과의 연동 여부 등 질적 기준에 대한 요구가 다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재편을 계기로 상장사들의 추가 공시 참여가 늘어날지, 기존 공시 기업들이 약속을 얼마나 이행하는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by Editor L

ESG가 기업 가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논거는 이제 이론의 영역을 넘어섰다. 주가 데이터는 냉정하다. ESG를 전략의 핵심으로 내재화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상승하고, 이를 말로만 내세우거나 역행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결과로 시장의 혹독한 심판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투자 요인으로 고려하기 시작하며 ESG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ESG가 프리미엄이 되다ESG의 대표적인 기업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이미 탄소 중립을 달성했고, 2030년까지 탄소 흡수량이 배출량을 초과하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사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이하 MSCI)로부터 ESG 등급 최고 수준인 AAA를 지속적으로 획득하며 2023~2024년 기준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 상위 7% 안에 이름을 올렸다. MSCI의 연구에 따르면 ESG 최상위 기업과 최하위 기업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기자본 비용 격차가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성장주'로 평가받으며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경험하고 있다. 결과로 경쟁사 대비 훨씬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낮은 자본 조달 비용으로 혜택을 누려왔다. 2020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S&P500 지수 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했는데, 이는 AI 사업 확장과 ESG 경영이라는 복합적인 요소가 시너지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마이크로소프트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 전략 ©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BP, 캠페인의 언어와 달랐던 투자 구조반대로 ESG 경영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그 파장은 긍정사례보다 훨씬 컸다. 영국 석유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 이하 BP)은 2000년 리브랜딩 캠페인과 함께 사명을 지금의 BP로 변경했다. 해당 캠페인에서 BP는 '석유를 넘어(Beyond Petroleum)'라는 슬로건과 초록빛 로고를 도입하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비슷한 시기에 BP는 석유 채굴 영역 확장을 위해 미국의 석유회사인 아르코(Atlantic Richfield Company, ARCO)를 26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2010년,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BP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 이미지는 순식간에 붕괴됐다.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로 침몰하면서 원유가 유출되었다. 유출은 87일간 지속됐고, 11명 사망이라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겼다. 사고 직후 BP의 주가는 수개월에 걸쳐 약 50% 폭락했다. ESG를 앞세웠지만 실질 투자는 뒷받침되지 않았던 '이미지 ESG'의 결말이었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BP는 2025년 초 청정에너지 투자를 50억 달러 이상 삭감하고, 화석연료 생산 목표를 60% 향상시키는 '전략적 리셋(Reset BP)'을 발표했다. 스스로 20년 전 과오와의 단절을 선언한 셈이다.[BP 국제 사업 및 기술 센터 © 브로드웨이 말리안(Broadway Malyan,BP 사옥을 설계한 건축회사) 공식 홈페이지]유니레버, ESG 후퇴가 불러온 투자자 신뢰 이탈ESG의 성공과 실패 중간 지점에서 경고를 던지는 사례도 있다. 영국 화장품 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이전 대표 폴 폴먼(Paul Polman)의 재임기인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을 성장 전략으로 추진하며 ESG 경영의 상징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24년 4월에 새로 취임한 하인 슈마허(Hein Schumacher) 대표는 2025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사용을 50% 감축하겠다는 종전의 목표를 2028년까지 40% 감축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유니레버의 ESG 핵심 목표를 대거 철회했다.외부에서는 이러한 전략 변화를 주주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니레버의 주가는 2019년 고점 이후 장기 약세를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유니레버의 ESG 전략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시장은 단순히 ESG 수행 여부 뿐 아니라 기업이 내건 약속을 후퇴시키는 행위 자체를 리스크 신호로 읽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유니레버의 2025년 기후 정책 보고서 (Climate Policy Engagement Review) 표지 © 유니레버 홈페이지]주가는 ESG를 어떻게 읽는가세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 논리는 명확하다. 시장은 ESG를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역량의 문제로 판단한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ESG가 사업 전략에 깊이 내재화 되면 낮은 자본 비용과 기관투자자 선호라는 실질적 재무 혜택이 따른다. 반면, BP처럼 ESG를 내세운 캠페인으로 이미지를 쌓고도 실제 투자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거기에 환경 사고까지 겹친다면 쌓아올린 브랜드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유니레버는 신뢰를 한 번 형성한 이후 그것을 거둬들이는 일이 얼마나 값비싼 선택인지를 증명했다. ESG 공시 의무화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지금 시점에 주가 데이터는 이미 ESG가 '착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생존 가능성의 지표'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by Editor L

