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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획과 인터뷰. 하루를 여는 한 잔의 이야기.

매년 국내 패션 업계가 소각장으로 밀어내는 미판매 재고의 시장가치는 약 1조 원으로 추산된다. 브랜드 희소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헐값에 털어내느니 태워 없애자는 선택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논리는 통하기 어렵게 됐다. EU의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이하 ESPR)'에 따라 EU 역내에서 대기업의 판매되지 않은 의류, 의류 액세서리, 신발을 폐기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EU가 과잉 생산과 재고 폐기를 더 이상 기업 내부의 비용 문제로만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ESPR 자체는 2024년 7월 발효된 규정으로 올해 7월 19일부터 대기업 제품을 대상으로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규제의 직접적인 범위는 EU시장이지만 유럽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유럽 브랜드의 공급망에 연결된 한국기업도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ESPR로 규제변화를 체감할 패션업계ESPR은 EU가 순환경제 전환을 위해 마련한 핵심 제품 규정이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 설계 단계부터 사용, 수리, 재사용, 재활용,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지속가능성 요건을 부과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ESPR 발효 전에는 2009년 제정된 에코디자인 지침이 있었다. 이 지침이 주로 에너지 관련 제품의 효율 기준을 다뤘다면, ESPR은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식품, 사료, 의약품 등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면 EU시장에 출시되는 거의 모든 실물 제품이 향후 품목별 세부 규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에코디자인 규정 주요 내용 © 한국에너지공단]ESPR로의 인한 변화 방향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제품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고장 났을 때 고쳐 쓸 수 있는지, 수명이 다한 뒤 다시 자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다. 내구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 가능성이 제품 경쟁력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ESPR은 그 자체로 모든 품목에 즉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품목별 세부 요건은 앞으로 위임법령을 통해 단계적으로 구체화 될 예정이다. 다만, 미판매 의류, 액세서리, 신발 폐기 금지에 적용되기 시작하며 패션 업계가 규제신호를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됐다.7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세 가지 변화7월 19일부터 EU 역내 패션 대기업에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첫 번째 변화는 '미판매 재고 폐기 금지'다. 물론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안전상의 이유가 있거나, 제품이 심각하게 손상돼 사용할 수 없거나, 위조품처럼 시장에 유통해서는 안 되는 경우 등은 제한적으로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예외를 적용하기 위해 기업은 예외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예외 조항을 이용해 기존의 소각 관행을 사실상 유지하기는 어렵다.둘째, 미판매 제품 처리에 대한 공시 부담이 커진다. ESPR은 기업이 폐기한 미판매 소비재의 수량, 무게, 폐기 사유, 처리 방식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대기업은 이미 관련 공시 의무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으며, 2027년부터는 보다 표준화된 양식에 따라 보고해야 한다.셋째, 디지털 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이하 DPP)을 둘러싼 준비가 본격화된다. DPP는 제품의 원재료, 구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 정보 등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노출하는 제도다. 소비자와 수리업체, 재활용업체, 규제 당국이 제품 정보를 더 쉽게 확인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단계적으로 구체화 될 DPP 적용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부터 공급망 데이터 수집 체계를 정비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ESPR 시행 예정 일정 및 주요 단계 © TÜV 라인란드(TÜV Rheinland) 공식 홈페이지]유럽에 진출한 한국 패션기업의 과제들ESPR은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EU에 의류나 신발을 직접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물론, 유럽 브랜드에 원단, 부자재, 완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도 직간접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한국 기업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EU 시장에 제품이 놓이는가'다.기후에너지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11만 톤을 상회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의류 소각이나 폐기는 ESPR의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EU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라면 국내 생산, 유통, 재고 처리 방식도 점차 검증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DPP가 본격화되면 제품 데이터는 원재료 조달, 제조, 유통, 사용, 수리, 재활용 단계까지 전과정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LF 헤지스의 첫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리워크 컬렉션’ 포스터 © LF]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산업계도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유관 기관들은 DPP 대응을 위한 시범사업과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섬유, 패션 업계에서는 재고관리, 재활용, 데이터 표준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LF 헤지스(HAZZYS)가 2023년 선보인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리워크(Rework) 컬렉션과 코오롱FnC의 중고 패션 플랫폼 확대처럼 재고와 순환을 연결하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단, 미판매 의류 폐기 규제 대응은 DPP 대응보다 더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DPP가 데이터를 정리하는 문제라면 재고 폐기 금지는 생산량과 판매 전략, 할인 정책, 재판매 채널, 재활용 인프라까지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패션 비즈니스 모델의 조정에 가깝다.