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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획과 인터뷰. 하루를 여는 한 잔의 이야기.

'비콥(B Corp) 인증'이란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환경적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에게 부여하는 글로벌 인증이자 기업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 160여 개 산업에서 1만 900개 이상의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토스뱅크, 법무법인 디엘지, 임팩트스퀘어 등 30여 개 기업이 비콥 인증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비콥 인증을 운영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비랩(B Lab)'은 2025년 4월 새롭게 개정된 인증표준을 공개했다. 새로운 표준은 2026년 3월부터 신규 인증 기업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비랩 창립 이래 일곱 번째 표준 개정이자 19년 만의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비랩은 기업이 지속적인 개선과 공동체적 노력에 중심을 두는 '구조적인 변화(System Change)'로 이번 표준 변화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비랩의 한국 파트너 기관인 비랩코리아는 지난 6월 29일 새로운 인증 표준을 국내 기업 담당자들에게 소개하는 '비콥 인증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개정된 비콥 인증 평가 방식, 항목의 세부 내용과 의미로 구성됐다.[설명회에서 비콥 인증에 대해 설명하는 비랩코리아 정태은 사무국장 © ESG.ONL]7개 영역 모든 영역 통과해야 인증받는다이번 인증 표준 개정의 핵심은 기존의 종합 점수 합산 방식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에는 환경 등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으면 지배구조나 노동환경 등 다른 분야의 부족한 성과를 보완해 종합 점수로 인증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표준에서는 이러한 상쇄 효과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목적 및 이해관계자 지배구조 ▲공정한 노동 ▲정의·형평성·다양성 및 포용성(JEDI) ▲인권 ▲기후 행동 ▲환경 관리 및 순환 ▲대정부관계 및 집단 행동과 같은 7개 임팩트 주제 각각에서 하위 세부 성과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한 영역의 성과로 다른 영역의 공백을 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새롭게 개정된 비콥 인증표준 7가지 임팩트 주제 © 비랩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7개 주제 중 핵심적인 주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기업의 목적 및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는 정의된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사회·환경적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요구한다. '공정한 노동 영역'은 양질의 일자리와 공정한 임금 관행, 근로자 피드백의 의사결정 반영을 다룬다. '기후 행동' 영역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데 기여하는 계획 수립을 요구하며, 대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및 과학 기반 목표(Science Based Targets, SBT)까지 포함한다. '대정부관계 및 집합적 행동 영역'은 기업이 시스템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집단으로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대응을 넘어, 실질 행동을 향해이번 개정의 배경은 규제환경이다. 새로운 표준은 2026년 9월 발효 예정인 EU의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Directive)'을 준수하여 개발되었다. 해당 규제는 기업이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허위 광고와 같은 그린워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비랩은 그린워싱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표준을 통해 기업이 규제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환경문제에 실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은 이후에도 평가 시기마다 표준 준수 여부와 개선 사항을 입증해야 한다. [비콥 인증의 새로운 표준에 대해 설명 중인 빌리 하나피(Billy Hanafee) 비랩 글로벌 인증 운영 전략 리드 © ESG.ONL]비콥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엄격해진 성과 기준이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력과 예산이 제한된 기업일수록 7개 영역 전반에서 기준을 평가하고, 충족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에는 이러한 애로사항을 반영해, 기업이 충족해야 하는 세부요건을 규모와 산업분야에 따라 최소 20개에서 최대 124개까지 달라졌다. 대기업에는 더 많은 요건이, 중소기업에는 기본적인 수준의 요건이 먼저 적용되는 구조다. 비콥 인증을 기업의 '건강검진'에 비유한다면, 이번 개정은 검진항목이 늘어났지만 검진항목 적용은 기업 체급에 맞춰 조정가능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표준은 비콥 인증 기업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B 임팩트 평가(B Impact Assessment)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임팩트 성과를 측정해 볼 수 있다. B 임팩트 평가란 비랩이 제공하는 기업의 사회·환경적 임팩트 측정 도구로 지배구조, 기업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 등 총 5가지 분야별 기업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한다.