ESG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진 용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ESG라는 말과 의미를 되새기며 ESG오늘에 접속했다. ESG라는 말이 널리 알려진 오늘이지만 그 유래와 역사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오늘은 ESG의 선구자이자 스승과 같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ESG의 역사를 짚어보자.1950-1990년대 초반 : CSR에서 ESG, 지속가능성으로의 발전ESG의 시작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과 지속가능성 개념의 발전으로 볼 수 있다. CSR 개념은 미국의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Howard Rothmann Bowen)이 1953년에 출간한 저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에 처음 등장했다. 하워드 보웬은 이 책에서 기업인들이 우리 사회의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과 의사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로만 보던 당대의 시각에 비추어 봤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장은 새로웠다. [하워드 보웬 © 일리노이 대학교]1960년대에 들어서는 CSR 연구가 계속되는 동시에 다양한 시민 운동이 일어났다. 1962년, 미국의 해양 생물 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의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출간됐다. 이 책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에 미치는 포괄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었고, 전 세계적으로 대중 환경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베트남 전쟁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레이첼 카슨과 저서 <침묵의 봄> ©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공식 홈페이지/에코리브르 출판사]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ESG 개념의 본격적인 태동이 시작됐다. 1987년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UNEP)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가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the Brundtland Report, 이하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의제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브룬트란트 보고서는 이 의제를 '미래 세대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성 의제는 인류가 경제적인 진전을 지속하며 환경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 전략을 수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 이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각 영역에서 의미 있는 논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원칙을 담은 리우선언의 채택과 함께 세계 3대 환경 협약(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추진되며 ESG E영역의 글로벌 평가 기준이 구축됐다.1990년대 : 존 엘킹턴의 '트리플 보텀 라인' 본격적인 ESG 개념의 등장1990년대 ESG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작가이자 기업인으로 지속가능경영분야의 권위자인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1994년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이하 TBL)개념을 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TBL은 기업 ESG 평가의 토대가 되는 개념으로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재무적 이윤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 요소는 3P(이윤(Profit), 지구(Planet), 사람(People))로 구성되며 각각 경제적 이익, 환경 영향,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흔히 손익계산서의 가장 아랫줄(Bottom line)에 기업 이윤이 산출되는데, 기업이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 및 환경적 영향까지 최종 순익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TBL의 등장을 기점으로 기업이 이윤 중심의 경영에서 지속가능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존 엘킹턴은 2020년 대에 들어 TBL이 처음 의도와 다르게 단순 회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TBL은 기업 활동이 어떠한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으로 고안됐으나 기업의 비윤리적 활동까지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존 엘킹턴은 2021년 발간한 저서 '그린스완(Green Swan)'을 통해 개별 기업의 평가와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라는 전 인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존 엘킹턴과 저서 <그린 스완> © 보드인텔리전스(Board Intelligence)공식 홈페이지/ 더난 출판사]2000년대 : 코피 아난의 <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 보고서에서 공식 용어로 처음 등장한 ESG 드디어 2000년대에 들어 ESG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ited Nations Global Compact, 이하 UNGC)가 발표한 보고서 '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Who Cares Wins)'에서 ESG는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다. UNGC 창설, 이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한 당시 UN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tta Annan)은 55개 금융기업의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한 지침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20대 금융기관과 함께 만든 보고서는 재무분석, 자산 관리, 주식거래에 ESG 의제들을 통합하기 위한 금융업계의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그리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반드시 ESG를 고려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코피 아난 © UN]이후 2006년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이하 PRI)이 출범했다. PRI는 투자자가 기업 투자 결정 과정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인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유엔의 지원하에 설립된 국제적인 행동 지침이다. PRI는 ESG의 전 세계적 확산을 이끈 중요한 촉매 역할을 했으며 2024년 기준 5,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PRI에 서명했다. 