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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획과 인터뷰. 하루를 여는 한 잔의 이야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권리 밖 노동자'로 분류되는 비임금 노동자의 규모는 2026년 2월 기준 약 870만 명에 달한다. 2023년에 비하면 약 8만 명이 늘어난 수치로,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고용 형태의 다변화로 인해 이들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가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에 대해 알아보자. 권리 밖 노동자와 기업 거버넌스의 변화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뿐만 아니라 IT 프리랜서와 방송 작가까지 권리 밖 노동자들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임금 노동자와 유사한 근로 형태를 띄고 있지만 '개인 사업자'라는 이름 아래 퇴직금, 최저임금 보호, 4대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됐다. 법의 사각지대는 노동자 개인의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는 막대한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청구라는 법적 리스크가 돌아올 수 있다. 정부가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권리 밖 노동자 이미지 © Chat GPT]이번 입법의 핵심은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다. 기존에는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타인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한 사실만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간주한다. 만약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이제는 사업주가 직접 그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국세청 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 정보력이 부족한 노동자를 대신해 국가가 소득 신고 내역 등 실질적인 근로 데이터를 확보하여 종속성을 입증해 준다는 취지다. 법원 소송으로 가기 전 단계에서 근로자성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정 절차도 마련된다.ESG 시대, 기업의 노동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만 이번 입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자체를 바꾸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이 지점에서 노동계는 '근로자 범위는 그대로 둔 채 입증 책임만 바꾸는 것은 무늬만 보호일 뿐'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처우 개선 조항들이 강제성 없는 '노력 의무'에 그칠 경우, 기업이 여건상 최선을 다했다는 논리로 회피할 수 있어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공존한다.[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 고용노동부]이번 입법 추진이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기업은 이번 변화를 단순히 지켜봐야 하는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형태의 노무 제공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번 논의는 결국 사회적 포용성이 ESG 평가의 핵심 지표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기업은 이를 단순한 규제 강화로 치부하기보다 노동 관행의 거버넌스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적 자원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동안 기업은 '직접 고용된 소속 직원이 아니면 책임도 없다'는 논리로 선을 그어왔지만,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 사업의 실질적인 축을 지탱하는 모든 인적 자원을 '제도 안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불분명했던 리스크를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 투명하게 관리하고, 이들과의 상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by Editor L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어떤 결정은 빠르게 자동화로 진행되고, 어떤 판단은 사람 대신 알고리즘의 몫이 된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조직은 빠르고 유연한 대응을 해야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은 '우리는 지금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일하고 있는가'하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한다. 이것은 단순한 조직문화의 영역이 아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가, 그러한 지속가능성은 어떤 데이터로 평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는 조직의 건강함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야기하며 '존중'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내건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적인 단어들이 실제 조직의 시스템에 반영되었는지, 아니면 그저 선언적인 문구에 그치는지는 조직의 일원이 되어 경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조직 내의 다양성이나 포용성은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이었고, 좋은 동료나 리더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인 요소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직의 건강함을 입증하는 일은 막연한 과제였다.