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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획과 인터뷰. 하루를 여는 한 잔의 이야기.

2026년은 한국 기업의 탄소 비용 구조가 바뀌는 원년이다. 정부가 2025년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은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0%에서 2026년 15.0%, 2027년 20.0%, 2028년 30.0%, 2029년 40.0%, 2030년 50.0%로 단계적으로 상향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도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배출권 유상할당 단계 상향과 CBAM 인증서 의무 구매, 두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민선 9기 지방정부 임기 동안 지역 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준이 그 지역 기업의 탄소 비용을 직접 결정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기업은 배출계수를 낮춰 두 규제 모두에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의 기업은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도 더 높은 탄소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어떤 단체장이 당선되는지에 따라 해당 지역 기업의 ESG 경쟁력 지형이 바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확정 ©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인스타그램]CBAM 본격 시행, 철강 밀집 지역의 과제CBAM은 EU가 2023년 5월 정식 발효한 탄소 관세 제도다. 2025년 12월까지를 전환 기간으로 두고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수입자는 연 1회, 매년 5월 31일까지 직전 해 수입 제품의 총량과 탄소배출량을 신고하고, 배출량만큼의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 배출권 가격과 연동되며, 인증서를 미제출하면 탄소배출량 1톤당 최대 14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한국의 CBAM 대응 비용 부담은 철강에 집중된다. 2022년 기준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EU CBAM 대상 품목 수출에서 철강이 약 90%를 차지한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와 연관 부품·소재 기업이 밀집한 전남, 경북, 충남 지역 입장에서 CBAM은 수출 경쟁력에 직결되는 지역 경제 문제다. 기업이 EU 수출 시 적용받는 CBAM 인증서 비용을 낮추려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 그 지역의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결정적 변수가 된다.이재명 정부는 RE100 산단 조성을 국정과제로 지정했다. 재정경제부가 2026년 1월 9일 발표한 '2026년도 경제성장전략'에는 RE100 산단 내 창업기업에 소득·법인세를 10년 간 100% 면제, 이후 5년 간 50% 추가 감면이라는 세제 지원과 함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한도와 국고 보조비율 상향, 인허가 간소화, 재생에너지 조달비용 인하 방안이 담겼다. 임기 내내 한 단계씩 올라갈 배출권 비용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의 핵심은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니다. 2025년 10월 28일 공포된 배출권거래법 일부개정안은 탄소누출 우려업종과 지자체, 대중교통, 학교, 의료기관 등 특례업종에 무상할당을 유지하되, 단위 제품을 생산할 때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값인 벤치마크(BM) 계수를 2030년까지 상위 20.0%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출효율 기준 할당방식의 기준 자체가 매년 높아진다는 의미로,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국민성장펀드 1호 사업이자 RE100 산단 조성과 관계된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 © 전라남도청]기업이 탄소 비용을 줄이는 실질적 방법은 두 가지다. 배출량 자체를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배출계수를 낮추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지방정부의 인프라 지원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6년 예산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42.0% 증가한 1조 2,703억 원으로 편성하면서 RE100 산단, 영농형 태양광, 해상풍력 확대 등을 위한 금융지원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6,480억 원을 배정한 것도 이 맥락이다. 이 예산의 집행 현장은 지역이고, 집행 속도는 지자체의 행정 역량에 달려 있다.재생에너지 인프라 격차가 지역 기업 경쟁력을 가른다RE100 산단 입지 선정 경쟁에서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지역은 전남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하고 태양광, 해상풍력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전남연구원이 2025년 10월 발간한 이슈리포트 '에너지 전환의 자산어보를 쓰다: 전남형 RE100 산업단지 구축을 위한 제언'은 "전남의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이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 첨단 기업 유치로 연결되도록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에너지 공급-계통 안정화-기업 이행-제도·인센티브 지원-성과 관리의 전 주기 지원 체계를 RE100 산단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영록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가 영암 삼호·삼포지구 RE100 산단 지정과 200만 평 조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것도 이 맥락이다.반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의 기업은 RE100 달성 수단이 제한된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약 9.0%로 OECD 평균(31.0%)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정부가 2030년까지 100GW 설비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실제 확대 속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산업단지의 태양광 잠재량은 4.7GW에 달하지만, 실제 설치된 설비는 0.8GW(17.0%)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기업은 EU에 수출할 때 더 높은 CBAM 비용을 부담하고, 국내 배출권 시장에서도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다.