최근 ESG 경영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 기업의 비콥 인증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비랩도 인증표준을 정비하고 있다. 인증이 강화되는 만큼 비콥 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해외사업 확장이나 투자 유치에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설명회에서 비콥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IT 벤처기업 이큐포올은 북미 시장에서 비콥 인증 기업임을 내세워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었다”며 실질적인 경영 검증도구로서 비콥 인증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비콥 인증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인증이 가진 신뢰의 무게도 달라졌다. 7개 영역 모두에서 책임을 증명하고, 평가 시기마다 그 이행을 꾸준히 확인받는 기업들이 비콥 인증이 통과점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임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by Editor L

2026년 5월 1일, 한국은 처음으로 모든 노동자가 같은 날 쉬는 노동절을 맞이한다. 명칭 복원과 법정공휴일 지정이라는 두 가지 변화는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누가 노동자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변이다.[노동절 관련 게시글 © 고용노동부 인스타그램]1963년, '노동'이라는 단어는 법률에서 지워졌다. 5·16 군사정변 이후 집권한 정부는 노동운동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노동 관련 법제를 재편했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노동' 대신 '근로'를 택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을 뜻한다. 한쪽은 태도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사실을 기술한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성실한 노무 제공을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닿은 선택이었다. 그 명칭이 63년간 유지되어 오다가 2025년 10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었다. 단어 하나가 바뀌었지만 그 단어가 담고 있던 시대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명칭 교체가 아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름에서 그치지 않았다.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공휴일 지정과 함께 달라진 기준도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절에 한해 휴일 대체가 불가하다는 공식 해석을 내놨다. 다른 공휴일과 달리 특별법이 5월 1일이라는 날짜를 직접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에 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수당 지급 또는 서면 합의에 따른 보상휴가 부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규모 기준도 사라져 변화의 체감도 커진다. 노동절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유급휴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노동절 원칙 만큼은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공무원 역시 포함된 이번 노동절 휴무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그러나 이 기준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휴무가 강제되지는 않는다. 이 공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AI 발전에 따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44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존중 입법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하여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에도 힘쓰고 있다. 노동자의 조건에서 노동자의 정의로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헤이마켓 광장에 나왔을 때 핵심 쟁점은 '얼마나 일하느냐'였다. 140년이 지난 지금, 쟁점은 '누가 노동자로 인정받느냐'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노동 현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노동절의 기원이 된 미국 헤이마켓 사건 © 위키피디아 커먼즈 ]글로벌 공급망 실사 기준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휴식권은 투자자들이 열람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정량 지표로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는 이 보고서에도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는 기업이 활용하는 노동력이지만 공시 지표 밖에 존재하는 셈이다.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리스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바이어와 기관투자자들은 공급망을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없던 노동력의 실태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공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고 거래 관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누구를 노동자로 볼 것인가'라는 정의의 공백은 관리되지 않는 채 쌓이다가 한꺼번에 터지는 리스크가 된다. 이번 제도 변화는 그 기준선을 일부 끌어올렸다. 법정공휴일 지정은 '노동자'의 언어를 조금 더 넓혔지만, 노동절이 진짜 모두의 날이 되려면 법 한 줄의 변화보다 넓은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5월 1일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by Editor L