한국 역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과 기업들이 PRI에 가입되어 있다.2020년대 :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 ESG가 기업의 필수 경영 전략이 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대표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자신이 투자한 회사 경영진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ESG를 글로벌 기업의 필수 경영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래리 핑크는 이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의 투자금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기업들에게 '넷제로'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할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한때 ESG 경영의 아버지로 불렸던 래리 핑크는 2023년 돌연 ESG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SG가 극단적 정치인들에 의해 무기화가 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래리 핑크는 ESG 용어 대신 '전환기 투자(Transition Investing)'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ESG 활동 자체는 계속 펼쳐 나갈 것이라고도 전했다. 2024년에는 자산운용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GIP)를 인수한 래리 핑크는, 재생에너지 및 AI, 탈탄소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래리 핑크 © 블랙록 공식 홈페이지]ESG의 역사와 그 개념의 정의는 단순히 한 사람이나 기관이 만들고, 지켜온 것이 아니다. 많은 국가와 기업, 국제기구의 노력,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각 영역에서의 변화가 이끈 패러다임이다. 그 역사와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돌아보며 ESG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by Editor L

'에너지 전환'이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를 태양광·풍력·수소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장기적 구조 이동을 뜻한다. 요즘 주목받는 에너지 전환 기업 GE버노바(GE Vernova)는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이하 GE)의 에너지 부문이 2024년 독립 분사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가스 발전 장비, 풍력 터빈, 원자력·수력 발전 설비, 전기화 소프트웨어까지 발전과 송배전 전 영역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뉴욕증시에서 GE버노바의 주가가 하루 만에 13%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은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93억 달러를 기록했다. GE버노바의 성장은 에너지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가 가스 발전과 전력망 장비 수주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탈탄소 전환 과정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투자자와 산업계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전력 변환 및 송전 기술의 핵심 기지인 GE 버노바 영국 사업장 전경 © GE버노바 공식홈페이지]AI가 만든 에너지 전환의 역설 에너지 전환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일, 즉 전환 과정 자체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놓는다. 세계 에너지 전환 시장은 2024년 기준 3조 8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연평균 10.3%의 성장률로 2030년에는 5조 5,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이 시장이 지금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AI의 역설' 때문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상황에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날씨에 의존하는 에너지원은 24시간 수백 메가와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발전 용량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AI 혁명이 재생에너지 전환 수요와 함께 에너지 발전 인프라의 수요도 동시에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만들어낸 배경이다.[전력의 95%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아마존 데이터센터 © 아마존 뉴스(Amazon News)공식 홈페이지]GE버노바와 지멘스, 에너지 전환 기업의 동반 질주 에너지 전환 기업들이 실제로 담당하는 영역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발전, 전력망, 그리고 재생에너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영역이 AI 수요 급증이라는 하나의 동력 아래 동시에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뜨거운 곳은 가스발전 장비 시장이다. GE버노바는 2024년 GE에서 독립 분사한 이후 가스 발전 장비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2026년 1분기 파워 부문에서만 100억 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한 계약이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역시 올 2월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세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동반 수혜는 현재 가스발전 장비 시장이 이른바 '판매자 시장'으로 전환됐음을 보여 준다. 설비 수주 이후 실제 납품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 계약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가격 책정 주도권도 공급자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장기 목표는 재생에너지 전력망 인프라도 또 하나의 핵심 영역이다. GE버노바는 지난 분기 변압기 전문업체 프로렉 GE(Prolec GE)의 잔여지분 50%를 전량 인수해 전력망 공급 역량을 강화했다. 1분기 전력화 부문에서만 데이터센터 지원 목적의 설비 수주가 24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을 한 분기 만에 돌파한 수치다. 