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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기획과 인터뷰. 하루를 여는 한 잔의 이야기.

'제 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이하 UNFCCC) 기후변화주간'이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열린다. UNFCCC 기후변화주간은 매년 11월 열리는 당사국총회(이하 COP)의 공식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국제 환경 행사다. COP에서는 UNFCCC에 가입한 198개국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결정한다. 연계해 정부는 이번 기후변주간 행사 기간에 '대한민국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이하 GX Week)'을 개최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GX Week의 의미를 현장에서 담아본다.[UNFCCC 기후변화주간, GX Week가 열리는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 ESG.ONL]브라질까지 향한 여수의 의지기후변화주간이 여수에서 열리기 까지는 사실 긴 준비기간이 있었다. 2025년 9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전국단위 공모에서 전라남도 여수가 개최 후보지로 선정됐다. 그리고 같은 해인 작년 11월, 여수시는 브라질에서 열린 COP30 현장까지 직접 대표단을 꾸려 날아갔다. 대표단은 COP30 한국홍보관에서 정책발표회를 열고, 기후변주간 유치를 위한 전략과 대응 방안, 한국의 탄소중립 비전을 설명하며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김영록 전라남도 지사는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 UNFCCC 사무총장에게 직접 친서를 전달하며 유치에 성공했다.한국이 국제 무대에 선다는 것여수는 2008년 국내 최초로 기후보호주간을 출범한 이래 2012년 세계박람회에서 해양생태계 보전을 촉구하는 '여수선언'을 발표했다. 2021년에는 도시환경협약 여수정상회의를 통해 전 세계 도시 정상과 탄소중립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20여 년에 걸쳐 쌓아온 기후행동의 이력이 여수를 이 자리까지 이끌었다. 그만큼 오늘 오전 기후변화주간의 시작과 함께 열린 GX Week 개막식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 아젠다를 설정하는 핵심무대 여수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개막식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UNFCCC 사무총장 사이먼 스티엘, 일본 경제산업성 차관 타케히코 마츠오, 주한 EU대사 우고 아스투토를 비롯해 각국의 기후·에너지 부처 장·차관, 국제기구의 고위급 인사, 학계 전문가, 시민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영록 전라남도 지사 역시 축사와 참석으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GX Week 선언에 나선 참석자들 © ESG.ONL]여수에서 모인 세계의 결의여수 GX Week 개막식과 토론에 참석한 연사들은 화석연료 의존에 따른 위기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연사들은 AI 시대의 초전력 수요 급증 등 글로벌 에너지 위기상황으로 에너지 전환이 환경 보호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미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에서 각국은 구체적인 이행전략의 현재와 속도를 공유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율 20% 확대, 햇빛·바람 소득 전국 확산 등 녹색대전환을 핵심 국정전략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으며, 전라남도는 여수 세계석유단지의 수소 전환과 블루카본 확대로 저탄소 전환의 선도 거점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GX2040 비전과 배출권거래제 도입, 10년간 150조 엔 투자로 탈탄소화를 가속하고, EU는 'Fit for 55'로 2030년 온실가스 55% 감축·재생에너지 45% 확대를 법적 의무로 추진하고 있다. [GX Week 개막식 토론 © ESG.ONL]이어진 개회식 2부 패널토론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안보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김상협 GGGI 사무총장, 누라 함라지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사무총장, 주한 노르웨이 대사, 볼리비아·베트남 차관 등 각국 고위급 인사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정책은 불가분의 관계로 반드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재생에너지원 다각화를 통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탄소가격제 등 안정적 규제 체계 구축, 민간 투자 유도 방안 등 실질적인 이행 전략이 논의됐으며, 해상풍력·수소 분야에서의 국제 기술협력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야외 행사장 이벤트 부스 © ESG.ONL]전시장에서 만난 지속가능한 일상의제가 발표된 엑스포홀 밖 행사장에는 녹색대전환의 메시지를 담은 전시, 체험행사를 진행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부스에서는 퀴즈를 통해 재활용 양우산과 폐어망으로 만든 거북이 보틀 오프너를 증정하며 해양 폐기물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수도권 폐기물의 친환경 처리와 자원화를 선도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양말 제조 후 남은 양말목으로 냄비받침 공예를 만드는 체험 행사를 통해 일상 속 자원순환의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다.정부, 공공기관이 즐비한 전시장에서 민간 패션 브랜드로 유독 눈길을 끈 H&M은 최근 지속가능한 패션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혁신 소재 기반의 스텔라 매카트니 컬렉션, 전체 소재의 91%를 재활용·지속가능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는 H&M의 공급망 관리 정보를 알렸다. 행사 현장의 부스들은 모두 탄소중립이 거창한 정책 목표가 아니라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된 의의를 가진다.여수 GX Week는 오늘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21일 AI 시대 에너지 전략 대화, 23일 기후테크 혁신포럼, 24일 녹색분류체계와 전환금융 글로벌 포럼 등 총 67개 세션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대한민국 녹색대전환(K-GX) 추진전략'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선제적으로 형성하고, 글로벌 기후·에너지 협력 기반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국제 의제 설정의 중심에 선 여수가 이번 한 주를 어떤 결의와 성과로 채울지, 그 과정이 주목된다.by Editor L