가상자산도 기부할 수 있을까? 좋은 의미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개인이나 기업이 공익 목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자 하더라도 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비영리법인이 이를 제도권 안에서 수령하고 현금화할 공식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가능성으로만 머물던 가상자산 기부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가상자산 기부의 제도화2025년 6월, 금융당국이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상자산 매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비영리법인에 대해 매도용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 체계 확보와 매도 사전·사후 공시의무 부과, 자금세탁방지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이 공익재원으로 활용되기 위해 필요한 공익성과 투명한 운영 조건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거래소 매각 가이드라인 비교 © 금융위원회]가상자산 기부, 운영은 이렇게2025년 12월 18일부터 2026년 3월 18일까지 대한민국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비영리법인 사회연대은행은 취약계층 자립 지원을 위한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코빗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기부 플랫폼 환경을 구축하고, 기부자들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가상자산을 기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캠페인을 통해 조성된 기부금은 앞으로 사회연대은행이 지원하는 취약계층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가상자산 기부금이 실제 공익재원으로 전환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절차를 보여준 사례다.[코빗 x 사회연대은행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 대표 이미지 © 사회연대은행]캠페인의 구체적인 운영 단계에서 양사는 참여자 명단을 바탕으로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가상자산 기부심의위원회 운영 절차를 마련해 기부의 적정성과 현금화 계획을 내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했다. 또한, 심의위원회에서 공지한 일정에 따라 지체 없이 현금화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참여자에게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다. 투자 수단을 넘어, 나눔의 도구로사회연대은행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조성된 가상자산 기부금을 '함께온기금'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께온기금은 사회연대은행이 운영하는 사회적금융 기금으로 금융취약계층의 생활 안정과 금융교육 등의 지원을 목표로 한다. [코빗 x 사회연대은행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 이미지 © 사회연대은행]코빗과 사회연대은행이 협업한 이번 캠페인은 그간 투자와 결제 수단으로만 쓰이던 가상자산이 사회적금융으로서 역할을 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금융 구조와 자산의 흐름에 익숙한 캠페인 참여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에 있는 이들의 자립을 돕고, 그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하는 사회적금융기금 운영 방식에 공감했다는 점에서도 이 캠페인은 의미있는 시도다.가상자산의 활용 범위를 한 단계 넓힌 이번 캠페인은 기업이 공익 목적의 가상자산 기부를 어떻게 설계하고, 기부 참여자의 신뢰를 쌓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by Editor L

4월 11일은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도시농업의 날'이다. 봄철 농사가 시작되는 4월과 흙(土)을 상징하는 11을 결합해 정해진 이날은 201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도시농업은 말 그대로 도시와 농업이 합쳐진 말로 도시의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 수목, 화초를 재배하거나 양봉처럼 곤충을 사육하는 행위를 뜻한다. 옥상 정원을 가꾸고, 베란다에서 상추를 키우는 일 등등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도시에서 농업을 마주하고 있다. 올해 10회를 맞이한 도시농업이 일상 속 ESG와 어떤 식으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그 효과와 사례들을 살펴보자.도시농업의 역사와 가치우리나라 도시농업은 1992년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의 주말농장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주 5일제 근무로 여가 시간이 늘고, 웰빙 문화가 각광받으면서 도시농업 활동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우려, 유전자 조작 식품 논란, 광우병 파동 등 사건을 거치며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소비하거나 직접 재배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2011년에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농업을 지원할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2017년부터는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제도로 도시농업 전문 인력도 양성되고 있다. [도시텃밭 참여 현황 © 모두가도시농부(농심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시농업의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 총액은 2023년 기준 약 5조 원이 넘는다. 