패션을 넘어 수출 산업의 이슈인 ESPRESPR의 적용 범위는 패션에만 머물지 않는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2030 워킹플랜'으로 품목별 위임법령 채택 일정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6년 중 철강 위임법령 채택이 예정돼 있으며, 2027년에는 섬유와 의류, 알루미늄, 타이어, 2028년에는 가구, 2029년에는 매트리스 순으로 채택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것이 ESPR 대응이 단순히 팔리지 않은 옷을 태울 수 있는지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위임법령이 쌓여갈수록 한국 수출 기업이 제품 데이터를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공급망 전반에서 환경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검증하는가 EU시장 접근의 전제조건이지 될 것이다. 규제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by Editor L

'비콥(B Corp) 인증'이란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환경적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에게 부여하는 글로벌 인증이자 기업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100여 개국, 160여 개 산업에서 1만 900개 이상의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토스뱅크, 법무법인 디엘지, 임팩트스퀘어 등 30여 개 기업이 비콥 인증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비콥 인증을 운영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 '비랩(B Lab)'은 2025년 4월 새롭게 개정된 인증표준을 공개했다. 새로운 표준은 2026년 3월부터 신규 인증 기업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비랩 창립 이래 일곱 번째 표준 개정이자 19년 만의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비랩은 기업이 지속적인 개선과 공동체적 노력에 중심을 두는 '구조적인 변화(System Change)'로 이번 표준 변화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비랩의 한국 파트너 기관인 비랩코리아는 지난 6월 29일 새로운 인증 표준을 국내 기업 담당자들에게 소개하는 '비콥 인증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는 개정된 비콥 인증 평가 방식, 항목의 세부 내용과 의미로 구성됐다.[설명회에서 비콥 인증에 대해 설명하는 비랩코리아 정태은 사무국장 © ESG.ONL]7개 영역 모든 영역 통과해야 인증받는다이번 인증 표준 개정의 핵심은 기존의 종합 점수 합산 방식을 폐지한 것이다. 이전에는 환경 등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으면 지배구조나 노동환경 등 다른 분야의 부족한 성과를 보완해 종합 점수로 인증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표준에서는 이러한 상쇄 효과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목적 및 이해관계자 지배구조 ▲공정한 노동 ▲정의·형평성·다양성 및 포용성(JEDI) ▲인권 ▲기후 행동 ▲환경 관리 및 순환 ▲대정부관계 및 집단 행동과 같은 7개 임팩트 주제 각각에서 하위 세부 성과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한 영역의 성과로 다른 영역의 공백을 가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새롭게 개정된 비콥 인증표준 7가지 임팩트 주제 © 비랩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7개 주제 중 핵심적인 주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기업의 목적 및 이해관계자 지배구조'는 정의된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사회·환경적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을 요구한다. '공정한 노동 영역'은 양질의 일자리와 공정한 임금 관행, 근로자 피드백의 의사결정 반영을 다룬다. '기후 행동' 영역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데 기여하는 계획 수립을 요구하며, 대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및 과학 기반 목표(Science Based Targets, SBT)까지 포함한다. '대정부관계 및 집합적 행동 영역'은 기업이 시스템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집단으로 노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대응을 넘어, 실질 행동을 향해이번 개정의 배경은 규제환경이다. 새로운 표준은 2026년 9월 발효 예정인 EU의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Empowering Consumers for the Green Transition Directive)'을 준수하여 개발되었다. 해당 규제는 기업이 입증되지 않은 친환경 허위 광고와 같은 그린워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비랩은 그린워싱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표준을 통해 기업이 규제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환경문제에 실질적인 행동을 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은 이후에도 평가 시기마다 표준 준수 여부와 개선 사항을 입증해야 한다. [비콥 인증의 새로운 표준에 대해 설명 중인 빌리 하나피(Billy Hanafee) 비랩 글로벌 인증 운영 전략 리드 © ESG.ONL]비콥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엄격해진 성과 기준이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력과 예산이 제한된 기업일수록 7개 영역 전반에서 기준을 평가하고, 충족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에는 이러한 애로사항을 반영해, 기업이 충족해야 하는 세부요건을 규모와 산업분야에 따라 최소 20개에서 최대 124개까지 달라졌다. 대기업에는 더 많은 요건이, 중소기업에는 기본적인 수준의 요건이 먼저 적용되는 구조다. 비콥 인증을 기업의 '건강검진'에 비유한다면, 이번 개정은 검진항목이 늘어났지만 검진항목 적용은 기업 체급에 맞춰 조정가능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표준은 비콥 인증 기업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든 B 임팩트 평가(B Impact Assessment)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임팩트 성과를 측정해 볼 수 있다. B 임팩트 평가란 비랩이 제공하는 기업의 사회·환경적 임팩트 측정 도구로 지배구조, 기업구성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 등 총 5가지 분야별 기업운영과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한다.최근 ESG 경영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 기업의 비콥 인증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비랩도 인증표준을 정비하고 있다. 인증이 강화되는 만큼 비콥 인증을 획득하는 것은 해외사업 확장이나 투자 유치에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설명회에서 비콥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IT 벤처기업 이큐포올은 북미 시장에서 비콥 인증 기업임을 내세워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었다”며 실질적인 경영 검증도구로서 비콥 인증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비콥 인증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인증이 가진 신뢰의 무게도 달라졌다. 7개 영역 모두에서 책임을 증명하고, 평가 시기마다 그 이행을 꾸준히 확인받는 기업들이 비콥 인증이 통과점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임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 by Editor L