코스피 6,000 시대. 한국 증시가 국제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은 재무적 성과보다 이사회를 향했다. 4월 1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일본·영국·미국 등 각국의 연사들이 반복해서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기업지배구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냐는 것이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 이하 ICGN)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은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를 글로벌 맥락 위에 놓고 진단하는 자리였다. 컨퍼런스에 모인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과와 스튜어드십 코드의 진화, 투자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준 을 주요하게 논의했다.[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 공식 포스터 © 한국거래소]숫자가 말하는 밸류업의 성과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한국 증권 시장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평가의 중심에는 2024년 7월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이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이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과 소통 과정을 자발적으로 밟으며 주주가치를 높이고, 그 노력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국내 기업들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시장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2월 상법 개정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 속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 자리를 잡으며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코스피는 6,000을 돌파했고, 주주환원이 커지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2024년 9월 출범한 코리아 밸류업 인덱스 공시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 시장의 약 72%에 이른다. 숫자만큼 주목할 변화는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 변화다. 이전에는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이후에만 이사진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이사진이 먼저 연락해 투자자의 시각을 묻는 방식의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개선으로, 기업의 거버넌스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제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적 변화다만 컨퍼런스에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지적됐다. 소수 주주가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이사 임기를 분산 조정하거나 이사회 정원 자체를 줄여 소수주주의 후보 추천권을 사실상 차단하는 사례가 거론됐다. 자기주식 처분 시 '경영상 목적'이라는 모호한 근거를 정관에 신설하는 기업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주주환원을 강화하려는 상법 개정 취지와 정반대 방향이라는 지적이었다.독립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역시 풀리지 않은 숙제다. 이사 선임이 통상 인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형식은 갖추고 있어도 실제로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조차 그 간극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깊다. 제도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채우는 속도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컨퍼런스의 세션들의 공통된 결론이었다.[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 중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혁: 오늘의 변화와 내일의 기회' 주제 패널 토론 © ESG.ONL]증시와 공진화하는 투자자의 기준한국 증시도 전에 없던 성장세를 보이는 지금, 우리 증시에 주목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핵심은 스튜어드십 코드다. 기관투자자가 단순한 주주를 넘어 투자 기업의 경영에 책임 있게 관여하도록 하는 이 민간 자율 규범은 큰 변화 없이 유지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 등 관계부처,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큰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구체적으로 내실화 방안은 올해부터 자산운용사, 연기금부터 우선 점검을 추진하고, 기관투자자 등 이행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발전방향을 담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서명 기관이 매년 실제 활동을 보고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업지배구조 코드 개정 협의안을 이번 컨퍼런스 기간 중 공개하며 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도 공시 선진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글로벌 투자자들이 실제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ICGN 참여국들이 이와 같은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한편,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이하 SEC)가 주주 제안 심사에서 손을 떼는 방향으로의 태도변화가 논란이 됐다. 