도시농업은 농산물을 소비하거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해 발생한 경제적 효과 외에도 1조 3,416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와 7,681억 원 규모의 환경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된다. 사회적 가치로는 유대감 강화와 공동체 형성, 환경 교육, 정신적 휴식 등을 꼽을 수 있다. 환경적 가치로는 생물 다양성 증진, 탄소 저감, 도시 열섬 현상 완화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농사에 폐열을 활용하거나, 건물 옥상을 농원화해 냉난방비를 16.6% 아끼는 효과도 있으니 도시농업의 가치는 작지 않다.지하철 역사부터 옥상까지, 도시농업의 현장 학교 텃밭과 공공기관의 옥상 정원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 현장이 우리 곁에 있다. 도시농업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사례가 있다. 먼저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지하철역의 스마트팜인 '메트로팜'을 살펴보자.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역사 내 유휴 공간에 ICT 기술을 활용하여 계절과 기후에 상관없이 작물을 재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메트로팜을 조성했다. 현재 메트로팜은 상도역, 답십리역, 천왕역, 충정로역, 을지로3가역 총 5곳에 자리 잡고 있다. 메트로팜에서는 주로 엽채류와 허브류가 재배되는데, 이는 쌈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작물을 선택한 결과다.[상도역 메트로팜에 방문한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 © 농림축산식품부]인천광역시의 '이음텃밭'은 농사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공동체 형성, 사회 공헌을 지향한다. 인천 송도동 유휴지에 조성된 이음텃밭에서 시민들은 직접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참가비는 없지만 공동체 운영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쉼터, 배수로 정비 같은 텃밭 유지 관리와 기부 텃밭 농사 자원활동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운영사무실은 태양광 발전, 소형 풍력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사용하며, 수도나 지하수 대신 빗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음텃밭은 2025년 334명 시민, 26개 단체가 참여하고, 14회에 걸쳐 총 872 kg의 농산물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양봉' 역시 대표적인 도시농업 사례다. 도시양봉은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도시 생태계 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전체 벌 개체수가 줄어들다 보니 역설적으로 지금의 도시는 농약 등의 위험이 적어 작은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별로 도시 양봉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관악구는 2015년부터 낙성대 텃밭에 도시 양봉장을 설치하고 운영해 2022년까지 총 1597.5kg의 꿀을 수확했다. 한편, 기업들도 ESG 활동의 일환으로 도시 양봉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케아는 작년에 도시 양봉 소셜 벤처 기업 어반비즈서울과 협력하여 광명점과 고양점의 옥상 및 야외공간에서 도시 양봉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수확된 꿀은 이케아 내 팝업스토어 등에서 판매했다. [도시 양봉 사업을 진행한 이케아 © 이케아코리아 ]해마다 도시농업의 날을 맞아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농업의 날 기념일 주간인 4월 7일부터 12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과 함께 도시농업의 날 행사를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각종 반려식물과 씨앗 나눔 행사 또한 열린다.도시농업이 환경을 넘어 공동체와 문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행사, 그리고 도시농업 현장에 참여하여 우리 곁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만끽해 보자.by Editor L

대학 교정이 개강한 학생들로 붐비던 3월이 지나 어느덧 벚꽃 피고지는 4월이 왔다. 새로운 시작의 계절, ESG오늘은 서울대학교의 유일한 ESG 전문학회인 '서울대학교 지속가능경영학회(Society for Sustainable Business Management, 이하 SSBM)' 학회원들을 만나 이들의 활동과 기업 ESG에 대해 공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SR에서 출발해 ESG 전문학회로SSBM은 2006년 창립 이후 대학생의 시각으로 기업활동을 분석하며 ESG 경영의 현주소를 짚어왔다. SSBM의 뿌리는 'SNU CSR'이라는 이름의 기업 사회공헌 연구 학회다. 2020년대에 들어 ESG가 경영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며 CSR과 ESG를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지금의 SSBM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약 20여 명의 SSBM 학회원들은 매 학기 12회에 이르는 세션을 진행하며 ESG를 연구한다. SSBM에서 진행하는 세션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ISSB 공시 세션'이다.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이하 ISSB) 기준에 맞춰 ESG 공시가 법정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공시 세션에서 ISSB 공시 기준 스터디를 2주동안 진행한다. SSBM은 삼정KPMG, KB금융지주, CJ제일제당 등 굵직한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이어오며 학계와 업계를 잇는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해왔다. 학회의 모든 세션은 최종 단계인 산학협력, 즉 실증경험을 염두하고 진행되므로 두 번째 세션인 'ESG 경영전략 스터디'에서는 기존 기수와 현 기수 학회원들이 함께 산업군별 경영 전략에 관한 ESG 문제를 만들어 문제 풀이를 진행한다.