2050년에는 50년 이상 된 오래 된 숲이 우리나라 전체 숲 면적의 7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율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으로 탄소배출량 감소에는 속도가 붙고 있지만 그 감축분을 뒷받침해야 할 흡수원은 오히려 약해지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한국의 감축 전략에서 산림이나 식생 같은 기존 탄소 흡수원 외에 새로운 흡수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맥락에서 지금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발 밑의 땅이 주목받고 있다.탄소 흡수원, 이제 산림을 넘어 토양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21일 상연재 서울역점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 달성 기여를 위한 토양기반 환경기술 개발사업' 착수보고회를 열고, 관련 연구를 본격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토양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 개발을 목표로 진행된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량을 산정하는 행정적 절차인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체계와 연계되어 실질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에 산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탄소 흡수 정책이 이번 사업을 계기로 토양 분야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이하 IPCC)에 따르면 토양은 대기와 식생보다 더 큰 탄소 저장고로 평가되며 토양 탄소 저장량은 약 1,700PgC(페타그램탄소)로 대기 탄소 저장량 870PgC, 식생의 탄소 저장량인 450PgC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IPCC에서 2022년 4월 발간한 제 3실무그룹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4가지 토양 기반 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이 포함된 '10대 탄소 제거 기술'을 소개하며 탄소 흡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10대 탄소제거기술 © IPCC 제3실무그룹 제6차 평가보고서]토양탄소 흡수 및 제거를 위한 사업, 무엇을 연구하나사업 첫해인 올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바이오차(Biochar) 활용 기술 ▲강화된 암석풍화 기술 ▲토양탄소 흡수·제거 통합영향 평가모델 등을 포함해 5가지 기술에 대한 연구를 추진한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바이오차'다. 바이오차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목재나 농업작물 수확 후 남은 부산물, 유기성폐기물 등을 산소가 없는 고온에서 열분해하여 만들어진 물질이다. 바이오차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탄소가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되고, 이를 토양에 살포하는 경우 100년 이상 반영구적으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바이오차의 효과 © 사단법인 코리아비이오차협회 공식 홈페이지]두 번째로 '강화된 암석풍화 기술'은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암석을 분쇄해 토양에 살포하고, 이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흡수하는 기술이다.생성된 탄산염은 토양과 해양 등에 남아 탄소를 격리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통합영향 평가모델' 개발 단계에서는 토양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기술이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적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통합영향 평가모델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핵심적인 평가 도구다.이번 사업은 공공분야 기술개발을 위한 과제로 향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기관 또는 사업자는 개발된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탄소 흡수 기술만큼 중요한 측정 기준토양탄소 흡수 기술의 고도화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뿐만 아니라 기업의 ESG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NDC 이행 상황을 바탕으로 ESG 공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탄소 흡수원 확보는 탄소중립 로드맵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토양탄소 흡수 실적이 공식적인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받게 되면, 기업이 농지나 유휴지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토양 기반 탄소 흡수 실적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 보고서에 반영할 수 있는 MRV체계(측정(Measurement),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토양은 지역별 특성과 기후 조건에 따라 탄소 흡수 및 방출량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준 마련이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하다. [MRV 기반 강화방안 © 재정경제부]지금까지 탄소 감축 전략은 주로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그 반대편, 탄소 흡수 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의 ESG 공시 의무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지금 흡수원을 기반으로 한 탄소 실적 확보는 배출 감축만으로 채울 수 없던 NDC 공백을 메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토양이 탄소중립의 진짜 전략 자원이 되기 위해 기술과 제도가 함께 속도를 내야 한다. by Editor L