기존 기업의 주주 제안을 주총 안건에서 제외하려 할 때 SEC의 사전 검토를 거쳐야 했지만 2025년부터 SEC는 안건 제외 요청에 대해 실질적 판단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업이 스스로 안건을 제외할 수 있는 재량이 커진 셈으로 ESG 측면에서 주주 제안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럽연합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작년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옴니버스 패키지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등 지속가능성 규제 적용범위를 축소하고, 공시의무를 완화한다는 우려를 샀다. 기업 대상 규제가 과도하다는 산업계의 반발을 수용한 결과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ESG 공시를 강화하려는 흐름과 약화시키려는 흐름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 에서 발표 중인 젠 시슨(Jen Sisson) ICGN CEO © ESG.ONL]투자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준은 그럼에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업이 ESG 위원회를 운영하는지 여부 보다 위원회의 논의가 실제 자본 배분 결정으로 이어지는지, 임원 보수와 성과 평가에 ESG 목표가 반영되어 있는지, 그 결과가 이사회 전체에 보고되고 있는지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지점이다. 한국거래소가 신설한 영문 ESG 포털은 이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기업을 판단하는 첫 번째 창구로 기능한다. 올해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5월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임원 보수를 기업 성과와 비교 공시해야 한다. 각국 공시기준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가 제시한 글로벌 기준에 점차 맞춰지는 추세다. 이번 컨퍼런스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자본시장은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의 레이더 망 안에 들어있고, 그들이 보는 기준은 숫자를 넘어 구조와 실제로 이동하고 있다.by Editor L

가상자산도 기부할 수 있을까? 좋은 의미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개인이나 기업이 공익 목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자 하더라도 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비영리법인이 이를 제도권 안에서 수령하고 현금화할 공식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가능성으로만 머물던 가상자산 기부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가상자산 기부의 제도화2025년 6월, 금융당국이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상자산 매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비영리법인에 대해 매도용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내부통제 체계 확보와 매도 사전·사후 공시의무 부과, 자금세탁방지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이 공익재원으로 활용되기 위해 필요한 공익성과 투명한 운영 조건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비영리법인 및 가상자산거래소 매각 가이드라인 비교 © 금융위원회]가상자산 기부, 운영은 이렇게2025년 12월 18일부터 2026년 3월 18일까지 대한민국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비영리법인 사회연대은행은 취약계층 자립 지원을 위한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코빗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기부 플랫폼 환경을 구축하고, 기부자들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가상자산을 기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캠페인을 통해 조성된 기부금은 앞으로 사회연대은행이 지원하는 취약계층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가상자산 기부금이 실제 공익재원으로 전환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절차를 보여준 사례다.[코빗 x 사회연대은행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 대표 이미지 © 사회연대은행]캠페인의 구체적인 운영 단계에서 양사는 참여자 명단을 바탕으로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가상자산 기부심의위원회 운영 절차를 마련해 기부의 적정성과 현금화 계획을 내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했다. 또한, 심의위원회에서 공지한 일정에 따라 지체 없이 현금화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참여자에게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다. 투자 수단을 넘어, 나눔의 도구로사회연대은행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조성된 가상자산 기부금을 '함께온기금'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께온기금은 사회연대은행이 운영하는 사회적금융 기금으로 금융취약계층의 생활 안정과 금융교육 등의 지원을 목표로 한다. [코빗 x 사회연대은행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 이미지 © 사회연대은행]코빗과 사회연대은행이 협업한 이번 캠페인은 그간 투자와 결제 수단으로만 쓰이던 가상자산이 사회적금융으로서 역할을 하고, 지속 가능한 재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존 금융 구조와 자산의 흐름에 익숙한 캠페인 참여자들이 제도권 금융 밖에 있는 이들의 자립을 돕고, 그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도록 하는 사회적금융기금 운영 방식에 공감했다는 점에서도 이 캠페인은 의미있는 시도다.가상자산의 활용 범위를 한 단계 넓힌 이번 캠페인은 기업이 공익 목적의 가상자산 기부를 어떻게 설계하고, 기부 참여자의 신뢰를 쌓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by Editor L