세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군 별 핵심 기업을 선정해 '기업 ESG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주로 최근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던 기업의 주요 ESG 이슈에 대한 평가를 담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책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한다. 세션의 마지막 단계는 '산학협력'이다. 그간 연구한 내용을 실증적으로 풀어볼 수 있는 기회인 산학협력을 마치면 한 학기가 마무리된다. 학회 활동에는 이러한 주요 세션 외에도 '외부 연사 초청 강연'이 있다. 기업 현직자를 초청해 ESG 실무에 관한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로 지난 학기에는 HD현대오일뱅크, ERM 등의 기업의 ESG 전문가들이 강연했다. [외부 연사 초청강연 모습(ERM Korea 신언빈 파트너) © SSBM]ESG를 현장에서 경험하다 : 산학협력이 남긴 것대학생 학회원들에게 기업 실무자와 협업하는 산학협력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CJ 제일제당 산학협력에 참여했던 문한빛 학회장은 "학회 구성원이 되기 전에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막연히 인턴 업무 체험같은 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기업 담당자분들이 저희에게 요구하는 건 학생들의 시선이었다"며 학생 입장에서의 접근과 기업 입장에서의 접근차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삼정 KPMG 산학협력에 참여한 임재영 부학회장도 "보통 ESG 전략이라면 기업이 산업군 내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할 거라 여기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ESG 컨설팅을 추진하는 기업 중에는 ESG로 업계를 선도하기 보다 ESG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 또는 이사회에 ESG 규제준수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ESG에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는 점은 학생들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소풍벤처스 산학협력에 참여한 문나영 학회원은 "평소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벤처캐피탈의 투자 관점, ESG 접근 방식을 경험할 수 있어 신선했다"고 말했다. 문한빛 학회장은 산학협력은 경험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ESG 경영 측면에서 연구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 도움을 얻은 시간이라고 정리했다.[산학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한빛 학회장 © ESG.ONL]ESG의 현황을 담다: 학회지 <서스테이너빌리티 리뷰>SSBM은 이렇게 스터디세션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회지로 발표하기도 한다. SSBM 학회원들은 학회지 서스테이너빌리티 리뷰(Sustainability Review, 이하 SR)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COP30, RE100처럼 ESG와 밀접한 주제를 학회원들이 직접 글로 쓰고 편집한다. SR에서는 주로 상법 개정안이나 AI 도입에 따른 노동 이슈 변화처럼 최근 사회적인 관심을 모은 이슈나 학생 개인이 홀로 공부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최근 SR에 유럽 지속가능성공시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이하 ESRS)에 대한 글을 실은 임재영 부학회장은 "보통 공시기준 스터디는 ISSB를 연구하지만, 유럽에서는 ESRS가 도입되는 상황 속에 아직 국내 기업 중 ESRS를 적용하는 기업이 없어 학회원들과 함께 공부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래서 SR 글 주제로 다루게 되었다"며, 이 외에도 학회원들의 다양한 전공 수업에서 다룬 주제를 발전시켜서 SR에 기고하기도 한다고 편집방향을 밝혔다.[SSBM 학회 단체 사진 © SSBM]이론을 넘어, 시야를 넓히다문한빛 학회장은 "학교 수업에서는 실무가 아닌 이론 위주로 배우다 보니, 배우는 지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SSBM에서의 활동은 이론과 실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학회 활동의 이유를 말했다. 학회원 대다수가 컨설팅 업계를 비롯해 산학협력한 기업에 관심이 많고, 산학협력 이후 해당 기업으로 진로를 확장하는 식으로 진로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앞으로 기업들의 ESG 실무를 만들고, 이끌어 갈 인재로 성장해 갈 것이다. 임재영 부학회장은 "ESG를 기업 현장에서 실현하려면 결국 재무적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금융 지식을 쌓고 있다"며 학회 활동이 진로와 시야를 함께 넓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ESG는 아직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로서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기업경영에서 ESG가 재무적 지표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날을 앞당기고 싶다는 SSBM 학회원들의 바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산학협력 현장에서 익힌 실무 감각과 꼼꼼히 채워온 지식 위에 서 있다. 이들이 지금 준비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ESG가 기업 현장에서 진짜 언어가 되는 날 우리의 기업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그 변화의 첫 페이지를 오늘의 대학생들이 쓰고 있다.by Editor L