[6.3지방선거 투표용지 예시 © 선거관리위원회]쟁점과 한계: 법적 기반 공백과 보궐선거 변수문제는 공약 의지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이다. RE100 산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체장이 독자적으로 RE100 산단 입지를 확정하고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기는 어렵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감에서 "RE100 산단의 본격 조성 시점인 2026년 이전에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같은 날 치러지는 14석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도 이 맥락에서 중요하다. RE100 산단 특별법 5건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결과는 특별법 처리 일정과 입법 동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CBAM 인증서를 위한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구축도 기업이 독자적으로 담당해야 하지만, 지방정부가 중간지원 역할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의 대응 속도가 달라진다. 단체장 선택과 국회 구성이 동시에 결정되는 6월 3일의 의미가 여기 있다.민선 9기 임기 4년은 발전 부문 유상할당이 10.0%에서 50.0%로 높아지고, CBAM 인증서 의무가 전면화되며, ESG 공시 법정 전환이 겹치는 구간이다. 세 제도가 동시에 강화되는 이 4년 간 지역 기업의 ESG 경쟁력은 그 지역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단체장의 탄소중립 행정 역량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의 기업은 RE100을 이행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잔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지역의 기업은 탄소 비용이 누적되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우리가 6월 3일 선택하는 단체장은 4년간의 지역 탄소 정책만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의 ESG 비용 구조를 함께 결정한다. 전환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무게중심은 여전히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by Editor L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란 공급이 끊길 경우 관련 산업 전체가 흔들릴 만큼 경제에 중요한 광물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전기차 모터, 반도체 칩 모두 제조 과정에서 특정 핵심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핵심광물의 분포가 특정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5(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5)' 보고서는 2035년을 기준으로 중국이 전 세계 정제 리튬과 코발트의 60% 이상, 배터리용 흑연과 희토류의 8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국가에 핵심광물 공급망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 나라가 공급을 조절하면 다른 국가 산업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핵심광물과 외교 © ESG.ONL]원자재에서 외교 무기로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활동을 막자 중국은 미국에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대응했다. 중국은 2023년 갈륨·게르마늄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희토류 7종에 수출허가제를 도입했다. 2026년 1월에는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민간용,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물자인 이중용도품목의 수출을 전격 금지하기도 했다. 핵심광물이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외교 협상 카드가 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심광물의 국내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동맹국과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2026년 2월, 한국, 일본, 호주 등 56개국이 참여한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 이하 FORGE)을 출범하며 안정적인 광물 공급을 보장하는 무역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의 말레이시아 정제련 공장 전경 © 라이너스(Lynas)]일본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가장 앞선 경험을 갖추고 있다. 2010년 중·일 영토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차단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이후 일본은 호주 광산기업 '라이너스(Lynas)'와 손잡고 호주에서 캐낸 희토류를 말레이시아에서 제련하는 루트를 만드는 등 중국을 거치지 않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15년에 걸쳐 조용히 구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미국과 유럽은 희토류 문제의 시급성을 이제 막 깨닫고 있다. 일본은 15년 전에 이미 관련 문제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자립을 위한 과제[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비전 및 추진 전략 © 대한민국 정부]앞선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핵심광물 공급망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중국에서 원소재를 들여오고, 일본에서 가공 소재를 수입해 한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중국이 일본에 수출 통제를 걸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도미노처럼 전달될 수 있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23년, 2030년까지 핵심광물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현재 80%수준에서 5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1월에는 폐배터리 등에서 금속을 회수해 다시 산업 원료로 쓰는 '재자원화'를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 공식 인정하고 육성에 나섰다. 