지멘스 에너지도 전력망 사업부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부문은 사뭇 다르다. GE버노바의 풍력부문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 하락했고, 손실 규모도 약 3억 8,200만 달러로 확대됐다. GE버노바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풍력 규제 변화가 사업 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사업이행에는 문제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장기 목표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스발전과 전력망이 성장을 이끄는 구조다. [GE 버노바 풍력터빈 © GE버노바 공식홈페이지]GE버노바는 2027년까지 수주 잔고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목표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GE버노바는 2026년 글로벌 관세 충격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2억 5,000만에서 3억 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공급망 불확실성은 장비 부품 조달과 가격 책정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물음은 기후목표와의 정합성이다. 에너지 전환 기업들이 공언하는 역할은 탄소를 줄여 가는 임시 연결다리 역할이지, 화석연료 사용을 유지하는 역할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수익은 가스 발전 장비에 집중돼 있고, 재생에너지 부문은 아직 손실을 내고 있다. 전환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무게 중심은 여전히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by Editor L

코스피 6,000 시대. 한국 증시가 국제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은 재무적 성과보다 이사회를 향했다. 4월 1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일본·영국·미국 등 각국의 연사들이 반복해서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기업지배구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 이하 ICGN)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를 글로벌 맥락 위에 놓고 진단하는 자리였다. 컨퍼런스에 모인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와 스튜어드십 코드의 진화, 투자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준 을 주요하게 논의했다.[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 공식 포스터 © 한국거래소]숫자가 말하는 밸류업의 성과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한국 증권 시장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평가의 중심에는 2024년 7월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이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이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과 소통 과정을 자발적으로 밟으며 주주가치를 높이고, 그 노력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국내 기업들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시장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2월 상법 개정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 속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코스피는 6,000을 돌파했고, 주주환원이 커지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2024년 9월 출범한 코리아 밸류업 인덱스 공시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 시장의 약 72%에 이른다. 숫자만큼 주목할 변화는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 변화다. 이전에는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이후에만 이사진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이사진이 먼저 연락해 투자자의 시각을 묻는 방식의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개선으로, 기업의 거버넌스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제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적 변화다만 컨퍼런스에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지적됐다. 소수 주주가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사 임기를 분산 조정하거나 이사회 정원 자체를 줄여 소수주주의 후보 추천권을 사실상 차단하는 사례가 거론됐다. 자기주식 처분 시 '경영상 목적'이라는 모호한 근거를 정관에 신설하는 기업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주주환원을 강화하려는 상법 개정 취지와 정반대 방향이라는 지적이었다.독립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역시 풀리지 않은 숙제다. 이사 선임이 통상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형식은 갖추고 있어도 실제로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조차 그 간극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깊다. 제도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채우는 속도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컨퍼런스의 세션들의 공통된 결론이었다.[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 중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혁: 오늘의 변화와 내일의 기회' 주제 패널 토론 © ESG.ONL]증시와 공진화하는 투자자의 기준한국 증시도 전에 없던 성장세를 보이는 지금, 우리 증시에 주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핵심은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단순한 주주를 넘어 투자 기업의 경영에 책임 있게 관여하도록 하는 이 민간 자율 규범은 큰 변화 없이 유지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 등 관계부처,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큰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구체적으로 내실화 방안은 올해부터 자산운용사, 연기금부터 우선 점검을 추진하고, 기관투자자 등 이행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발전방향을 담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서명 기관이 매년 실제 활동을 보고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업지배구조 코드 개정 협의안을 이번 컨퍼런스 기간 중 공개하며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도 공시 선진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글로벌 투자자들이 실제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ICGN 참여국들이 이와 같은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한편,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이하 SEC)가 주주 제안 심사에서 손을 떼는 방향으로의 태도변화가 논란이 됐다. 