산소로 호흡하는 생명체와 암모니아 대기에서 진화한 생명체는 생물학적으로 공통점이 없었다. 감각 기관도, 소통 방식도, 존재의 물리적 조건도 달랐다. 그러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에서 두 생명체 라일런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역, 이하 그레이스)와 로키는 협력했다. 단 하나의 공통점, 자신이 속한 별이 동일한 위협으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로 말이다.['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속 장면 1 © 소니 픽쳐스]'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미국의 소설가 앤디 위어가 2021년 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태양 에너지를 잠식하는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지구 상의 인류가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과학 교사 그레이스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임무에 파견된다. 광년 거리의 우주에서 홀로 깨어난 그는 외계 존재 로키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수학과 진동수를 매개로 소통한다. SF 블록버스터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질문이 이 영화 안에 있다. 존재의 조건이 달라도 협력은 가능한가.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국제 ESG 거버넌스가 정확히 막혀 있는 지점을 가리킨다. 영화와 다른 현실영화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처음부터 소통할 수 없었다. 음파로 말하는 존재와 빛으로 말하는 존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없었다. 둘은 수학과 진동수를 매개로 소통 체계를 처음부터 직접 발명했다. 그 협력이 가능했던 전제는 하나였다. 별이 꺼지면 둘 다 죽는다는 위기의 공유였다. 현실의 ESG 거버넌스는 전제의 절반만 충족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후위기라는 공동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지만 '누가 먼저,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에 대해 30년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가 즉각적 행동을 촉구하는 사이 협상장에서 모인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먼저 꺼내든다. 유럽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자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식민주의'라며 반발했다. 위기는 공유했으나, 그것을 함께 풀어낼 언어는 만들지 않은 셈이다.['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속 장면 2 © 소니 픽쳐스수많은 기준 속 반쪽짜리 공통어2023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S1·S2 기준을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드디어 글로벌 ESG 공시의 공통 언어가 생겼다"고 반겼다. 하지만 채택은 각국의 몫이었고, 의무 적용 시점도, 공시 범위도, 제3자 검증 요건도 제각각이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2024년부터 단계적 의무 공시를 시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기후 공시 규칙을 도입 후 소송으로 효력이 정지됐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는 생물다양성 공시 프레임워크를 내놨지만, 기업 채택률은아직 초기 단계다. 기준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준이 너무 많고,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아무도 조율하지 않기 때문이다.공동언어의 부재는 기업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고객사마다 다른 공시 기준을 요구받으며 ESG 피로감을 호소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체계가 작동하려면 각국 규제당국과 기업이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지만, 기준만 있고 데이터가 없으면 공통 언어는 사전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해법은 단일 기준으로의 통일이 아니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구축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이미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협력해 중복 공시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기다려주지 않는 기후위기영화에서 그레이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아스트로파지가 태양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했다. 협력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에, 협력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기후과학은 같은 경고를 보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차 평가보고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 행동이 2100년의 기후 위험을 크게 좌우한다고 명시한다. ESG 거버넌스의 파편화를 정리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각국의 규제, 글로벌 공급망, 자본시장의 ESG 요구가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어떤 기준을 따를 것인가'보다 '어떻게 기준들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위기를 공유한 존재들이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때로는 그 자체로 충분한 시작이 된다.by Editor L