또한 2,500억 원 규모의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펀드도 조성 중이다. 한국은 FORGE에서 2026년 6월까지 의장국을 맡고 있어, 핵심광물 관련 국제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다만, 일본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15년을 준비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양한 핵심광물의 공급선 확보와 국내에서 직접 정제·가공할 수 있는 핵심광물 시설 조성, 중소기업 위주인 재자원화 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하나에도 수십 종의 핵심광물이 들어 있다. 그 광물들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통제하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by Editor L

ESG가 기업 가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논거는 이제 이론의 영역을 넘어섰다. 주가 데이터는 냉정하다. ESG를 전략의 핵심으로 내재화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상승하고, 이를 말로만 내세우거나 역행한 기업은 그렇지 못한 결과로 시장의 혹독한 심판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투자 요인으로 고려하기 시작하며 ESG는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ESG가 프리미엄이 되다ESG의 대표적인 기업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이미 탄소 중립을 달성했고, 2030년까지 탄소 흡수량이 배출량을 초과하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사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이하 MSCI)로부터 ESG 등급 최고 수준인 AAA를 지속적으로 획득하며 2023~2024년 기준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 상위 7% 안에 이름을 올렸다. MSCI의 연구에 따르면 ESG 최상위 기업과 최하위 기업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기자본 비용 격차가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성장주'로 평가받으며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경험하고 있다. 결과로 경쟁사 대비 훨씬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낮은 자본 조달 비용으로 혜택을 누려왔다. 2020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S&P500 지수 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했는데, 이는 AI 사업 확장과 ESG 경영이라는 복합적인 요소가 시너지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마이크로소프트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 전략 ©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블로그]BP, 캠페인의 언어와 달랐던 투자 구조반대로 ESG 경영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 그 파장은 긍정사례보다 훨씬 컸다. 영국 석유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 이하 BP)은 2000년 리브랜딩 캠페인과 함께 사명을 지금의 BP로 변경했다. 해당 캠페인에서 BP는 '석유를 넘어(Beyond Petroleum)'라는 슬로건과 초록빛 로고를 도입하고,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비슷한 시기에 BP는 석유 채굴 영역 확장을 위해 미국의 석유회사인 아르코(Atlantic Richfield Company, ARCO)를 26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2010년,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BP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 이미지는 순식간에 붕괴됐다.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로 침몰하면서 원유가 유출되었다. 유출은 87일간 지속됐고, 11명 사망이라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겼다. 사고 직후 BP의 주가는 수개월에 걸쳐 약 50% 폭락했다. ESG를 앞세웠지만 실질 투자는 뒷받침되지 않았던 '이미지 ESG'의 결말이었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BP는 2025년 초 청정에너지 투자를 50억 달러 이상 삭감하고, 화석연료 생산 목표를 60% 향상시키는 '전략적 리셋(Reset BP)'을 발표했다. 스스로 20년 전 과오와의 단절을 선언한 셈이다.[BP 국제 사업 및 기술 센터 © 브로드웨이 말리안(Broadway Malyan,BP 사옥을 설계한 건축회사) 공식 홈페이지]유니레버, ESG 후퇴가 불러온 투자자 신뢰 이탈ESG의 성공과 실패 중간 지점에서 경고를 던지는 사례도 있다. 영국 화장품 기업 유니레버(Unilever)는 이전 대표 폴 폴먼(Paul Polman)의 재임기인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을 성장 전략으로 추진하며 ESG 경영의 상징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24년 4월에 새로 취임한 하인 슈마허(Hein Schumacher) 대표는 2025년까지 신규 플라스틱 사용을 50% 감축하겠다는 종전의 목표를 2028년까지 40% 감축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유니레버의 ESG 핵심 목표를 대거 철회했다.외부에서는 이러한 전략 변화를 주주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니레버의 주가는 2019년 고점 이후 장기 약세를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유니레버의 ESG 전략 변화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시장은 단순히 ESG 수행 여부 뿐 아니라 기업이 내건 약속을 후퇴시키는 행위 자체를 리스크 신호로 읽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유니레버의 2025년 기후 정책 보고서 (Climate Policy Engagement Review) 표지 © 유니레버 홈페이지]주가는 ESG를 어떻게 읽는가세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 논리는 명확하다. 