기존 기업의 주주 제안을 주총 안건에서 제외하려 할 때 SEC의 사전 검토를 거쳐야 했지만 2025년부터 SEC는 안건 제외 요청에 대해 실질적 판단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업이 스스로 안건을 제외할 수 있는 재량이 커진 셈으로 ESG 측면에서 주주 제안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연합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작년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옴니버스 패키지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등 지속가능성 규제 적용범위를 축소하고, 공시의무를 완화한다는 우려를 샀다. 기업 대상 규제가 과도하다는 산업계의 반발을 수용한 결과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ESG 공시를 강화하려는 흐름과 약화시키려는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 에서 발표 중인 젠 시슨(Jen Sisson) ICGN CEO © ESG.ONL]투자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준은 그럼에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업이 ESG 위원회를 운영하는지 여부 보다 위원회의 논의가 실제 자본 배분 결정으로 이어지는지, 임원 보수와 성과 평가에 ESG 목표가 반영되어 있는지, 그 결과가 이사회 전체에 보고되고 있는지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지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신설한 영문 ESG 포털은 이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기업을 판단하는 첫 번째 창구로 기능한다. 올해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5월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임원 보수를 기업 성과와 비교 공시해야 한다. 각국 공시기준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가 제시한 글로벌 기준에 점차 맞춰지는 추세다. 이번 컨퍼런스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자본시장은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의 레이더 망 안에 들어있고, 그들이 보는 기준은 숫자를 넘어 구조와 실제로 이동하고 있다.by Editor L

우리는 매일 평균 3~4시간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한다. 드라마를 보고, 예능을 보고, 스포츠 중계를 보며 웃고 울고 시간을 보낸다. 지금껏 그 시간 속에서 즐거움을 전하는 콘텐츠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었다. 다만 기후변화가 더 이상 특정 분야의 이슈가 아닌 지금, 한 가지 질문을 덧붙여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즐기는 이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남은 온실가스는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은 엔터테인먼트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영향력과 확장성을 활용해, 더 많은 시민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지속가능한 즐거움을 위한 기후 공시일반적으로 '정보'는 소비자의 안목을 넓히는 도구가 되고, 이는 다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져 왔다. 우리는 식품을 살 때 영양 성분표를 확인하고, 달걀 껍데기에 찍힌 난각번호를 통해 사육환경과 생산 이력을 살핀다. 옷을 살 때도 원료와 제조국 정보는 기본값에 가깝다. 이런 정보는 소비를 위축시키기보다 선택의 기준을 넓혔고, 어느새 소비자가 제작 및 운영 과정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건 익숙한 관행이 됐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역시 이런 정보가 곁들여진다면, 시청자에게는 '알아두면 흥미로운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다.이 흐름은 이미 스포츠 산업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 축구 클럽 중 일부는 경기장 운영 과정에서의 에너지 사용, 이동에 따른 탄소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여러 구단은 원정 이동 감축과 친환경 경기장 운영, 팬 이동과 연계한 배출 저감 캠페인을 시도 중이며, K리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이는 스포츠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포츠를 더 지속가능하게 즐기기 위한 실험에 가깝다.[100%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 populous]콘텐츠의 '메시지'만큼이나 중요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첫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을 측정·공개하는 기후 공시를 시도한 바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역시 일부 제작물을 중심으로 촬영·제작 과정의 탄소 배출을 산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는 ESG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관리 대상으로 명시하고, 촬영 현장의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역시 제작 현장의 에너지 사용과 이동 감축을 지속가능성 전략의 한 축으로 다루고 있다. 아직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콘텐츠의 '메시지'뿐 아니라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스튜디오 드래곤 지속가능성 보고서 © 스튜디오 드래곤]여기에 더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러한 기후 정보의 '범위'와 '신뢰성'이다. 제작 현장의 물리적 이동뿐만 아니라, 완성된 콘텐츠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 역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화질 스트리밍을 위해 가동되는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까지 투명하게 공개될 때, 엔터테인먼트의 기후 영향력은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수치가 제작사의 자의적인 계산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제작 가이드라인이나 표준화된 산정 툴을 통해 도출된다면, 시청자가 느끼는 정보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기후 정보 공개를 통해 형성될 새로운 문화이러한 기후 정보 공개는 규제나 의무가 아니라, 새로운 실험과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 어떤 제작사는 이동을 줄이는 방식으로, 어떤 제작사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또 어떤 제작사는 불가피한 배출을 다른 방식의 감축 노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작자들 사이에는 '누가 더 창의적으로, 덜 배출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는가'라는 새로운 축의 경쟁이 형성될 수도 있다.