포켓몬 시리즈에서 이처럼 음울한 출발점을 내세운 게임은 드물었다. 게이머가 마주할 세계는 시들어 있고, 인간은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폐허와 황무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게임은 포켓몬 시리즈의 수작으로 평가받게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지난 3월 5일 출시된 '포켓몬 포코피아(Pokémon Pokopia)'게임 시리즈 이야기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포켓몬 프랜차이즈 최초의 슬로우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출시 4일 만에 전 세계 220만 장, 일본에서만 100만 장이 팔렸다. 게임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89점의 호평을 받았고, 주요 유통처에서 품절이 이어지며 거꾸로 콘솔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 2탄의 역주행 모멘텀을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생태계 위기가 게임의 배경이 되다기본 설정도 지금껏 익숙했던 포켓몬 게임의 문법과는 꽤 다르다. 게임 사용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메타몽이 되어, 한때 포켓몬과 인간이 함께 살았지만 이제는 시들고 버려진 땅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 재료를 모아 아이템을 만들고 집과 서식지를 조성하면서 포켓몬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간다. 게임 안의 시간은 현실 시간과 연동되고, 날씨와 밤낮 변화도 그대로 반영된다. 기존 포켓몬시리즈 게임처럼 더 강한 포켓몬을 잡거나 포획한 포켓몬을 육성하는 게임이 아니다. 단지 인간과 포켓몬들이 살 만한 세계를 재건하는 게임이다.앞선 포켓몬 시리즈 세계관에서 또가스와 코산호 같은 일부 포켓몬 사례를 활용하여 이미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협을 암시해왔다.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는 산업화의 흔적과 백화된 산호초는 어린이와 대중이 사랑하는 IP 안에 생태 위기의 그림자가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바로 그 암시를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여줬다. 이번에는 기후와 생태계 문제가 배경 장식에 그치지 않고, 게임 실행의 규칙 자체가 됐다. 게이머는 대화, 일기, 편지, 책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황폐화되었는지 깨달아 나간다. 시든 세계를 복구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포켓몬 포코피아 © 포켓몬 포코피아 공식 웹사이트]게임이 가르쳐주는 공생의 문법이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핵심 루프 자체가 환경 관리의 메타포로 읽히기 때문이다. 황폐해진 마을을 복구하고, 포켓몬이 살기 좋은 서식지를 만들수록 더 많은 포켓몬이 찾아온다. 게임 안에는 '환경 레벨'이라는 지표가 있어서, 마을을 정비하고 자연을 회복시키고 포켓몬이 편히 지낼 수 있게 할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새로운 재료가 제공되고 시설도 열린다. 쉽게 말해 게임에서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수록 세계가 다시 살아나고, 게이머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다.이러한 점에서 포켓몬 포코피아는 기존 포켓몬 게임과는 다른 윤리를 보여준다. 과거의 포켓몬이 포획과 배틀, 그리고 상대보다 강해지는 성장 논리에 가까웠다면, 포켓몬 포코피아는 포켓몬이 함께 살아가기 좋은 터전을 만드는 걸 중점으로 둔다. 예컨대 메타몽은 포켓몬의 기술을 빌려 싸우는 대신, 풀을 자라게 하고 물을 대고 지형을 정리한다. 이상해씨는 메마른 땅에 초목을 더하고, 꼬부기는 초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렇듯 포켓몬이 가진 '기술'이 파괴나 경쟁의 수단이 아니라 관리와 복구를 위한 도구로 역할을 수행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다양성을 다루는 방식이다. 포켓몬들은 각자 원하는 환경이 다르다. 어떤 포켓몬은 건조한 곳을, 어떤 포켓몬은 물가를, 어떤 포켓몬은 더 푸르고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 그래서 게임 사용자는 획일적인 마을을 만드는 대신, 서로 다른 조건이 공존할 수 있는 다층적 서식지를 설계해야 한다. 모든 환경을 똑같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조건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조율한다. 이 지점에서 포켓몬 포코피아는 생태계의 회복뿐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성의 가치를 아주 부드러운 문법으로 그려낸다.[ 포켓몬 포코피아 게임 장면 © Nintendo 공식 유튜브 채널 ]공존을 체득하는 방식을 전하다물론 한계는 분명하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기후위기를 직접 고발하는 게임은 아니다. 공식 소개와 핵심 시스템이 강조하는 것은 '탄소, 화석연료, 에너지 전환, 책임 주체'와 같은 현실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복구, 정원 가꾸기, 서식지 조성, 쾌적도' 같은 회복의 언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원인과 권력, 자본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기보다는 "환경을 가꾸면 생명이 돌아온다"는 직관을 반복해서 학습시키는 힐링형 재건 서사에 가깝다. 하지만 그 점 덕분에 더 넓은 대중에게 닿을 수 있다. 정면 비판 대신 감응과 체험으로 설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켓몬 포코피아의 성취는 여기에 있다. 환경 문제를 무겁고 어렵게 전달하기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면 더 많은 생명이 돌아오고, 더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 수 있다. 공동체도 더 풍요로워진다"는 감각을 게임을 통해 익히게 만든다. 포켓몬을 잡아두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기술을 공격 수단이 아니라 복구의 도구로, 성장을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행동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기후와 환경을 다루는 콘텐츠가 반드시 재난의 공포나 죄책감만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가장 우울한 세계관에서 다정한 회복이라는 상상력이 나올 수도 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를 게이미피케이션에 무리 없이 접목한 사례라는 점에서 교육적 잠재력도 크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그 점에서 포켓몬의 변신이자, 기후·환경 커뮤니케이션의 영리한 진화라고 할 만하다. 