4월 11일은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도시농업의 날'이다. 봄철 농사가 시작되는 4월과 흙(土)을 상징하는 11을 결합해 정해진 이날은 201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도시농업은 말 그대로 도시와 농업이 합쳐진 말로 도시의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 수목, 화초를 재배하거나 양봉처럼 곤충을 사육하는 행위를 뜻한다. 옥상 정원을 가꾸고, 베란다에서 상추를 키우는 일 등등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도시에서 농업을 마주하고 있다. 올해 10회를 맞이한 도시농업이 일상 속 ESG와 어떤 식으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그 효과와 사례들을 살펴보자.도시농업의 역사와 가치우리나라 도시농업은 1992년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의 주말농장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주 5일제 근무로 여가 시간이 늘고, 웰빙 문화가 각광받으면서 도시농업 활동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우려, 유전자 조작 식품 논란, 광우병 파동 등 사건을 거치며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소비하거나 직접 재배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2011년에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농업을 지원할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2017년부터는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제도로 도시농업 전문 인력도 양성되고 있다. [도시텃밭 참여 현황 © 모두가도시농부(농심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도시농업의 경제, 사회, 환경적 가치 총액은 2023년 기준 약 5조 원이 넘는다. 도시농업은 농산물을 소비하거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해 발생한 경제적 효과 외에도 1조 3,416억 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와 7,681억 원 규모의 환경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된다. 사회적 가치로는 유대감 강화와 공동체 형성, 환경 교육, 정신적 휴식 등을 꼽을 수 있다. 환경적 가치로는 생물 다양성 증진, 탄소 저감, 도시 열섬 현상 완화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농사에 폐열을 활용하거나, 건물 옥상을 농원화해 냉난방비를 16.6% 아끼는 효과도 있으니 도시농업의 가치는 작지 않다.지하철 역사부터 옥상까지, 도시농업의 현장 학교 텃밭과 공공기관의 옥상 정원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 현장이 우리 곁에 있다. 도시농업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사례가 있다. 먼저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지하철역의 스마트팜인 '메트로팜'을 살펴보자.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역사 내 유휴 공간에 ICT 기술을 활용하여 계절과 기후에 상관없이 작물을 재배하고 공급할 수 있는 메트로팜을 조성했다. 현재 메트로팜은 상도역, 답십리역, 천왕역, 충정로역, 을지로3가역 총 5곳에 자리 잡고 있다. 메트로팜에서는 주로 엽채류와 허브류가 재배되는데, 이는 쌈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작물을 선택한 결과다.[상도역 메트로팜에 방문한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 © 농림축산식품부]인천광역시의 '이음텃밭'은 농사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공동체 형성, 사회 공헌을 지향한다. 인천 송도동 유휴지에 조성된 이음텃밭에서 시민들은 직접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참가비는 없지만 공동체 운영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며, 쉼터, 배수로 정비 같은 텃밭 유지 관리와 기부 텃밭 농사 자원활동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운영사무실은 태양광 발전, 소형 풍력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사용하며, 수도나 지하수 대신 빗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음텃밭은 2025년 334명 시민, 26개 단체가 참여하고, 14회에 걸쳐 총 872 kg의 농산물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등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양봉' 역시 대표적인 도시농업 사례다. 도시양봉은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도시 생태계 회복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전체 벌 개체수가 줄어들다 보니 역설적으로 지금의 도시는 농약 등의 위험이 적어 작은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별로 도시 양봉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관악구는 2015년부터 낙성대 텃밭에 도시 양봉장을 설치하고 운영해 2022년까지 총 1597.5kg의 꿀을 수확했다. 한편, 기업들도 ESG 활동의 일환으로 도시 양봉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케아는 작년에 도시 양봉 소셜 벤처 기업 어반비즈서울과 협력하여 광명점과 고양점의 옥상 및 야외공간에서 도시 양봉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수확된 꿀은 이케아 내 팝업스토어 등에서 판매했다. [도시 양봉 사업을 진행한 이케아 © 이케아코리아 ]해마다 도시농업의 날을 맞아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농업의 날 기념일 주간인 4월 7일부터 12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과 함께 도시농업의 날 행사를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각종 반려식물과 씨앗 나눔 행사 또한 열린다.도시농업이 환경을 넘어 공동체와 문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행사, 그리고 도시농업 현장에 참여하여 우리 곁 도시와 자연의 공존을 만끽해 보자.by Editor L