시청자에게도 변화는 강요가 아니라 새로운 참여의 형태로 다가온다. 에피소드별 배출량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비교하며, 좋아하는 콘텐츠의 제작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기후 위기를 무겁게 설교하지 않아도, 일상의 대화 주제로 자연스럽게 끌어오는 효과를 낳는다.엔터테인먼트는 사회적 상상력을 만드는 산업이다. 그 상상력에 '기후 정보'라는 한 줄이 더해진다고 해서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누리는 즐거움이 어떤 세계 위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의 기후 정보 공개는, 더 많은 시민이 기후 대응에 간접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초대장에 가깝다.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어떤 결정은 빠르게 자동화로 진행되고, 어떤 판단은 사람 대신 알고리즘의 몫이 된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조직은 빠르고 유연한 대응을 해야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은 '우리는 지금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한다. 이것은 단순한 조직문화의 영역이 아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가, 그러한 지속가능성은 어떤 데이터로 평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는 조직의 건강함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야기하며 '존중'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내건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적인 단어들이 실제 조직의 시스템에 반영되었는지, 아니면 그저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는지는 조직의 일원이 되어 경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조직 내의 다양성이나 포용성은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이었고, 좋은 동료나 리더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인 요소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직의 건강함을 입증하는 일은 막연한 과제였다.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관련 정책: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보고서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조직에 진입하고 누가 이탈하는지, 돌봄의 책임이 특정 구성원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지, 불편함을 관리할 공식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하는지 등의 핵심 데이터는 단순한 인사 통계가 아니다. DEI 보고서를 통해 '존중'과 '포용'이라는 개념이 수치와 구조라는 데이터로 치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데이터는 모호했던 조직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회복탄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역할을 수행한다.[가치 개념의 데이터화 이미지 © Chat GPT]평가를 위한 답변이 아닌 우리만의 기준점물론 지표는 언제나 양날의 검과 같다. 정량화된 데이터는 기업의 성과를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완해야 할 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의 DEI 보고서를 단순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홍보물로만 정의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이다. DEI 보고서의 본질적인 가치는 보고서를 통해 '어떤 기준으로 조직을 설계했는가'를 점검하고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있다. 기업마다 규모와 산업군이 다르므로 정답은 없겠지만, 기업은 DEI 보고서를 보여주기식 위주의 답변으로 채우지 않고 조직만의 기준으로 데이터를 마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이런 맥락에서 러쉬코리아의 '2026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 사례는 흥미롭다. 러쉬코리아는 DEI 보고서에 단기적인 캠페인이나 보여주기식 제도를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 조직을 움직이는 기본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수치와 언어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구성원의 호칭과 근무 방식은 물론, 장애인 고용을 위한 맞춤형 직무 설계와 육아와 돌봄을 바라보는 거버넌스까지- 이 모든 요소는 특정 집단을 위한 일시적인 혜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삶을 인정하는 현실 위에 설계되었다.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 © Lush Korea]특히 '실수를 포용하는 피드백 문화'에서 심리적 안전망을 정량화된 지표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 구성원의 76.8%가 '실수했을 때 비난 대신 개선 중심의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 응답한 수치는 포용의 가치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 체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는 러쉬코리아가 지향해온 무형의 가치를 차분히 기록하고 데이터로 입증해 낸 결과물인 셈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적 토대지금 시대의 기업은 무엇을 성과로 삼는지뿐만 아니라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까지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말이 아닌 '구조'와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DEI 보고서는 단순히 외부의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다. 우리는 DEI 보고서를 통해 조직의 완성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책임있게 나아가고 있는 조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약속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제도에서 증명된다.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