2025년 11월,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는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가 세계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훈련하고 실행하는데 성공했다.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GPU) H100이 탑재된 위성에서 구글의 소형언어모델 '젬마(Gemma)'를 실행해 응답을 생성한 것이다. 그리고 반년 뒤인 2026년 6월 12일,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 인프라 개발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기업 가치 2조 달러(약 3,040조원)를 돌파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스타클라우드의 실험은 지구에서 가장 전력소모가 큰 칩이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운용 중인 스타링크(Starlink)위성망을 AI 작업을 처리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망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지상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있는 AI 데이터를 위한 무한한 태양 에너지 활용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스페이스엑스 나스닥 상장 행사 © Nasdaq Newsroom]데이터 센터의 새로운 무대가 될 우주AI 시대의 데이터 센터는 전력을 대량으로 쓰기 때문에 고효율 냉각 체계를 요구하고, 수요 증가 속도에 맞춰 빠르게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이 조건들을 충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945TWh(테라와트시)로 두 배 증가할 예정이며, 그중 AI 최적화 서버가 차지하는 전력 소비량 비중은 2025년 21%에서 2030년 44%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량은 전력 사용량이 작은 국가단위의 전력 사용량을 뛰어넘고 있으며, 적합한 부지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청정에너지만 사용할 것을 선언했던 구글은 2025년 환경영향 보고서에서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넷제로)으로 하는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에너지 공약과 AI 성장 사이에서 빅테크가 선택한 돌파구는 우주다. 우주는 지구가 충족하기 어려운 전력, 냉각,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주에서는 날씨와 시간대 영향을 받지 않아 지속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고 태양은 약 400조W의 전력 에너지를 방출한다. 냉각 측면에서도 우주의 극저온 환경은 지구의 복잡한 냉각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부지 규제와 전력망 포화에 묶인 지구와 달리, 우주의 궤도에는 물리적 제약이 없다. 스페이스엑스부터 구글까지, 우주로 향하는 빅테크 AI 전력 문제의 해법으로 우주가 떠오른 가운데 이 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인물은 단연 일론 머스크다. 2002년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는 올해 1월, 세계다보스포럼에서 "태양 에너지와 극저온 환경 덕분에 우주에서는 AI 데이터 센터 운영에 아주 낮은 비용이 들 것"이라며 우주에 AI 데이터 센터 건설 포부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2월, 스페이스엑스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엑스에이아이(xAI)와 합병했다. 엑스에이아이 또한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엑스 상장에 앞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망에 엑스에이아이의 거대언어모델(LLM)과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을 결합하여 지구 밖 우주 궤도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설명했다.[스페이스엑스에 의해 건설된 위성 스타링크 © 스페이스엑스 공식 홈페이지]그렇다고 우주 데이터 센터 설립이 일론 머스크만의 무대인 것은 아니다. 구글은 2025년 11월, 우주에서 태양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는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발표했다. 기본 구상은 태양광 기반 위성에 구글의 AI 전용 칩 텐서 처리 장치(Tensor Processing Unit)와 광통신 링크를 탑재해 지구 저궤도로 띄우는 것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파트너사 플래닛랩스(Planet Labs)와 함께 2027년 초까지 두 개의 시험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10년 안에 우주 데이터 센터가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처리, 통신지연, 우주 쓰레기까지…넘어야 할 산들우주 데이터 센터 설립을 위한 구상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지만 넘어야 할 기술적 난관도 만만치 않다. 우주 데이터 센터는 열 관리, 방사선 대응, 궤도 안전성, 발사·조립 네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실현이 가능하다. 우주 공간은 저온이지만, 전자장비를 식히는 일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열은 대류가 아닌 적외선 형태로 내뿜는 방사 방식으로만 버려야 하며, 이를 위해 효율 좋은 대형 방열기가 필요하다. 스타클라우드가 첫 위성 실험에서 그래픽 처리 장치를 24시간 계속 돌리지 못한 건 과열 문제 때문이었다. 통신 지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지구 저궤도라 하더라도 데이터 왕복 지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주 데이터 센터는 실시간 서비스보다 거대 AI 모델 학습에 우선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주 쓰레기 충돌 위험과 고장 시 즉각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우주 데이터센터 내 스타클라우드 위성 © 스타클라우드(Starcloud) 홈페이지]우주 데이터 센터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ESG의 E(환경) 의제와 직결된다. 빅테크의 탄소 배출 급증은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우주 데이터 센터가 상용화된다면 지상 데이터 센터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기후 공약 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반면, 위성 대량 발사에 따른 우주 쓰레기 문제와 천문 관측 방해 등 새로운 환경 리스크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의 주소가 우주 궤도로 바뀌는 시대, 기술의 방향만큼 그 속도와 방식도 함께 챙겨봐야 할 때다. by Editor L