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관련 정책: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보고서가 의미를 갖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조직에 진입하고 누가 이탈하는지, 돌봄의 책임이 특정 구성원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지, 불편함을 관리할 공식적인 거버넌스가 작동하는지 등의 핵심 데이터는 단순한 인사 통계가 아니다. DEI 보고서를 통해 '존중'과 '포용'이라는 개념이 수치와 구조라는 데이터로 치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데이터는 모호했던 조직의 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회복탄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역할을 수행한다.[가치 개념의 데이터화 이미지 © Chat GPT]평가를 위한 답변이 아닌 우리만의 기준점물론 지표는 언제나 양날의 검과 같다. 정량화된 데이터는 기업의 성과를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완해야 할 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의 DEI 보고서를 단순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홍보물로만 정의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이다. DEI 보고서의 본질적인 가치는 보고서를 통해 '어떤 기준으로 조직을 설계했는가'를 점검하고 데이터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있다. 기업마다 규모와 산업군이 다르므로 정답은 없겠지만, 기업은 DEI 보고서를 보여주기식 위주의 답변으로 채우지 않고 조직만의 기준으로 데이터를 마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이런 맥락에서 러쉬코리아의 '2026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 사례는 흥미롭다. 러쉬코리아는 DEI 보고서에 단기적인 캠페인이나 보여주기식 제도를 나열하지 않았다. 대신 조직을 움직이는 기본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수치와 언어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구성원의 호칭과 근무 방식은 물론, 장애인 고용을 위한 맞춤형 직무 설계와 육아와 돌봄을 바라보는 거버넌스까지- 이 모든 요소는 특정 집단을 위한 일시적인 혜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삶을 인정하는 현실 위에 설계되었다.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 © Lush Korea]특히 '실수를 포용하는 피드백 문화'에서 심리적 안전망을 정량화된 지표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 구성원의 76.8%가 '실수했을 때 비난 대신 개선 중심의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 응답한 수치는 포용의 가치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조직의 실질적인 운영 체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 러쉬코리아 DEI 보고서'는 러쉬코리아가 지향해온 무형의 가치를 차분히 기록하고 데이터로 입증해 낸 결과물인 셈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적 토대지금 시대의 기업은 무엇을 성과로 삼는지뿐만 아니라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까지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말이 아닌 '구조'와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DEI 보고서는 단순히 외부의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다. 우리는 DEI 보고서를 통해 조직의 완성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책임있게 나아가고 있는 조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약속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제도에서 증명된다.by Editor L

한국 사회에서 청년 문제는 주로 두 이미지로 설명된다. 집 안에 머물며 사회와 단절된 청년, 또는 자립에 실패한 성인.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훨씬 다채로운 현실이 존재한다. '탈가정 청년'도 그중 하나다. 가정 내 폭력, 경제적 착취, 통제와 학대가 반복되어 생존 전략으로 탈가정을 선택한 청년들이 있다.생존을 위한 강제 자립, 가족 중심 제도의 사각지대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그 상황이 힘들었던 건 알겠지만, 지금은 성인 아닌가요. 집을 나온 뒤 경제적으로 안정되기까지의 어려움은 독립한 청년 대부분이 겪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이 말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탈가정 청년에게 자립은 돌봄과 관계, 안전이 제거된 상태에서 시작되는 강제된 독립에 가깝다는 점이다.원가족과 단절한 청년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쉬지 않고 일하지만, 주거는 계속해서 불안정하다. 아플 때 의지할 사람도 거의 없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이어지며 관계의 피로가 누적된다.[탈가정 청년 이미지 © Unsplash]그렇다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제도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했을 탈가정 청년들은 왜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는 행정의 기본 전제가 여전히 가족에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부모와 단절했지만 행정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와 묶여 있는 상태라는 모순 속에서 탈가정 청년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정부가 운영하는 각종 청년 지원 제도 역시 부모의 소득이나 동의를 기준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이들은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탈가정 이후 이들의 삶은 원가족의 보편적인 보호와 지지가 끊기고, 국가의 제도적 보호 또한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채로 이어진다. 경제적, 정서적 책임과 위험을 개인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다.자립 실패가 아닌 돌봄의 단절최근에는 개인의 정서적 안정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탈가정은 성인이 된 개인이 가족과의 거리를 조정하는 선택지로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탈가정 청년은 순수하게 이러한 맥락에만 놓기는 어렵다.