시장은 ESG를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역량의 문제로 판단한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ESG가 사업 전략에 깊이 내재화 되면 낮은 자본 비용과 기관투자자 선호라는 실질적 재무 혜택이 따른다. 반면, BP처럼 ESG를 내세운 캠페인으로 이미지를 쌓고도 실제 투자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거기에 환경 사고까지 겹친다면 쌓아올린 브랜드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유니레버는 신뢰를 한 번 형성한 이후 그것을 거둬들이는 일이 얼마나 값비싼 선택인지를 증명했다. ESG 공시 의무화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지금 시점에 주가 데이터는 이미 ESG가 '착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닌 '생존 가능성의 지표'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by Editor L

ESG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진 용어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ESG라는 말과 의미를 되새기며 ESG오늘에 접속했다. ESG라는 말이 널리 알려진 오늘이지만 그 유래와 역사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오늘은 ESG의 선구자이자 스승과 같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ESG의 역사를 짚어보자.1950-1990년대 초반 : CSR에서 ESG, 지속가능성으로의 발전ESG의 시작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과 지속가능성 개념의 발전으로 볼 수 있다. CSR 개념은 미국의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Howard Rothmann Bowen)이 1953년에 출간한 저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에 처음 등장했다. 하워드 보웬은 이 책에서 기업인들이 우리 사회의 목표와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과 의사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로만 보던 당대의 시각에 비추어 봤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장은 새로웠다. [하워드 보웬 © 일리노이 대학교]1960년대에 들어서는 CSR 연구가 계속되는 동시에 다양한 시민 운동이 일어났다. 1962년, 미국의 해양 생물 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의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 출간됐다. 이 책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태계에 미치는 포괄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었고, 전 세계적으로 대중 환경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베트남 전쟁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레이첼 카슨과 저서 <침묵의 봄> ©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공식 홈페이지/에코리브르 출판사]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ESG 개념의 본격적인 태동이 시작됐다. 1987년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UNEP)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가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the Brundtland Report, 이하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의제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브룬트란트 보고서는 이 의제를 '미래 세대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성 의제는 인류가 경제적인 진전을 지속하며 환경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 전략을 수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90년 이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각 영역에서 의미 있는 논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원칙을 담은 리우선언의 채택과 함께 세계 3대 환경 협약(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추진되며 ESG E영역의 글로벌 평가 기준이 구축됐다.1990년대 : 존 엘킹턴의 '트리플 보텀 라인' 본격적인 ESG 개념의 등장1990년대 ESG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사건은 작가이자 기업인으로 지속가능경영분야의 권위자인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1994년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이하 TBL)개념을 제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TBL은 기업 ESG 평가의 토대가 되는 개념으로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재무적 이윤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 요소는 3P(이윤(Profit), 지구(Planet), 사람(People))로 구성되며 각각 경제적 이익, 환경 영향, 사회적 책임을 뜻한다. 흔히 손익계산서의 가장 아랫줄(Bottom line)에 기업 이윤이 산출되는데, 기업이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 및 환경적 영향까지 최종 순익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TBL의 등장을 기점으로 기업이 이윤 중심의 경영에서 지속가능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존 엘킹턴은 2020년 대에 들어 TBL이 처음 의도와 다르게 단순 회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TBL은 기업 활동이 어떠한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으로 고안됐으나 기업의 비윤리적 활동까지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존 엘킹턴은 2021년 발간한 저서 '그린스완(Green Swan)'을 통해 개별 기업의 평가와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라는 전 인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존 엘킹턴과 저서 <그린 