대학 교정이 개강한 학생들로 붐비던 3월이 지나 어느덧 벚꽃 피고지는 4월이 왔다. 새로운 시작의 계절, ESG오늘은 서울대학교의 유일한 ESG 전문학회인 '서울대학교 지속가능경영학회(Society for Sustainable Business Management, 이하 SSBM)' 학회원들을 만나 이들의 활동과 기업 ESG에 대해 공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SR에서 출발해 ESG 전문학회로SSBM은 2006년 창립 이후 대학생의 시각으로 기업활동을 분석하며 ESG 경영의 현주소를 짚어왔다. SSBM의 뿌리는 'SNU CSR'이라는 이름의 기업 사회공헌 연구 학회다. 2020년대에 들어 ESG가 경영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며 CSR과 ESG를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지금의 SSBM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약 20여 명의 SSBM 학회원들은 매 학기 12회에 이르는 세션을 진행하며 ESG를 연구한다. SSBM에서 진행하는 세션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ISSB 공시 세션'이다.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이하 ISSB) 기준에 맞춰 ESG 공시가 법정화되는 추세를 반영해 공시 세션에서 ISSB 공시 기준 스터디를 2주동안 진행한다. SSBM은 삼정KPMG, KB금융지주, CJ제일제당 등 굵직한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이어오며 학계와 업계를 잇는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해왔다. 학회의 모든 세션은 최종 단계인 산학협력, 즉 실증경험을 염두하고 진행되므로 두 번째 세션인 'ESG 경영전략 스터디'에서는 기존 기수와 현 기수 학회원들이 함께 산업군별 경영 전략에 관한 ESG 문제를 만들어 문제 풀이를 진행한다.세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군 별 핵심 기업을 선정해 '기업 ESG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에는 주로 최근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던 기업의 주요 ESG 이슈에 대한 평가를 담고,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정책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한다. 세션의 마지막 단계는 '산학협력'이다. 그간 연구한 내용을 실증적으로 풀어볼 수 있는 기회인 산학협력을 마치면 한 학기가 마무리된다. 학회 활동에는 이러한 주요 세션 외에도 '외부 연사 초청 강연'이 있다. 기업 현직자를 초청해 ESG 실무에 관한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로 지난 학기에는 HD현대오일뱅크, ERM 등의 기업의 ESG 전문가들이 강연했다. [외부 연사 초청강연 모습(ERM Korea 신언빈 파트너) © SSBM]ESG를 현장에서 경험하다 : 산학협력이 남긴 것대학생 학회원들에게 기업 실무자와 협업하는 산학협력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CJ 제일제당 산학협력에 참여했던 문한빛 학회장은 "학회 구성원이 되기 전에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막연히 인턴 업무 체험같은 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기업 담당자분들이 저희에게 요구하는 건 학생들의 시선이었다"며 학생 입장에서의 접근과 기업 입장에서의 접근차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삼정 KPMG 산학협력에 참여한 임재영 부학회장도 "보통 ESG 전략이라면 기업이 산업군 내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할 거라 여기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ESG 컨설팅을 추진하는 기업 중에는 ESG로 업계를 선도하기 보다 ESG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 또는 이사회에 ESG 규제준수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ESG에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는 점은 학생들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소풍벤처스 산학협력에 참여한 문나영 학회원은 "평소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생태계와 벤처캐피탈의 투자 관점, ESG 접근 방식을 경험할 수 있어 신선했다"고 말했다. 문한빛 학회장은 산학협력은 경험뿐만 아니라 기업경영, ESG 경영 측면에서 연구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 도움을 얻은 시간이라고 정리했다.[산학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한빛 학회장 © ESG.ONL]ESG의 현황을 담다: 학회지 <서스테이너빌리티 리뷰>SSBM은 이렇게 스터디세션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회지로 발표하기도 한다. SSBM 학회원들은 학회지 서스테이너빌리티 리뷰(Sustainability Review, 이하 SR)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COP30, RE100처럼 ESG와 밀접한 주제를 학회원들이 직접 글로 쓰고 편집한다. SR에서는 주로 상법 개정안이나 AI 도입에 따른 노동 이슈 변화처럼 최근 사회적인 관심을 모은 이슈나 학생 개인이 홀로 공부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최근 SR에 유럽 지속가능성공시기준(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이하 ESRS)에 대한 글을 실은 임재영 부학회장은 "보통 공시기준 스터디는 ISSB를 연구하지만, 유럽에서는 ESRS가 도입되는 상황 속에 아직 국내 기업 중 ESRS를 적용하는 기업이 없어 학회원들과 함께 공부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래서 SR 글 주제로 다루게 되었다"며, 이 외에도 학회원들의 다양한 전공 수업에서 다룬 주제를 발전시켜서 SR에 기고하기도 한다고 편집방향을 밝혔다.[SSBM 학회 단체 사진 © SSBM]이론을 넘어, 시야를 넓히다문한빛 학회장은 "학교 수업에서는 실무가 아닌 이론 위주로 배우다 보니, 배우는 지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SSBM에서의 활동은 이론과 실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학회 활동의 이유를 말했다. 학회원 대다수가 컨설팅 업계를 비롯해 산학협력한 기업에 관심이 많고, 산학협력 이후 해당 기업으로 진로를 확장하는 식으로 진로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앞으로 기업들의 ESG 실무를 만들고, 이끌어 갈 인재로 성장해 갈 것이다. 임재영 부학회장은 "ESG를 기업 현장에서 실현하려면 결국 재무적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금융 지식을 쌓고 있다"며 학회 활동이 진로와 시야를 함께 넓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ESG는 아직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로서 인식되는 상황이라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기업경영에서 ESG가 재무적 지표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날을 앞당기고 싶다는 SSBM 학회원들의 바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산학협력 현장에서 익힌 실무 감각과 꼼꼼히 채워온 지식 위에 서 있다. 이들이 지금 준비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ESG가 기업 현장에서 진짜 언어가 되는 날 우리의 기업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그 변화의 첫 페이지를 오늘의 대학생들이 쓰고 있다.by Editor L