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 주체적으로 관계를 재정의한 것이 아니라, 안전과 생존의 이유로 본의아니게 가족을 떠나야만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이들의 경험이 개인 선택의 문제로 축소되면 사회가 부담해야 할 구조적 책임은 흐려지고 당사자 개인이 자신의 사정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부담만이 남는다. 이는 원래 가족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를 점차 성인 개인의 심리적 선택의 영역으로 설명하려는 담론이 확산된 결과이기도 하다.주거와 돌봄을 우선시하는 해외 사례미국과 캐나다는 탈가정 청년을 'unaccompanied youth'로 명명하며 그 상태 자체를 추가적 보호와 제도적 지원이 시작되는 기준으로 삼는다. 캐나다의 'Housing First for Youth(HF4Y)'와 미국의 '원스톱(One-stop) 청년 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구체적 정책 실험으로 이어진 사례다.HF4Y는 탈가정 청년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어떤 자립도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주거를 회복의 출발점으로 먼저 제공한 뒤, 그다음 단계에서 정신 건강, 교육, 고용, 사회적 회복을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자격 증명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립이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을 먼저 마련해주는 방식이다.[캐나다 Housing First for Youth(HF4Y) © Homelessness learning hub]미국의 원스톱 청년 센터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탈가정 청년이 겪는 주거, 의료, 법률, 상담, 고용의 문제는 서로 얽혀 있지만, 기존 제도에서는 각각 다른 창구를 찾아다녀야 했다. 원스톱 센터는 이러한 구조 자체를 문제로 보고 관련 지원이 한 공간에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 청년이 자신의 피해와 결핍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도록 제도가 뒷받침하는 것이다.청년 자립 이전의 조건들해외의 두 사례는 자립을 둘러싼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다. 그동안 한국의 청년 정책에서 자립은 주로 고용과 소득을 중심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근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 즉 주거의 안정과 관계의 회복, 정서적 안정이 먼저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일자리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출발점으로 삼는다.이러한 사례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고용은 중요한 요건이지만, 그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주거의 불안정, 관계의 단절, 정서 회복의 부재 속에서 고용은 쉽게 중단된다. 그렇기에 그들이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서울시가 '탈가정 청년 지원 조례'를 발의하며 제도 바깥에 있던 이들을 정책 언어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가족과의 단절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추가적 보호가 필요한 상태로 인식하겠다는 신호다. 다만 조례는 출발점일 뿐, 주거와 돌봄을 어디까지 공적 책임으로 설계할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탈가정 청년은 한국 사회가 청년의 자립을 어떻게 정의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전제를 당연시해 왔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보호와 지지가 사라지고 개인의 책임만이 남겨진 자리에서는 그 어떤 삶도 지속되기 어렵다. 탈가정 청년이라는 존재가 던지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할 것인지는 앞으로 청년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by Editor L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관람객은 20만 명을 돌파했다. 불교가 힙하다는 건 이제 MZ라면 일단은 수긍할 명제다. 불교와 교리가 종교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지금, 불교는 ESG트렌드에도 함께한다. 얼핏 멀어 보이는 ESG와 불교지만, ESG.ONL은 이미 선지스님과 ESG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연초부터 ESG 관련 중요한 이벤트를 열었다. 오늘은 지난 1월 9일 부탄왕립대학교에서 열린 '제 2회 부탄 국제 ESG포럼'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불교 국가 부탄에서 찾은 불교적 관점의 ESG'부탄 국제 ESG포럼'은 한국과 부탄의 정부, 학계,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기후위기 대응과 ESG, 부탄의 국가운영 철학인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을 논하는 자리다. 불교 국가인 부탄의 국민총행복은 불교의 핵심가치인 '자비 실천'을 국가 발전 철학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발전, 환경보호, 선한 거버넌스 등을 포괄하고 있어 ESG 개념과도 비슷하다. 한국 불교 대표단으로 참여한 조계종 역시 진우스님의 축사에서 '불교의 여러 사상을 실천하는 방식이 ESG경영'이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서 원걸스님은 '불교 생태 철학과 한국 불교의 환경적 활동'을 주제로 불교 관점에서 ESG 윤리와 정책, 산업적 실천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지혜'가 주제인 21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포스터 ⓒ서울국제불교박람회][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붓다에붓다' 굿즈 전시 ⓒ 소비자평가]이미 불교계는 오래전부터 ESG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2020년 불교기후행동이 시작되었고, 21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지혜'를 주제로 환경 관련 전시를 열었다. 22년 천태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무원스님은 취임사로 '환경과 생명 중시의 지속가능한 경영 강화'를 이야기했으며, 조계종은 23년 'ESG 경영확산, 사회복지는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25년 선지스님의 책 <붓다 경영>이 출간된 후 가시성이 커졌다. [붓다 경영 ⓒ담앤북스]ESG와 불교가 공유하는 가치: 투명한 경영, 환경/생명 존중의 실천불교와 ESG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연기(緣起)'다. ‘연기’는 불교의 핵심 교리로,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진리를 뜻한다. 