스완> © 보드인텔리전스(Board Intelligence)공식 홈페이지/ 더난 출판사]2000년대 : 코피 아난의 <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 보고서에서 공식 용어로 처음 등장한 ESG 드디어 2000년대에 들어 ESG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ited Nations Global Compact, 이하 UNGC)가 발표한 보고서 '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Who Cares Wins)'에서 ESG는 처음으로 공식 등장했다. UNGC 창설, 이 보고서의 작성을 주도한 당시 UN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tta Annan)은 55개 금융기업의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한 지침을 만들자고 설득했다. 20대 금융기관과 함께 만든 보고서는 재무분석, 자산 관리, 주식거래에 ESG 의제들을 통합하기 위한 금융업계의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그리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반드시 ESG를 고려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코피 아난 © UN]이후 2006년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이하 PRI)이 출범했다. PRI는 투자자가 기업 투자 결정 과정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인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유엔의 지원하에 설립된 국제적인 행동 지침이다. PRI는 ESG의 전 세계적 확산을 이끈 중요한 촉매 역할을 했으며 2024년 기준 5,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PRI에 서명했다. 한국 역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과 기업들이 PRI에 가입되어 있다.2020년대 :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 ESG가 기업의 필수 경영 전략이 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대표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자신이 투자한 회사 경영진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ESG를 글로벌 기업의 필수 경영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래리 핑크는 이 연례 서한에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의 투자금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기업들에게 '넷제로'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할 것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한때 ESG 경영의 아버지로 불렸던 래리 핑크는 2023년 돌연 ESG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SG가 극단적 정치인들에 의해 무기화가 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래리 핑크는 ESG 용어 대신 '전환기 투자(Transition Investing)'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ESG 활동 자체는 계속 펼쳐 나갈 것이라고도 전했다. 2024년에는 자산운용사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lobal Infrastructure Partners,GIP)를 인수한 래리 핑크는, 재생에너지 및 AI, 탈탄소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래리 핑크 © 블랙록 공식 홈페이지]ESG의 역사와 그 개념의 정의는 단순히 한 사람이나 기관이 만들고, 지켜온 것이 아니다. 많은 국가와 기업, 국제기구의 노력,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각 영역에서의 변화가 이끈 패러다임이다. 그 역사와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돌아보며 ESG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by Editor L

'에너지 전환'이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를 태양광·풍력·수소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장기적 구조 이동을 뜻한다. 요즘 주목받는 에너지 전환 기업 GE버노바(GE Vernova)는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이하 GE)의 에너지 부문이 2024년 독립 분사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가스 발전 장비, 풍력 터빈, 원자력·수력 발전 설비, 전기화 소프트웨어까지 발전과 송배전 전 영역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뉴욕증시에서 GE버노바의 주가가 하루 만에 13% 넘게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은 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93억 달러를 기록했다. GE버노바의 성장은 에너지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가 가스 발전과 전력망 장비 수주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탈탄소 전환 과정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투자자와 산업계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전력 변환 및 송전 기술의 핵심 기지인 GE 버노바 영국 사업장 전경 © GE버노바 공식홈페이지]AI가 만든 에너지 전환의 역설 에너지 전환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일, 즉 전환 과정 자체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놓는다. 세계 에너지 전환 시장은 2024년 기준 3조 80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연평균 10.3%의 성장률로 2030년에는 5조 5,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이 시장이 지금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AI의 역설' 때문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상황에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날씨에 의존하는 에너지원은 24시간 수백 메가와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발전 용량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AI 혁명이 재생에너지 전환 수요와 함께 에너지 발전 인프라의 수요도 동시에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만들어낸 배경이다.