전 세계 보건 의료부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순 배출량의 약 4.4%를 차지한다. 이 배출량 중 5% 가량을 차지하는 ‘의료폐기물’이란 보건의료기관과 동물병원 등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중 감염 우려가 있는 폐기물을 의미한다. 이는 적은 비율로 보일 수 있겠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진료가 끝난 뒤, 일회용품 쓰레기는 얼마나 나왔을까? 마스크, 주사와 주삿바늘, 주사액이 담긴 병, 멸균 소독된 의료기기를 담았던 봉지, 알코올 솜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만 해도 적지 않다. 병원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도 무수히 많은 의료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각과 멸균 분쇄를 통한 의료폐기물 처리한국의 의료폐기물 규정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다소 엄격한 편이다. 2022년 국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약 23만 톤이며 그중 97.5%가 소각 처리되었다. 현재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전국에 13곳이 있다. 적지는 않지만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서울이나 제주 등지에는 소각장이 없어서 의료폐기물을 장거리 운송하는 데에도 상당한 탄소와 감염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반대로 인해 신규 소각장 건립도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 기준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19만 톤으로 이전 대비 감축하면서 소각장 가동에도 여유가 생겼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10년 전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는 그 양이 23% 증가한 상황으로 여전히 의료폐기물 감축과 친환경적인 처리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의료폐기물 발생 현황 © 한국환경공단]소각 외에 처리 방법은 고온 고압으로 의료폐기물을 멸균한 뒤 분쇄해 일반 폐기물로 배출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소각에 비해 70% 정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고압 멸균이나 화학적 방식으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이 흔하다. 한국에서는 대형병원 네 곳에서만 사용되던 방식이지만 최근 멸균 분쇄 시설이 중소병원까지 설치 가능하게끔 조정되면서 다양한 국내 연구진과 기업의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분리배출, 의료폐기물 감축의 첫걸음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해 모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올바른 분리배출이다. WHO 역시 병원 폐기물량 중 약 85%는 유해하지 않은 폐기물이라고 밝히며 분리배출을 강조한 바 있다. 2019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분리배출을 통해 의료폐기물을 약 2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국내 병원들은 의료폐기물 감축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삼성서울병원 사례가 있다. 2025 삼성서울병원 ESG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의료폐기물 791톤을 감축했다. 병원 관계자가 한 포럼에서 밝힌 내용과 ESG 보고서를 종합하면, 먼저 간호사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간호 스테이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용품 포장지를 일반폐기물로 분리 하도록 했다.아울러 병상마다 비치된 의료폐기물 수거함에 일반쓰레기가 7~80%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해 일반쓰레기통과 의료폐기물 수거함의 위치를 변경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단기간에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양을 줄였다. 이밖에도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관행적으로 의료폐기물 처리되는 수술실 발생 폐기물들 중 재활용 가능한 의료폐기물이나 일반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는 간호사들의 의견에 따라 수술실 의료폐기물의 분리배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 삼성서울병원]일회용에서 재사용으로, 의료현장의 친환경 전환수술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입는 가운은 대부분 일회용이다. WHO는 일회용 의료가운 사용과 재사용 가운이 감염률 등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사용 가운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는 2000년부터 재사용 가운을 사용해 690톤의 의료폐기물을 줄였다. 의료기관에 위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업체 ‘스테리케어’ 또한 의료용 신소재로 재사용 가운을 개발해 국내 병원에 납품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실에서도 의료기기 재사용을 향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유럽과 미국의 의료계는 2020년경부터 내시경 검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의 소화기 내시경실의 연간 탄소 배출량만 8만 6천 톤에 달하고, 병상 1개마다 하루 평균 의료폐기물이 3kg씩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녹색 내시경(Green Endoscopy) 지침’을 발표했다. 녹색 내시경 지침이란 소화기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 폐기물, 탄소 배출, 에너지 소비를 줄여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활동을 뜻한다.국내에서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이를 따라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녹색 내시경 TF를 발족하여 친환경 내시경 검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의 내용은 먼저 내시경에 쓰이는 관을 철저히 소독해 재사용하고, 내시경 검사를 불필요하게 많이 받는 한국인에게 꼭 생애주기에 맞는 필요한 검사만 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국내 녹색 내시경 TF는 친환경 내시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내시경 검사를 추구하는 전략을 목표로 한다. 전문영역인 의료과정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잘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영향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삶에 연결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놓을 수는 없다. 현장에서의 노력을 잘 알고, 환영한다면 병원과 정책기관의 변화 역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by Editor L