생명과 사회, 국가와 자연이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는 관계망 속에 놓여있다는 인식으로, 기업이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존과 사회의 이익 등을 조화롭게 고려하여 행동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연관된 '불이(不二)'는 대립되어 보이는 요소가 서로 다르지 않으며, 의존하는 관계에 놓여있다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E영역과 관련해 인간 역시 자연과 다르거나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자연의 일부라는 해석을 할 수 있고, G영역에서는 기업의 임원과 직원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해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ESG 경영을 주제로 한 2023년 제 2차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미래복지포럼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불교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5가지 계율인 오계(五戒) 역시 E영역의 기본 원칙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앞선 부탄 포럼의 원걸스님은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의 오계 중 '혼인의 순결을 지키라'는 뜻의 불사음을 제외한 네 가지를 환경 측면과 연결 짓는다. 먼저 '생명을 파괴하지 않고 존중하라'는 뜻의 불살생은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영활동의 근간이 된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지 않는' 불투도는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빼앗지 않는다는 뜻과 연관되기에, 자원절약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불망어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환경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모습으로 실천한다. 불음주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뜻이나, 깨끗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취한 상태를 경계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는 기후위기를 살아가는 개인이 중독적 소비를 지양하고 절제된 생활 태도를 유지하는 것에 연결되어 있다.국내 불교계가 보여주는 ESG 사례 지난 12월 개최된 '제3회 한국ESG대상' 시상식은 불교계가 ESG를 실천하는 사례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조계종이 운영하는 동국대학교는 교내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과 불교정신 기반의 ESG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도출하여 종합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울산불교환경연대는 매주 금요일 개최한 '금요기후행동 캠페인'과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법회 운영으로 종교부문 E영역 대상을 수상했다. 종교부문 S영역에서는 밀양 정각사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했다.[청동여래입상 봉불 60주년 기념법회 봉행 ⓒ동국대학교]이렇듯 불교 정신에 입각한 ESG 실천방식의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불교 교리에 입각한 개인의 실천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종교계와 국가, 산업계가 함께 고민하는 ESG 실천이 되기를 바라본다.by Editor L

2025년 한 해를 열심히 달린 ESG오늘은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ESG 생태계의 변화를 기록하고, 궁금한 이야기를 파고들며, 때로는 주목받지 못한 주제에 눈을 돌리는 ESG오늘의 움직임은 늘 분주합니다. 매일 독자 여러분들의 아침 커피 한 잔, 베이글 한 조각처럼 머무르고 싶은 AM 메뉴, 점심시간 한 단어의 지식을 나누고 싶은 NOON 메뉴, 바쁘게 돌아가는 오후 같은 오늘의 동향소식 PM 메뉴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ESG오늘은 지난 12월 21일 조용히 2주년을 맞기도 했습니다.오늘은 ESG오늘의 오늘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보려 합니다. [ESG.ONL 로고 이미지 ⓒ ESG.ONL ]ESG오늘을 찾아주시는 분들은 하루에 약 2,500분 정도입니다. 우선 반갑습니다, 여러분. 2024년 재정비 기간을 가진 ESG오늘은 올 한 해 151개의 기사로 여러분과 소통했습니다. 그렇게 한주 평균 3편의 기사를 꾸준히 발행하며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영역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쿠폰을 받아가시는 독자분들이 늘었습니다. 무려 런치쿠폰을 획득하신 독자분들도 계시고요. ESG오늘을 자주 찾아주시는 독자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회원가입 후 '오늘' 올라온 기사의 제목 오른쪽 아래 ONL마크를 클릭하시면 ONL포인트를 적립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인트를 50개 쌓으면 커피쿠폰을, 100개 쌓으면 ESG오늘 스탭의 연락과 함께 런치쿠폰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이렇게 커피, 런치쿠폰을 받는 독자분들이 늘어난다는 건 ESG오늘 에디터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일입니다. 저희의 기사를 올라온 당일에 꼬박꼬박 확인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반증이니까요. 