한국거래소가 5월 21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의 정기변경을 확정했고 그 결과는 지난 6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됐다. 이번 변경으로 20개 종목 편입, 19개 편출로 지수 출범 약 2년 만에 구성 종목 100개 전체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으로 채워졌다. 이번 정기변경의 핵심은 숫자 교체 자체보다 지수 운영 기조의 전환에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2024년 9월 최초 발표 당시 구성 종목 중 공시 기업이 단 7개에 불과했다. 이후 2024년 12월 25%, 2025년 6월 61%로 공시 비중이 꾸준히 확대됐으며, 이번 조정으로 100%에 도달했다.[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편출 종목 © 한국거래소]공시 이행 여부, 종목의 명암을 가르다이번 정기변경은 한국거래소가 예고한 단계별 운영 계획의 최종 단계인 '3단계' 조치다. 2024년 시작된 운영 1단계 계획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특례편입을 부여, 2년간 지수에 편입된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수 참여를 유도했다. 이듬해 추진된 2단계 운영부터는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표창을 받은 기업에 특례편입을 적용했으며, 공시 이행 기업에는 심사 기준 완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기존 편입 기업 중 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는 시장 평가와 시가 총액 등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페널티를 부여했다. 이번 달 적용된 3단계는 공시를 이행한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하며, 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지수에서 우선적으로 제외될 수 있다.이러한 방향성으로 이번 정기변경에서 업종별 실적 흐름과 공시 이행 여부가 종목의 명암을 갈랐다. 산업재 부문에는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조선 및 전력 인프라 주요 기업들이 상당수 편입됐다. 정보기술 부문에는 SK스퀘어와 테스, 필수 소비재 부문에는 에이피알, 헬스케어 부문은 케어젠, 금융 부문은 NH투자증권 등 총 20개 종목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최근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던 현대로템과 효성중공업, 포스코DX, 풍산 등 대형 산업재 및 정보기술 기업들은 지수에서 빠졌다. 실적 지표가 양호한 기업이라도 공시 없이는 지수에 남기 어렵다는 신호가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된 셈이다.종목 수 99개에서 100개로, 시총 비중 54.6%로 확대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수는 지난해 12월 HD현대인프라코어가 피흡수합병됨에 따라 99개로 감소했으나, 이번 정기변경을 통해 100개로 재조정됐다. 정기변경 완료 후 코스피,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대비 지수 구성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약 54.6%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조선, 방산, IT 등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의 핵심 기업들이 대거 편입된 결과로 지수의 시장 대표성이 한층 넓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ETF 구성 자산에도 이번 변경 내용이 자동 반영된다. 2026년 3월 말 기준 13개 밸류업 ETF의 순자산총액은 2조 6,000억 원으로, 최초 설정 시 대비 439.4% 증가했다. 이번 재편으로 조선 및 인프라 종목의 비중이 확대되고 일부 소비재 및 헬스케어 종목은 비중 축소가 뒤따를 전망에 따라 ETF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도 주목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수 산출 개시일인 2024년 9월 30일 이후 코스피 상승률을 31.8%포인트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금 유입을 견인해 왔다. [코리아 밸류업 기업공시 현황 © 한국거래소 KIND]세제 혜택 요건으로 가속화된 공시 참여단계별 운영 계획 외에 이번 재편이 시행되는 또 다른 배경에는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흐름이 자리한다. 2025년 12월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며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기업의 주식 배당소득에 대해 기존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는 분리과세가 도입되었다. 개정 이후 배당소득 과세특례 혜택을 받으려는 고배당 기업은 공시가 의무 사항이 되었다. 금융소득 2,000만 원 이하 개인 주주는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이 기존 14%에서 9%로 낮아졌고, 기업은 총주주환원 규모가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늘어나면 초과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이 같은 세제 인센티브가 기업 공시 참여의 결정적 동인이 됐다. 2026년 3월 한 달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신규 공시한 기업은 총 409개사로, 이 중 405개사가 고배당 기업에 해당했다. 누적 공시 상장사는 총 590개사로 코스피 307개사, 코스닥 283개사로 집계됐다. 2월 말 181개사에서 한 달 만에 590개사로 급증한 수치다. 고배당 기업의 세제 혜택 요건이 공시 의무와 연동되면서, 밸류업 공시가 자본시장의 필수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본공시 기업수 누적 추이 © 한국거래소 '월간 기업가치 제고 현황']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자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 중심으로 지수를 구성할 방침"이라며 "단계별 운영 계획에 따라 지수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0% 공시 체제라는 형식적 목표는 달성됐지만, 공시의 완결이 기업가치의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기업 공시 내용의 충실도와 계획 이행의 추적 가능성, 주주환원 실적과의 연동 여부 등 질적 기준에 대한 요구가 다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재편을 계기로 상장사들의 추가 공시 참여가 늘어날지, 기존 공시 기업들이 약속을 얼마나 이행하는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 by Editor L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자리에 수천 톤의 폐기물이 남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에서 수거된 현수막은 1,500여 톤에 달했으며, 이번 6·3 지방선거에서도 유사한 규모의 현수막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수막에 종이 공보물까지 더하면 선거가 만들어낸 폐기물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현수막은 석유 정제 시 추출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폴리염화비닐 등 합성수지를 코팅해 만든다. 게다가 잉크와 코팅이 혼합된 구조 탓에 재활용이 어렵다.선거 기간 동안 거리를 점령한 플라스틱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에서 수거된 현수막 가운데 75%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혹은 매립됐다. 소각 과정에서는 유해 물질도 나온다. 특히, 폴리염화비닐 성분은 소각할 때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만들어낸다.