산소로 호흡하는 생명체와 암모니아 대기에서 진화한 생명체는 생물학적으로 공통점이 없었다. 감각 기관도, 소통 방식도, 존재의 물리적 조건도 달랐다. 그러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에서 두 생명체 라일런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역, 이하 그레이스)와 로키는 협력했다. 단 하나의 공통점, 자신이 속한 별이 동일한 위협으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로 말이다.['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속 장면 1 © 소니 픽쳐스]'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미국의 소설가 앤디 위어가 2021년 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태양 에너지를 잠식하는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지구 상의 인류가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과학 교사 그레이스가 인류를 구하기 위한 임무에 파견된다. 광년 거리의 우주에서 홀로 깨어난 그는 외계 존재 로키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수학과 진동수를 매개로 소통한다. SF 블록버스터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질문이 이 영화 안에 있다. 존재의 조건이 달라도 협력은 가능한가.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국제 ESG 거버넌스가 정확히 막혀 있는 지점을 가리킨다. 영화와 다른 현실영화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처음부터 소통할 수 없었다. 음파로 말하는 존재와 빛으로 말하는 존재 사이에는 공통의 언어가 없었다. 둘은 수학과 진동수를 매개로 소통 체계를 처음부터 직접 발명했다. 그 협력이 가능했던 전제는 하나였다. 별이 꺼지면 둘 다 죽는다는 위기의 공유였다. 현실의 ESG 거버넌스는 전제의 절반만 충족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후위기라는 공동의 위협을 인식하고 있지만 '누가 먼저,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에 대해 30년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가 즉각적 행동을 촉구하는 사이 협상장에서 모인 국가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먼저 꺼내든다. 유럽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자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식민주의'라며 반발했다. 위기는 공유했으나, 그것을 함께 풀어낼 언어는 만들지 않은 셈이다.['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속 장면 2 © 소니 픽쳐스수많은 기준 속 반쪽짜리 공통어2023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S1·S2 기준을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드디어 글로벌 ESG 공시의 공통 언어가 생겼다"고 반겼다. 하지만 채택은 각국의 몫이었고, 의무 적용 시점도, 공시 범위도, 제3자 검증 요건도 제각각이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통해 2024년부터 단계적 의무 공시를 시작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기후 공시 규칙을 도입 후 소송으로 효력이 정지됐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는 생물다양성 공시 프레임워크를 내놨지만, 기업 채택률은아직 초기 단계다. 기준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준이 너무 많고,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아무도 조율하지 않기 때문이다.공동언어의 부재는 기업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한국 수출 기업들은 고객사마다 다른 공시 기준을 요구받으며 ESG 피로감을 호소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체계가 작동하려면 각국 규제당국과 기업이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제출해야 하지만, 기준만 있고 데이터가 없으면 공통 언어는 사전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해법은 단일 기준으로의 통일이 아니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구축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이미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와 협력해 중복 공시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기다려주지 않는 기후위기영화에서 그레이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아스트로파지가 태양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기 전에 해법을 찾아야 했다. 협력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에, 협력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기후과학은 같은 경고를 보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차 평가보고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 행동이 2100년의 기후 위험을 크게 좌우한다고 명시한다. ESG 거버넌스의 파편화를 정리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각국의 규제, 글로벌 공급망, 자본시장의 ESG 요구가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어떤 기준을 따를 것인가'보다 '어떻게 기준들 사이를 유연하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위기를 공유한 존재들이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때로는 그 자체로 충분한 시작이 된다.by Editor L