새로운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도 ESG오늘 에디터들은 좋은 주제를 찾아 나섭니다.2025년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거버넌스였어요. 올해 ESG오늘에 실린 주제는 환경이 약 40%, 사회가 약 35%, 거버넌스가 약 25%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호하게 표현하는 건 한 기사가 정확히 한 영역에 국한된다고 보기 어려운 ESG 관련 콘텐츠의 특성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거버넌스에 대한 기사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반응을 이끈 콘텐츠가 거버넌스에 대한 기사라니 아이러니합니다. 올 한 해 독자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읽어주신 기사는 ESG와 평가기준, 우리나라 정부부처 소식이었어요. 올해 우리나라 행정부가 큰 변화를 겪으며 대선후보들이 ESG 관련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독자분들이 관심을 갖고 기사를 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 2026년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게재된 ESG 평가기준에 대한 기사도 최근 기사임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기사량을 차지한 환경에 대한 주제에도 독자분들은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으며 그린슈머, 돌발가뭄 등 환경 관련 키워드 조회수가 굉장히 크게 나타났습니다. 2026년에는 더 많은 오늘을 나누겠습니다. ESG오늘은 쌓고 있는 오늘의 기록이 단순한 뉴스 아카이브로 남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더 많은 기회와 접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SG 생태계에는 동반성장하는 파트너로서, ESG를 과제로 임하고 있는 기업 실무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로, ESG 현장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반 독자 여러분께는 ESG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는 매체로서 역할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내일을 위한 오늘의 기록은 계속됩니다. 그 여정에 독자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ESG오늘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By ESG.ONL

연말은 모임과 약속이 많은 시기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거리에는 추위를 잊게 할 만큼 화려한 빛과 색이 가득하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연탄 봉사 역시 코끝이 시려질 즈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분명 연말은 풍성하고 너그러운 기간이지만, 그 온기가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이들이 있다.그동안 연말의 ‘소외된 이웃’은 주로 독거 노인으로 대표돼 왔다. 물론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다만 최근 청년과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고립 집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고립·은둔 청년 등 이들을 부르는 용어 역시 세분화되고 있다. 구체적 특징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됐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현인 ‘은둔형 외톨이’ 혹은 ‘히키코모리’는 오랜 기간 집에 머물며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피하는 사람 혹은 그 상태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집단 따돌림(이지메), 등교거부 현상과 거품경제로 인한 청년실업, 장기 불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한국 역시 1997년의 IMF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고용 불안과 개인주의의 확산 속에서 취업 실패나 직장 부적응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에 빠지는 이들이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히키코모리 고령화로 심각해진 일본의 '8050문제' ⓒ NHK 스페셜]은둔과 고립은 종종 개인의 의지나 능력 부족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보면, 개인이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드러난다. 2025년 1월, 고용서비스 플랫폼 ‘고용24’에서 집계된 구인배수는 0.28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구직자 10명당 일자리가 2개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빈 일자리 마저 감소했다. 지난해 7월 18만5000개에 달하던 빈 일자리는 올해 7월 15만8000개로 1년 사이 2만7000개 감소했다. 그간 인기 없던 일자리 마저 귀해진 상황이다. 줄어든 일자리만큼 구직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늘어나고, 일부는 조용히 사회 시스템에서 이탈한다.취업 실패가 고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군대와 직장 내 부적응이나 괴롭힘, 사업 실패, 인간관계 실패, 질병, 삶에 대한 회의감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삶을 포기하고 은거한다. 과거에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들도 사기나 배신, 사내 정치, 뜻밖의 해고를 겪으며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고립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에 가깝다.[서울 고립은둔청년 성과공유회 이미지 ⓒ 내손안에서울]문제는 개인의 고립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기간 ‘쉬었음’ 상태에 놓인 청년은 중장년 캥거루족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청년의 자립 지연은 부모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키워 노후 빈곤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 생애 과정 변화와 빈곤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35세 시점에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1971~1975년생 22.8%에서 1981~1986년생 41.1%로 크게 높아졌다. 