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도 상당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연구위원은 현수막 1장의 탄소발자국을 9.38kg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전체 탄소 배출량 중 원료 사용 단계가 약 70%, 폐기 단계가 약 3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현수막 1장이 만들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에 맞먹는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현수막 처리 비용과 행정 부담도 반복되는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선거 종료 후 현수막을 철거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철거가 지연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않고, 결국 각 구청·시청이 수거와 폐기 작업에 나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소각 처리 비용은 톤당 약 29만 원에 이른다. [폐현수막 집하장 안내 ©서울시 기후환경부 인스타그램 ]서울시는 성동구에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을 설치해 25개 자치구에서 수거한 폐현수막을 한 곳에 모아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재활용률이 기존 42%에서 94%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이 역시 서울시 단위의 시도일 뿐, 전국적인 확산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뜯지도 않고 버려지는 종이 공보물현수막보다 규모가 더 큰 문제가 종이 공보물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공보물은 5억 8,000만 부가 발송됐으며, 공보물·투표용지·벽보 등 인쇄에 사용된 종이만 1만 2,853톤에 달했다. 종이 1톤 생산에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무 21만여 그루가 소비된 셈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공보물 수치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후보자 수와 선거구가 더 세분화된 만큼 수치는 유사하거나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공보물이 제대로 읽히지 않고 버려진다는 점이다. 경기도 전역의 몇몇 공동주택 우편함에는 사전투표가 끝난 뒤에도 뜯지 않은 공보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읽히지 않은 채 폐기물이 된 종이들이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9%에 가까운 상황에 대량의 종이 공보물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6·3 지방선거 종이 공보물 © ESG.ONL]공보물에 사용된 종이의 처리 또한 까다롭다. 공보물은 재활용이 어려운 코팅 종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일반폐기물로 취급된다. 막대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공보물이 제대로 읽히지도 않은 채 일반 폐기물로 소각되는 흐름이 선거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전자 공보물로의 전환 논의는 국회에서 수차례 제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거나 공보물을 재생 종이로 만드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세 건 발의됐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고령층 접근성 문제 등의 반론이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시대에 전량 종이 배포를 고집하는 현재의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선거에서 면제받는 환경 책임기업의 ESG 경영 평가에서 폐기물 감축과 자원순환은 환경 부문의 핵심 지표다. 기업에는 배출 폐기물의 재활용률과 처리 방식을 공시하고 감축 목표를 수립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수천 톤의 플라스틱 현수막과 수억 장의 종이를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선거 제도 자체에는 그에 상응하는 환경 책임 기준이 없다.[6·3 지방선거 종료 후 현수막을 수거중인 김원경 원미구청장 © 부천시 공식 통합홍보포털 생생부천]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17개 광역자치단체장과 226개 기초자치단체장의 임기는 2030년까지이며, 이 기간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성과를 점검하는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기후대응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된 단체장들이 임기 첫날부터 수천 톤의 폐기물 처리를 떠안는 모순이 이번 선거에서도 반복되었다. 환경단체들은 선거 주무 부서인 선관위가 폐기물 처리까지 책임지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상태다. 선거 폐기물 관련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4년 뒤 선거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될 것이다. by Editor L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먼 미래인 2050년이 아니라 1968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1968년으로 돌아간다면, 그해 어느 신문 가판대 앞에 서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논쟁 기사를 직접 읽어볼 것이다. 명절에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교통 체증을 걱정하고, 휴게소 음식을 이야기하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도착 시간을 확인한다. 지금의 우리에게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는 미래가 아닌 일상이다.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래 가치하지만 1968년의 사람들에게 경부고속도로는 일상이 아닌 모험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앞서 자동차도 많지 않은 나라에서 왜 고속도로를 지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등장했다. 국가 재정은 넉넉하지 않았고, 도로 포장률도 낮았다. 당시 건설 반대자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과 자동차 보급률을 고려할 때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시급하지 않고, 재정적으로도 현명한 결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967년 한국의 차량 대수는 약 6만 대, 1969년 도로 포장률은 8%에 그치니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1968년 월간지 <세대> 1월호에서 당시 신민당 소속 박영록 국회의원은 "장차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나 너무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국민 부담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김대환 교수도 제2차 경제개발계획에 없던 고속도로 사업을 새로 밀고 나가면, 국민 경제에 부담이 늘어나 경제개발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68년 경부고속도로 공사 현장 © 국가기록원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을 비웃기는 어렵다. 