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매년 3월이면 수십만 명의 취업 준비생이 채용 시즌을 맞아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 그리고 AI는 점점 사람의 채용이 필요했던 자리를 조용하지만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2026년이다. 기술 전환의 수혜와 피해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정의로운 전환은 더 이상 탄광 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공채 시즌마다 조용히 줄어드는 신입의 자리국가데이터처의 '한국 사회동향 2024'는 AI로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일자리가 약 270만 개로 전체 일자리의 1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로 인해 향후 5년간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 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전망했다. 언뜻 보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숫자의 총합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사라지는 자리에 있는가'이다. 변화를 맞은 기업들은 기존 직원을 내보내는 방식보다 애초에 새로 뽑지 않는 채용 방식을 선호한다. 2025년 미국 노동시장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은 도입 1년 6개월 이후 도입하지 않은 기업 대비 신입 채용을 7.7% 줄였다. 반면 경력 채용은 상대적으로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이러한 상황에 한국 신입 채용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취업 플랫폼 캐치가 분석한 결과 2025년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43% 급감했다. 특히 IT, 통신 분야는 같은 기간 67% 나 신입 채용을 줄였다. 공인회계사 합격자 중 절반 정도가 사실상 미취업 상태에 놓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1~3년 차 신입 회계사가 맡던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회계사무소들이 신규 채용 자체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gettyimages]전환을 설계한 나라들새로운 기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새 일자리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노동 전환의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비용은 다수가 책임지게 된다. 독일 노동계는 탈석탄을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핵심으로 판단하여 2018년 노동자, 기업, 정부, 그리고 지역 이해당사자 28명으로 구성된 '탈석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6개월간의 논의 끝에 2038년까지 탄광과 석탄발전소를 폐기하는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약속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탄광 화력발전소 소재 지역에는 20년간 재정을 투자하기로 했다. AI 전환 국면에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독일 노동연구소(IG Metall)는 전환 과정의 핵심 요소로 참여, 공동 결정, 재교육, 단체협약,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꼽으며 노동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전문 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AI 시대에 맞춘 선제적 재원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AI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높은 재직자와 실업자를 대상으로 3,000만 유로를 배정했다. 이 중 1,000만 유로는 자동화 대체 위험이 큰 재직자의 기술 향상에, 나머지 2,000만 유로는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디지털 역량 개발에 투입된다. 이미 실직한 사람뿐 아닌, 아직 일하고 있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까지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한국의 대응은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다. 2026년 3월 19일 새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하면서 1년 넘게 중단됐던 노사정(노동자, 기업, 정부) 사회적 대화가 재개됐다. 'AI 전환에 따른 노사 상생위원회'에서는 AI 도입으로 변화하는 일자리 환경에 대응하는 노사 협력 모델을 논의할 예정이다. [© gettyimages]정의로운 전환의 조건해마다 3월의 공채 시즌이 돌아오면 지원자는 '어떤 스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마주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사회의 몫으로 남아 있다. 노동 전환의 비용이 개인에게만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것, 전환 기간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 그리고 기업-사회-정부가 비용을 분담하는 합의 구조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공정'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일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소수의 이익과 다수의 불안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ESG의 'S'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