일본은 이미 80대 부모가 50대 자녀와 동거하며 경제적 지원을 이어가는 ‘8050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았다.그럼에도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고립 당사자는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에너지조차 잃기 때문에 ‘찾아가는 지원’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장년, 청년, 1인가구 등 연령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고립 당사자를 폭넓게 발굴해 유형별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오상빈 광주 청소년상담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들은 장애와 비장애, 상담과 복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데 단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를 '청년'으로 규정할 경우 40~50대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는 빠지게 되고, 단순히 '정신병'으로 취급하면 많은 사람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 사업이 청년층에 국한돼 있어 40~50대 중장년 고립층은 여전히 제도적 공백에 놓여 있다.[연말 거리 풍경 ⓒ전주시청 페이스북]청년재단과 서울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청년고립 유형화’ 연구는 유형별 맞춤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연구진은 은둔 기간만으로 문제를 재단하기보다, 개인의 삶의 방식과 고립의 원인에 따라 접근해야 실질적인 회복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청년 기지개센터’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척도를 3개 유형으로 분류해 진단하고, 50여개 맞춤형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12월에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바느질 클럽이나 반려식물 프로그램부터 기초역량강화교육, 연말 공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흥미로운 것은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한 접근인데, 확산력 있는 온라인 채널에서 고립·은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청년재단과 은둔형 외톨이 지원 기관 ‘안무서운회사’가 함께 제작한 유튜브 콘텐츠 ‘안무서운 시리즈’는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의 오랜 사회 문제인 히키코모리 이슈를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네이버 웹툰 ‘아르마딜로’ 역시 은둔형 외톨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외부 활동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이들에게 온라인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소통 창구다. 온라인 콘텐츠의 댓글창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하는 장이 되고 있다.고립·은둔 문제는 사회적 지지체계가 얼마나 세밀하게 작동하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수명은 늘어나지만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제 사회 전체가 삶의 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화려한 불빛 뒤편에서 조용히 고립된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 그것이 지금 이 시기에 우리가 연말을 보내는 또 하나의 방식이어야 할지도 모른다.by Editor L

지난 11월, 브라질 아마존 하구의 인구 150만 도시 벨렝에서 열린 COP30(2025년 11월 10~21일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현장은 기후 위기의 긴박함과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이었다. 기후 협상은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외교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며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답보하기 일쑤다. 이번 총회 역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명문화하는 데 다시 한번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 지지부진한 협상의 틈바구니에서 목격한 것은 전혀 다른 가능성이었다. 바로 정치가 풀지 못한 매듭을 푸는 '문화의 힘'이다.[cop30 현장 © 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이번 총회에서 기후솔루션은 글로벌 단체들과 연대하여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액션을 펼쳤다. 자칫 딱딱하고 전형적일 수 있었던 이 캠페인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 코스프레였다. 글로벌 콘텐츠의 힘 덕분인지 참가자들과 취재진의 반응은 뜨거웠다. AP를 비롯한 여러 외신이 이를 집중 보도했고, 이는 곧 기후 이슈가 대중적인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전달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논의의 장으로도 이어져 K팝과 기후 대응을 주제로 한 세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축사를 통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문화적 접근이 정책적 관심으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접점이 만들어졌다.현지에서 만난 한 기자의 경험담은 더욱 극적이다.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아마존 산림에서 원주민을 취재할 당시, 평소 외부인에게 배타적이었던 이들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 한마디에 태도를 바꿨다. 