포켓몬 시리즈에서 이처럼 음울한 출발점을 내세운 게임은 드물었다. 게이머가 마주할 세계는 시들어 있고, 인간은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폐허와 황무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게임은 포켓몬 시리즈의 수작으로 평가받게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로 지난 3월 5일 출시된 '포켓몬 포코피아(Pokémon Pokopia)'게임 시리즈 이야기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포켓몬 프랜차이즈 최초의 슬로우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출시 4일 만에 전 세계 220만 장, 일본에서만 100만 장이 팔렸다. 게임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Metacritic)에서 89점의 호평을 받았고, 주요 유통처에서 품절이 이어지며 거꾸로 콘솔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 2탄의 역주행 모멘텀을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생태계 위기가 게임의 배경이 되다기본 설정도 지금껏 익숙했던 포켓몬 게임의 문법과는 꽤 다르다. 게임 사용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메타몽이 되어, 한때 포켓몬과 인간이 함께 살았지만 이제는 시들고 버려진 땅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 재료를 모아 아이템을 만들고 집과 서식지를 조성하면서 포켓몬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간다. 게임 안의 시간은 현실 시간과 연동되고, 날씨와 밤낮 변화도 그대로 반영된다. 기존 포켓몬시리즈 게임처럼 더 강한 포켓몬을 잡거나 포획한 포켓몬을 육성하는 게임이 아니다. 단지 인간과 포켓몬들이 살 만한 세계를 재건하는 게임이다.앞선 포켓몬 시리즈 세계관에서 또가스와 코산호 같은 일부 포켓몬 사례를 활용하여 이미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협을 암시해왔다.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는 산업화의 흔적과 백화된 산호초는 어린이와 대중이 사랑하는 IP 안에 생태 위기의 그림자가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바로 그 암시를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여줬다. 이번에는 기후와 생태계 문제가 배경 장식에 그치지 않고, 게임 실행의 규칙 자체가 됐다. 게이머는 대화, 일기, 편지, 책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황폐화되었는지 깨달아 나간다. 시든 세계를 복구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포켓몬 포코피아 © 포켓몬 포코피아 공식 웹사이트]게임이 가르쳐주는 공생의 문법이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핵심 루프 자체가 환경 관리의 메타포로 읽히기 때문이다. 황폐해진 마을을 복구하고, 포켓몬이 살기 좋은 서식지를 만들수록 더 많은 포켓몬이 찾아온다. 게임 안에는 '환경 레벨'이라는 지표가 있어서, 마을을 정비하고 자연을 회복시키고 포켓몬이 편히 지낼 수 있게 할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새로운 재료가 제공되고 시설도 열린다. 쉽게 말해 게임에서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수록 세계가 다시 살아나고, 게이머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다.이러한 점에서 포켓몬 포코피아는 기존 포켓몬 게임과는 다른 윤리를 보여준다. 과거의 포켓몬이 포획과 배틀, 그리고 상대보다 강해지는 성장 논리에 가까웠다면, 포켓몬 포코피아는 포켓몬이 함께 살아가기 좋은 터전을 만드는 걸 중점으로 둔다. 예컨대 메타몽은 포켓몬의 기술을 빌려 싸우는 대신, 풀을 자라게 하고 물을 대고 지형을 정리한다. 이상해씨는 메마른 땅에 초목을 더하고, 꼬부기는 초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렇듯 포켓몬이 가진 '기술'이 파괴나 경쟁의 수단이 아니라 관리와 복구를 위한 도구로 역할을 수행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다양성을 다루는 방식이다. 포켓몬들은 각자 원하는 환경이 다르다. 어떤 포켓몬은 건조한 곳을, 어떤 포켓몬은 물가를, 어떤 포켓몬은 더 푸르고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 그래서 게임 사용자는 획일적인 마을을 만드는 대신, 서로 다른 조건이 공존할 수 있는 다층적 서식지를 설계해야 한다. 모든 환경을 똑같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각자의 조건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조율한다. 이 지점에서 포켓몬 포코피아는 생태계의 회복뿐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양성의 가치를 아주 부드러운 문법으로 그려낸다.[ 포켓몬 포코피아 게임 장면 © Nintendo 공식 유튜브 채널 ]공존을 체득하는 방식을 전하다물론 한계는 분명하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기후위기를 직접 고발하는 게임은 아니다. 공식 소개와 핵심 시스템이 강조하는 것은 '탄소, 화석연료, 에너지 전환, 책임 주체'와 같은 현실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복구, 정원 가꾸기, 서식지 조성, 쾌적도' 같은 회복의 언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원인과 권력, 자본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기보다는 "환경을 가꾸면 생명이 돌아온다"는 직관을 반복해서 학습시키는 힐링형 재건 서사에 가깝다. 하지만 그 점 덕분에 더 넓은 대중에게 닿을 수 있다. 정면 비판 대신 감응과 체험으로 설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켓몬 포코피아의 성취는 여기에 있다. 환경 문제를 무겁고 어렵게 전달하기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면 더 많은 생명이 돌아오고, 더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 수 있다. 공동체도 더 풍요로워진다"는 감각을 게임을 통해 익히게 만든다. 포켓몬을 잡아두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기술을 공격 수단이 아니라 복구의 도구로, 성장을 경쟁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행동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기후와 환경을 다루는 콘텐츠가 반드시 재난의 공포나 죄책감만을 동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가장 우울한 세계관에서 다정한 회복이라는 상상력이 나올 수도 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를 게이미피케이션에 무리 없이 접목한 사례라는 점에서 교육적 잠재력도 크다. 포켓몬 포코피아는 그 점에서 포켓몬의 변신이자, 기후·환경 커뮤니케이션의 영리한 진화라고 할 만하다. by 김원상(기후솔루션 언론 커뮤니케이션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