[전력의 95%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아마존 데이터센터 © 아마존 뉴스(Amazon News)공식 홈페이지]GE버노바와 지멘스, 에너지 전환 기업의 동반 질주 에너지 전환 기업들이 실제로 담당하는 영역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발전, 전력망, 그리고 재생에너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영역이 AI 수요 급증이라는 하나의 동력 아래 동시에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뜨거운 곳은 가스발전 장비 시장이다. GE버노바는 2024년 GE에서 독립 분사한 이후 가스 발전 장비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2026년 1분기 파워 부문에서만 100억 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한 계약이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역시 올 2월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세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의 동반 수혜는 현재 가스발전 장비 시장이 이른바 '판매자 시장'으로 전환됐음을 보여 준다. 설비 수주 이후 실제 납품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 계약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가격 책정 주도권도 공급자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장기 목표는 재생에너지 전력망 인프라도 또 하나의 핵심 영역이다. GE버노바는 지난 분기 변압기 전문업체 프로렉 GE(Prolec GE)의 잔여지분 50%를 전량 인수해 전력망 공급 역량을 강화했다. 1분기 전력화 부문에서만 데이터센터 지원 목적의 설비 수주가 24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을 한 분기 만에 돌파한 수치다. 지멘스 에너지도 전력망 사업부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부문은 사뭇 다르다. GE버노바의 풍력부문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 하락했고, 손실 규모도 약 3억 8,200만 달러로 확대됐다. GE버노바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풍력 규제 변화가 사업 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사업이행에는 문제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장기 목표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스발전과 전력망이 성장을 이끄는 구조다. [GE 버노바 풍력터빈 © GE버노바 공식홈페이지]GE버노바는 2027년까지 수주 잔고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목표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GE버노바는 2026년 글로벌 관세 충격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2억 5,000만에서 3억 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공급망 불확실성은 장비 부품 조달과 가격 책정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물음은 기후목표와의 정합성이다. 에너지 전환 기업들이 공언하는 역할은 탄소를 줄여 가는 임시 연결다리 역할이지, 화석연료 사용을 유지하는 역할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수익은 가스 발전 장비에 집중돼 있고, 재생에너지 부문은 아직 손실을 내고 있다. 전환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무게 중심은 여전히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by Editor L

2026년 5월 1일, 한국은 처음으로 모든 노동자가 같은 날 쉬는 노동절을 맞이한다. 명칭 복원과 법정공휴일 지정이라는 두 가지 변화는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누가 노동자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변이다.[노동절 관련 게시글 © 고용노동부 인스타그램]1963년, '노동'이라는 단어는 법률에서 지워졌다. 5·16 군사정변 이후 집권한 정부는 노동운동의 자율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노동 관련 법제를 재편했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노동' 대신 '근로'를 택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을, '노동'은 몸을 움직여 일함을 뜻한다. 한쪽은 태도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사실을 기술한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성실한 노무 제공을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닿은 선택이었다. 그 명칭이 63년간 유지되어 오다가 2025년 10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었다. 단어 하나가 바뀌었지만 그 단어가 담고 있던 시대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명칭 교체가 아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름에서 그치지 않았다.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공휴일 지정과 함께 달라진 기준도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절에 한해 휴일 대체가 불가하다는 공식 해석을 내놨다. 다른 공휴일과 달리 특별법이 5월 1일이라는 날짜를 직접 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절에 근무가 불가피하다면 수당 지급 또는 서면 합의에 따른 보상휴가 부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규모 기준도 사라져 변화의 체감도 커진다. 노동절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유급휴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노동절 원칙 만큼은 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공무원 역시 포함된 이번 노동절 휴무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그러나 이 기준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적으로 휴무가 강제되지는 않는다. 