실제로 가난한 나라에서 수백억 원짜리 도로를 짓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론자들이 모두 미래를 보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다만, 그 우려에는 아직 오지 않은 현실이 담기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의 가치는 착공 당시, 도로 위를 오가는 자동차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길은 자동차가 많아서 지어진 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동차와 물류 시대를 불러낸 길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가 기존 철도·국도와 중복을 피하면서 수도권, 영남공업지역, 인천항과 부산항을 연결하는 대동맥 역할과 경제개발의 중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무모한 도전이 남긴 질문이번에는 타임머신을 조금 더 움직여 1970년 포항으로 가보자. 그곳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오갔다. 철광석도 부족하고, 자본도 부족하고, 기술도 부족한 나라가 대규모 제철소를 짓겠다고 했다. 지금의 우리는 포항제철(POSCO)을 한국 제조업의 기초 체력으로 여긴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금 포항제철의 성공이 당연한 성공이 아니었다. 당시 제철소 건설을 향한 비판은 더 노골적이었다.과거 논쟁을 보면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제철소 건설을 "경제성이 없고 자원 낭비며, 전시용"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에서는 차라리 철강을 수입해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에서는 원료도 없고 쓸 곳도 없는 제철공장을 왜 짓느냐며 문제 제기를 했고, "차라리 쌀 부족으로 인한 식량난부터 해결하자"는 식의 비판까지 등장했다. [포항제철소 제 3고로 본체공사 © 포항역사박물관] 당시의 계산으로는 경부고속도로도, 포항제철소도 전망이 불안했다. 비용은 선명했고 편익은 흐릿했다. 지금 당장 투자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지만, 그 돈이 훗날 어떤 산업 지도를 만들지는 누구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의 공통된 운명일지 모른다.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은 거의 없다.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에는 낭비처럼 보였고, 포항제철소도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질문이 바뀌었다. "왜 지었느냐"가 아니라 "없었다면 지금 어땠을까"가 된 것이다.전환의 비용과 지연의 비용, 무엇이 더 비싼가물론 이 이야기를 과거 개발도상국가의 성공담만으로만 여겨서는 곤란하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의 역사에는 지역 불균형, 민주적 토론의 부족, 노동의 희생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있다. 그렇기에 오늘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화두를 다룰 때, 그 시대 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럼에도 과거의 사례들은 현재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미래의 인프라는 지금의 경제성만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가. 재생에너지를 더 늘려야 하는가, 송전망을 얼마나 빠르게 지어야 하는가, 전력시장과 요금 체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질문은 많고 답은 쉽지 않다. "경제성이 없다",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 "전기요금이 오른다", "산업 경쟁력이 약해진다"와 같은 반대 논리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 논리가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니콜라스 스턴의 보고서 '기후변화의 경제학' © Cambridge University]에너지 전환에는 실제로 비용이 든다. 태양광과 풍력만 늘린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송전망 건설, 전력시장 개편, 지역 수용성, 산업 구조 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하고, 누군가는 기존 질서의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미래를 고려한다면 지금 질문이 몇 가지 더 생긴다. 에너지 전환에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늦추면 무엇을 잃는가.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이 2006년 발표한 스턴 보고서 '기후변화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에서 던진 핵심도 이 지점에 있었다. 니콜라스 스턴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강하게 조기 대응하는 편익이 대응하지 않을 때의 경제적 비용을 크게 앞선다고 주장했다.2050년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지금의 신문을 펼쳐본다고 상상해본다. 그 사람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논쟁, 전력 인프라를 둘러싼 갈등, 탄소배출을 중심으로 전기요금과 산업 경쟁력을 둘러싼 여러 공방을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1968년 경부고속도로 논쟁을 읽는 지금의 우리처럼 "그것이 왜 그렇게 논란이었지?" 하며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에너지 전환은 더 복잡하고, 해당 사안에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그래도 바라는 장면은 있다. 2050년의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봤을 때, 에너지 전환을 한때의 불필요했던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를 보며 "그때는 왜 그렇게 의심했을까"라고 생각하듯이 미래 세대가 오늘의 논쟁을 보며 "그때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