그들은 넷플릭스로 시청한 한국 드라마를 언급하고 배우의 이름을 부르며 호의를 베풀었다. 벨렝 시내에서 열린 거리 행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은 환대했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공유하자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단체 사진마다 등장한 '손가락 하트'는 이념과 언어를 넘어선 유쾌한 연대의 상징이었다.[cop30 현장 © 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이러한 경험은 어느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았다. 평범한 한국인에게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공동체는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거리가 먼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이 마련한 '모아나관'은 달랐다. 유명 애니메이션 덕분에 친숙해진 이름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기후 위기의 실상과 메시지를 한참 동안 경청했다. 문화가 아니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타자의 고통이 문화라는 촉매제를 통해 나의 문제로 치환된 순간이었다. 대부분 회사나 국가를 대표하며 딱딱한 언어와 비즈니스 복장이 가득했던 COP30 현장에서, 긴장을 풀고 반가운 마음이 들게 했던 유일한 접점은 이처럼 비공식적인 문화적 교류였다.오랜 축구 팬으로서 브라질은 오직 축구로만 연결된 먼 나라였다. 그 이전까지는 아마존 생태계라는 대자연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안의 원주민 커뮤니티와 그들의 문화를 인지할 경험이 전혀 없었다. 평생 한 번이라도 가볼 수 있을지 불분명했던 나라를 기후 총회라는 낯선 무대 덕분에 마주할 수 있었고, 양국은 문화를 통해 서로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기후 대응이라는 거대한 국제적 과제에서 기술적 해결책이나 정책적 합의만큼 중요한 것은 결국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다. 아무리 정교한 정책이라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동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cop30 현장 © 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기후 협상의 한 축으로서 문화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우리는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노래를 즐기며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다. 이 부드러운 연결고리가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문화 아티스트와 인플루언서들이 기후라는 가치 아래 모여야 하는 이유다. 교착 상태에 빠진 기후 정치를 구원할 힘은 어쩌면 차가운 협상 테이블 위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향유하는 뜨거운 문화의 현장에 있을지도 모른다.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번 가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소비했을까?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SSG몰, 알리 익스프레스, 무신사, 올리브영 등 우리가 즐겨찾는 많은 쇼핑몰들이 세일을 진행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둘러싼 끊임없는 세일 릴레이에 우리의 지갑도 끊임없이 열렸다. 뜨거운 열기에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역대 최대 판매액을 기록한 무신사는 1시간마다 15억 원 넘는 상품을 판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미국 역시, 추수감사절부터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쇼핑몰 할인 행사인 사이버먼데이까지 올해는 1억 8,690만 규모의 인파가 쇼핑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유통시장은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전년도보다 매출이 8.3% 증가한 117억 달러, 사이버먼데이에는 전년보다 6.3% 증가한 142억 달러의 온라인 매출이 기대된다며 한껏 들뜬 분위기다. [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 포스터 ⓒ 무신사]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그저 갖고 싶은 물건을 싸게 구매하는 좋은 날일까? 저렴한 가격으로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기고, 수많은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않을까?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기도 하다. 반소비주의 운동 역시 이날을 기점으로 시작되어 그 의미가 크다. 오늘은 11월 마지막 금요일 '블랙프라이데이'와 그 다음주 월요일 '사이버먼데이', 그리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살펴보자.[미국 월마트의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홍보 포스터 ⓒ Walmart]블랙프라이데이 + 사이버먼데이 vs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할인율을 자랑하는 쇼핑의 날이다. 블랙이란 표현은 연중 처음 회계 장부에 흑자(black ink)를 기록하는 날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보낸 미국인들은 다음날인 금요일 휴가를 내어 상점을 찾고, 물건을 쓸어 담는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버전인 사이버먼데이는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첫 월요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이 연간 인터넷 쇼핑 매출 금액이 가장 크며, 추수감사절부터 4일의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직장인들이 직장 내 빠른 인터넷으로 쇼핑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 경 시작된 사이버먼데이는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현재 블랙프라이데이보다도 주목받고 있다.