이 공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AI 발전에 따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44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존중 입법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하여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법으로 보호하는 방안에도 힘쓰고 있다. 노동자의 조건에서 노동자의 정의로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헤이마켓 광장에 나왔을 때 핵심 쟁점은 '얼마나 일하느냐'였다. 140년이 지난 지금, 쟁점은 '누가 노동자로 인정받느냐'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노동 현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노동절의 기원이 된 미국 헤이마켓 사건 © 위키피디아 커먼즈 ]글로벌 공급망 실사 기준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협력 업체 소속 노동자의 근무 환경과 휴식권은 투자자들이 열람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정량 지표로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는 이 보고서에도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는 기업이 활용하는 노동력이지만 공시 지표 밖에 존재하는 셈이다.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리스크가 없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바이어와 기관투자자들은 공급망을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없던 노동력의 실태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공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고 거래 관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누구를 노동자로 볼 것인가'라는 정의의 공백은 관리되지 않는 채 쌓이다가 한꺼번에 터지는 리스크가 된다. 이번 제도 변화는 그 기준선을 일부 끌어올렸다. 법정공휴일 지정은 '노동자'의 언어를 조금 더 넓혔지만, 노동절이 진짜 모두의 날이 되려면 법 한 줄의 변화보다 넓은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5월 1일은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by Editor L

4월 20일 여수 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시작된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이하 GX Week)·유엔기후변화협약'이 폐막을 앞두고 있다. 주요국 기후 분야 장관급·국제기구 고위급 인사를 포함해 800여 명이 모인 개회식을 시작으로, 행사 기간 내내 총 67개 세션이 쉼 없이 이어졌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감축·적응·재원·이행 등 파리협정 이행의 현주소가 공식 점검됐고, 행사장 바깥에서는 지구의 날 소등 행사와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이 시민들의 일상과 기후의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ESG오늘은 이번 GX Week·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이 한국 기후 외교에 남긴 의미를 한 주간의 흐름 속에서 짚어본다.기후 협상과 에너지 전환이 한자리에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건 처음인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은 GX Week와 연계해 동시 개최됐다. 기후주간은 198개 유엔기후협약 당사국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파리협정 이행의 현주소를 공식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다. 이를 위해 행사 기간 동안 기후·에너지 관련 주제별 행사 25개, 시민 참여행사 11개, 유엔기후변화협약 세션 31개 등 총 67개 세션이 운영됐다. 정부와 산업계는 함께 수송 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이동수단의 전동화 토론회, 지방정부 탄소중립 활성화 포럼, 기후테크 혁신 및 전환금융 포럼 등 다양한 주제로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기후주간에 여수를 방문한 한 시민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에너지 위기 속에 국가와 기관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엿볼 수 있어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GX Week 개막식 현장 © ESG.ONL]UNFCCC 기후주간 개막, 협상의 본론으로오늘 오전 9시에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엑스포홀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의 공식 총회 개회식이 열렸다. 누라 함라지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사무총장, 브라질·튀르키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의장국 대표, 당사국 대표단 등 국제사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대한민국은 기후행동의 선도적 주체로서, 재생에너지를 미래 에너지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세우겠다"며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충 등 탄소중립 가속화 구상을 발표했다. [오늘 오전 개최된 UNFCCC 기후주간 개회식 © 전라남도]GX국제주간이 한국 주도의 녹색대전환 의제를 다루는 자리였다면, UNFCCC 기후주간은 198개 당사국이 파리협정 이행 경과를 공식 점검하는 별도의 국제 협상 무대다.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 관계자가 참여하는 이 자리에서는 올 11월 튀르키예에서 열릴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현안을 점검한다. 더불어 녹색분류체계와 전환금융을 주제로 한 글로벌 포럼, 탄소배출권 시장(K-ETS) 고도화를 위한 한국거래소 간담회 등 행사의 마무리까지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다.행사장에서 실천하는 기후 행동기후주간 동안 행사장 안팎에서는 시민의 실천을 독려하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행사장 내 모든 구역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고 다회용기 사용이 권장됐으며, 주요 호텔과 행사장을 순환하는 친환경수소전기버스가 운영됐다. 