모기와 함께 곧 우리를 찾아올 곤충이자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상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곤충이 있다. 바로 붉은등우단털파리(이하 러브버그)다. 짝짓기하며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니는 이 곤충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2015년이지만 본격적인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2022년부터다. 당시 러브버그는 서울 은평구, 마포구 등 서부 지역과 경기 고양시의 길거리를 빼곡하게 메우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기 최북단인 동두천과 연천에서까지 유충이 발견되고 있다. 러브버그는 특유의 생김새와 엄청난 개체수로 혐오스럽다는 여론이 많지만, 동시에 우리 생태계의 일원이자 익충이기도 하다. 올여름과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 어떻게 러브버그와 함께살아갈 수 있을까? 러브버그가 논란이 된 5년 간 밝혀진 대발생의 원인과 논란, 러브버그와의 공생을 위한 방식을 살펴보자.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 국립생물자원관]러브버그는 왜 이렇게 많아진 걸까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동남부, 일본 오키나와 등 따뜻한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던 곤충이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 러브버그의 개체수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우리의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월동하는 유충들의 생존율이 급증했고, 이상 고온은 유충의 성장을 가속시키며 대량의 성충을 발생시켰다. 아울러 이들의 천적인 새와 개구리, 거미 등의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의 도시는 러브버그가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 열섬 현상으로 도심이 더욱 더워지고, 인공조명은 이들을 유인한다. 러브버그 자체의 특성도 한몫했다. 이들은 자동차 매연 냄새를 유충의 먹이인 부엽토 냄새로 착각하며, 밝은 색상을 좋아해 도심 건물이나 벽에 달라붙는다. 심지어 최근 서울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러브버그가 도시에 살기 적합한 살충제 저항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방역이 러브버그의 대발생을 불러왔다는 역설적인 가설도 있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은평구에서 대벌레가 다수 발생했을 당시 이루어진 방역이 러브버그를 불러 온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벌레 방역 과정에서 다른 포식성 곤충이 함께 죽었고, 그 결과 러브버그는 비교적 느린 곤충임에도 다른 곤충에게 먹히지 않은 채 대량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익충 vs 해충, 러브버그를 둘러싼 논란러브버그 자체만 보면 이들은 분명 익충이다. 낙엽이나 썩은 나무 등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이슬이나 꽃꿀을 먹으며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병원균을 옮기거나 물지도 않는다. 이러한 사실과 관계없이 러브버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수천 마리씩 몰려다니며 옷과 방충망에 들러붙고, 사체에서 악취가 나 불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부딪혀 죽은 러브버그의 사체를 방치하면 체액이 산성으로 변해 차량을 부식시키기도 하고, 상가 외벽이나 입구에 붙어 영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서울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간주한다고 밝혔으며, 방제 민원이 업무를 마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러브버그를 기존 해충은 아니더라도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이라고 분류했다.[서울시 대발생 곤충 관리 및 방제 지원에 대한 조례안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 서울환경연합]환경단체는 이러한 분류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더라도 불쾌감을 유발하면 어떤 곤충이든 방제할 수 있다'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분별한 곤충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러브버그만을 방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러브버그와의 여름 일주일을 잘 견디는 것이 환경적, 경제적으로도 낫다는 주장도 있다.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는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키고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박멸 대신 개체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러브버그 방제가 시작되는 2026년국립산림과학원은 2026년 수도권의 러브버그 주요 발생 기간을 6월 15일부터 29일까지로 예측했으며, 6월 24일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보았다. 이에 대비해 지난 5월 7일 국회에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 통과되었고, 이후 5월 21일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 러브버그 대발생 대응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살수 드론, 휴대용 흡충기, 광원 유인제와 포집기 확충 등 성충 방제 방안도 눈에 띄지만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다. 성충을 박멸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유충 단계에서부터 개체수를 제어한다는 점이다. 이때 사용되는 유충 제거용 미생물 제제(Bacillus thuringiensis israelensis,이하 BTI)방식은 이전까지는 모기 유충 제거에 많이 사용되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러브버그와 근연종인 검털파리 유충을 대상으로 한 BTI 실내 검증시험에서 48시간 내 98%가 살충 되었으며 파리목 유충에만 작용하고 다른 동식물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불암산 미생물제제 살포 작업 현장 찾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 기후에너지환경부] 현장 실험도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민원이 폭증했던 인천 계양산에는 물 1t에 방제제 2kg를 섞어 유충이 많이 사는 습한 토양 위주로 분사했고, 은평구 백련산에는 물 1t과 옥수수 낱알에 BTI를 접목해 만든 제제 10kg를 섞어 분사하고 추가 낱알을 뿌렸다. 노원구 수락산과 불암산에서도 관련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한편, 산림청 역시 실내 검증 실험에서 각각 90%와 60%의 살충 효과를 본 곤충 병원성 곰팡이류 방제제, 식물 추출물 방제제를 산에서 시험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위의 방제 방법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학계의 결론이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따른 영향이 확인되니 모니터링하라'는 것으로 수렴한다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화학적 살충제 방제가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 방제가 가능한지, 생태계와 공존을 위한 노력에 대해 여전히 많은 연구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2070년에는 한반도 전체로 러브버그 서식지가 확산된다는 전망이 있다. 징그럽고 때로는 불쾌하게 여겨지는 러브버그와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도 생태계를 함께 이루며 공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많은 고민과 실험이 필요한 지금이다. 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