[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위키백과]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위 기념일과 반대로 과도한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 노동 문제, 불공정 거래 문제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우리를 돌아보는 날이다. 1992년 광고계 종사자인 테드 데이브에 의해 시작되어 행동주의적 예술가가 모인 비영리 단체 '애드버스터즈 미디어 재단'이 매년 홍보를 이어가는 이날은, 한국에선 1999년 녹색연합이 주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동참하는 브랜드들소비를 촉진해야 할 브랜드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상품 판매를 중지하거나, 지속가능한 소비를 이끄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화물 방수 천을 리사이클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과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프라이탁은 가방 교환 플랫폼 'S.W.A.P(Shopping Without Any Payment)'를 런칭하고, 2020년부터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 접속 시 이곳으로 연결되게 했다. 더 나아가 작년과 재작년엔 전 세계 공식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동안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2023년엔 무료 가방 대여 캠페인을 진행했고, 24년엔 오프라인에서 S.W.A.P의 가방 교환 서비스를 체험하도록 독려했다.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취리히에 새로운 가방 수리 센터를 열고, 이를 기념해 전 세계 일부 매장에서 선착순 무료 가방 수리 서비스를 진행했다.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를 게재하며 유명세를 탄 파타고니아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하지 않는다. 대신 공식 홈페이지에서 의류 수선 서비스와 수선 방법을 소개하고 전국의 풀뿌리 환경 보호 활동을 알린다. 또한 직원들이 직접 왜 파타고니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세일을 하지 않는지, 환경 보호를 위해 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유쾌하게 설명하는 '악플 읽기'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라이탁의 새로운 리페어스튜디오 ⓒfreitag] [파타고니아의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 ⓒ파타고니아코리아]이밖에 캐나다 뷰티 컴퍼니 데시엠의 브랜드 디 오디너리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짧은 세일기간과 높은 할인율로 충동구매를 야기한다며, 11월 한 달 동안 제품을 할인하는 '슬로우뱀버' 캠페인을 진행한다. 피부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구매를 부추기는 '가짜 혜택 구별 가이드'도 제시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플랫폼 29cm는 올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념해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 유튜버 짐미조와 함께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인터뷰 콘텐츠를 공개했다. 비건 제품 등 환경 관련 상품을 추천해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과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과 YONO 소비 트렌드반소비주의는 이렇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점으로 본격 확산됐다. 반소비주의는 소비 자체를 거부하거나, 사회,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하고, 정치적, 사회적 신념에 따라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를 불매하기도 한다. 90년대 시작된 이 반소비주의는 프리거니즘*의 등장이나 미니멀 라이프의 유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프리거니즘: free와 veganism의 합성어로, 버려진 음식과 물건을 섭취하고 사용하는 반소비주의, 반자본주의 운동[『저소비 생활』ⓒ 알에이치케이코리아]최근 각광받는 트렌드 'YONO (You Only Need One)'는 현재의 소비와 소유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몇 해 전 인기를 끈 YOLO(You Only Live Once)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고, 품질이 좋은 물건을 사 오래 사용하며, 구매할 땐 중고 거래를 찾는 것을 지향한다. 국내 중고 거래 주요 애플리케이션 이용량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점도 이 트렌드를 증명한다. 최근 '저소비 코어'라는 형태로 불리기도 하는데, 일본 유튜버 가제노타미의 저소비 생활을 다룬 『저소비 생활』이 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틱톡의 ‘#Underconsumptioncore 해쉬태그 영상의 조회수가 총 6,000만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지속된 고물가와 경기침체, 저성장 때문에 급부상한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이것 만이 이유는 아니다. 소비를 줄이는 젊은 세대는 친환경 소재의 물건을 사용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로컬 제품을 구매하며, 패스트패션을 거부한다.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의 한 측면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닌,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맞아 이에 동참하는 브랜드와 관련된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이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수도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른 당신이라면, 내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는 나'를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구매하지 않음으로 실천하는 가장 간단한 환경 운동이 될 것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