여수시는 행정 효율화와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종이 인쇄물을 줄이고 디지털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 [행사장 인근에서 운영된 친환경수소전기버스 © ESG.ONL]행사 기간 중이던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여수시를 비롯해 과천·세종 정부청사, 수원 화성행궁, 부산 광안대교 등 전국 주요 도시와 랜드마크가 오후 8시부터 10분간 일제히 소등 행사에 참여했다. 소등 행사에 약 1만 가구가 참여할 경우 2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으며, 이는 수령 30년 나무 약 20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회의장에서 논의되던 탄소중립이 그 순간만큼은 전국의 스위치 하나로 연결됐다.[GX Week와 UNFCCC 기후주간이 함께 개최된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 ESG.ONL]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대한민국 녹색대전환 추진전략'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임을 밝혔다. 곧 막을 내리는 기후주간이 여수에 남긴 건 합의문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협상장에서 오간 의제들이 11월 COP31 본회의에서 맺게 될 결실, 녹색대전환의 글로벌 표준 국가로 도약할 한국의 기후 외교 행보를 기대해보자.by Editor L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 보호 실천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 기념일이다.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전 세계 곳곳의 빌딩과 랜드마크 불빛을 10분동안 끄는 소등 행사가 진행된다. 모두가 어둠에 잠긴 그 순간, 밝게 빛나는 밤하늘과 함께 지구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구가 선사하는 환경의 의미를 떠올리고,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지구의 날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의 날 공식 포스터 © 기후에너지환경부 ]행동으로 이어진 공감대, 2,000만 명이 거리로 나온 이유미국에서 원유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196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해안에서 유니언 오일 컴퍼니의 해상 시추 시설이 폭발해 약 1,136만 리터의 원유가 유출됐다.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선과 죽어가는 해양생물의 모습은 미국 전역에 충격을 큰 안겼고, 환경문제에 직면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이 사고를 계기로 당시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Gaylord Anton Nelson)은 환경 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1970년 4월 22일을 '지구의 날'이라 선언했다. 그 해에 하버드대학교 학생이던 데니스 헤이즈(Denis Hayes)가 지구의 날 관련 행사를 주도하여 전국적인 확산을 이끌었다. 이 행사에는 약 2,000만 명의 미국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거리와 공원으로 나와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전국적 시위에 나섰다. 이 일을 계기로 1990년부터 지구의 날 행사가 국제적으로 확대됐다.['지구의 날' 제정을 주도한 게이로드 넬슨(Gaylord Anton Nelson) © 지구의 날 조직위원회]다른 나라에서도 환경 관련 입법 논의가 활성화되었다.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선언이 잇따르는 등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구의 날이 선언된 1970년 미국에서 '청정공기법(Clean Air Act)'이 개정됐고, 1972년에는 '청정수질법(Clean Water Act)' 제정과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 설립이 이루어졌다.불을 끄는 10분, 의식을 켜는 10분지난 2022년, 국내 환경 전문 미디어 그리니엄이 지구의 날 소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계산해 봤다. 우선 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를 참고해 지구의 날 참여 인원을 약 300만 명으로 가정했다. 그리고 참여자 1인을 가구 하나로 가정하고, 각 가구당 조명 4개, 형광등 기준 소비전력을 60W(와트)로 설정하여 추산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10분간의 소등으로 약 12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이 절감된다. 이는 91kW(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환산하면 약 55톤CO₂eq(씨오투이큐)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지구의 날을 맞아 실천하는 작은 행동의 결과는 절대 작지 않아 보인다.[2020년 지구의날을 맞아 서울n타워 외부조명이 소등한 모습 ©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하지만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과 비교하면 이 숫자는 초라해진다.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인 6억 9,158만 톤CO₂eq에서 10분 소등으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00008%에 불과하다. 10분 뒤에는 모든 건물의 불빛이 원상복귀되어 영구적인 에너지 감축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이처럼 우리가 실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과 비교하면 지구의 날 행사가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이 지구의 날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지구의 날 행사는 온실가스 감축량이라는 숫자만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우리에게 환경 문제를 보다 일상적인 문제로 와닿게 하듯, 지구의 날 행사 역시 일상을 잠시 멈춘 순간에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지구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지구의 날에 감수하는 10분간의 어둠과 함께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빛과 온기는 무엇과 맞바꾼 것일까 돌아보자. 1년 중 단 10분이라도 그 시간을 통해 우리가 지구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일상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by Editor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