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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정리하는 저녁, ESG 관련 최신 뉴스와 브리핑.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이 단순히 문화 콘텐츠 제작 후원을 넘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신인을 발굴하고, 해외 유통까지 지원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탱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영화와 공연에, 엔터테인먼트사는 장르 확장에 투자하며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회성 마케팅이 아닌 문화 생태계 조성으로 기능하는 기업들의 투자 사례를 살펴보자.스크린으로 확장하는 기업의 문화 투자기업의 문화 콘텐츠 투자는 영화 산업 참여에서 두드러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차가 아닌 문화를 파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4년 현대차그룹이 제작하고,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단편영화 '밤낚시'는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편집상과 2025년 칸 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브랜드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2026년 1월에는 현대차그룹이 투자자로 참여한 첫 독립 장편영화 '베드포드 파크(Bedford Park)'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그 가능성을 장편으로 확장했다. 선댄스 수상 후 소니 픽처스 클래식과 글로벌 배급 계약을 체결하며 작품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것은 K-콘텐츠의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독립 장편영화 '베드포드 파크(Bedford Park)' 배우 및 제작진 © 현대차공식홈페이지]금융권도 문화 투자에 적극적이다.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은 2026년 상반기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남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에 10억 원을 투자해 약 400%의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투자 대상 영화 선정 시 시나리오와 관람 등급 등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자체 체크리스트를 적용해 단계별 점수를 매기는데, 영화의 완성도와 차별화 요소에 중점을 둔 이 방식이 꾸준한 흥행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1년 'IBK문화콘텐츠대출'을 출시해 우수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에 대출을 제공해 왔으며, 2012년에는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전담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낮에 뜨는 달', 뮤지컬 '캣츠'·'오페라의 유령' 등 영화를 넘어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투자 범위를 넓혀왔다. 현대차그룹이 마케팅 철학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문화 투자에 접근했다면, 기업은행은 문화 생태계 전반으로 투자를 확장하며 CSR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볼 수 있다.장르 경계를 넘어 음악 생태계를 확장하는 엔터사들자동차 업계와 금융권이 영화 산업 투자를 이어가는 동안, 국내 엔터사들은 대중음악 영역을 넘어 클래식과 인디 음악으로 투자를 확장하며 문화 다양성이라는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 클래식스(SM Classics)' 레이블을 설립해 K팝을 오케스트라로 편곡·연주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끄는 중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거듭하며 K팝의 예술적 지평을 넓혔고, 클래식 음악 교육이 부족한 지역 아동들에게 악기와 레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문화 소외 계층의 음악 접근성 향상에도 발을 넓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음악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상업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을 구체화하고 있다. [SM CLASSICS LIVE 2025 in TOKYO ©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는 인디 음악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자회사 YG플러스를 통해 인디와 중소 레이블의 글로벌 음원 유통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디지털 플랫폼 '믹스테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믹스테이프 플랫폼은 인디 뮤지션의 음원을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유통하여 국내 인디 음악의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한다. 대형 기획사의 유통망과 마케팅 노하우가 중소 레이블에 제공되고, 아티스트들이 해외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YG플러스는 2025년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협약을 체결하며 저작권 신탁 관리 단체와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 손잡은 첫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아티스트들은 권리 보호와 글로벌 유통을 함께 보장받으며 지속 가능한 음악 활동의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SM이 클래식으로 K팝의 예술적 깊이를 더했다면, YG는 인디 음악 생태계의 외연을 넓히며 K-콘텐츠 산업의 다양성을 지탱하고 있다.문화 투자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기업의 문화 투자가 단기 마케팅 효과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탱하는 구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투자가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정한 수익 배분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 기업들이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문화 투자를 일회성 CSR 활동이 아닌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by Editor N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경영에 책임 있게 관여하도록 한 자율 규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 10년 만에 전면 개편 중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내에 2016년 12월 도입된 이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4대 연기금을 포함해 자산운용사, 보험사, 벤처캐피털(VC) 등 총 249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도입 초기 대비 외형은 커졌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2025년 12월, 자본시장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연기금·자산운용사·보험사·증권사·은행 등 72개 기관 중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보고서를 발간한 곳은 10개사에 불과했다. 보고서를 낸 기관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에 국한됐으며, 보험사·은행·증권사 중에서는 발간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보고서 발간 현황 © 자본시장연구원]스튜어드십 코드의 내실화 방안 영국은 2010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세 차례 개정했고 일본도 꾸준히 손질을 이어왔지만, 한국은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이후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다. 변화는 2025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은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기관과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실화의 핵심은 세 갈래다.첫째, 이행점검 절차의 공식화다. 참여 기관은 수탁자 책임 정책, 이해상충 관리, 의결권 행사 등 12개 항목에 대해 자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ESG기준원이 이행점검 절차를 통해 12개 주요 항목에 대한 자체 보고서를 실무적으로 점검한다. 둘째, 공시 체계의 통합이다. 각 기관 홈페이지에 흩어져 있던 이행 보고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전용 홈페이지에 일괄 게시되고, 항목별 이행 수준을 기관 간에 비교할 수 있는 종합 보고서도 함께 공개된다. 셋째, 스튜어드십 코드 내용 자체의 개정이다. 이사회 구성이나 지배구조 투명성 등 ESG 중 거버넌스(G) 중심이었던 수탁자의 책임 범위를 환경(E)·사회(S)까지 넓히고, 투자 대상 선정 단계에도 스튜어드십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는 2026년 상반기 중 코드와 세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스튜어드십 코드 원칙별 이행점검 항목 © 한국ESG기준원]형식적 참여에서 실질 점검 대상으로제도 개편과 맞물려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에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직접 지시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점검 및 평가 결과를 자금 배정과 회수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구체적 사례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SK하이닉스가 주주총회에서 추진한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 처분에 반대표를 행사했다.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행점검 대상은 2026년 자산운용사·연기금 68개사를 시작으로, 2027년 사모펀드 운용사·보험사, 2028년 증권사·은행·투자자문사, 2029년 벤처캐피탈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내부 통제와 보상 체계도 개편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기업 대표가 직접 성과보상 체계와 내부 조직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기관투자자들이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Ratio, PBR), 즉 기업의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저평가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요구했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로 응답했고, 그 결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 지수는 10년 사이 세 배 이상 올랐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단순한 규범 차원을 넘어 자본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꾼 사례다.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이 상반기 중 확정되면, 그 기준이 곧 투자자의 눈높이가 된다. ESG 내부 관리 체계와 공시 준비를 지금 점검해야 할 이유다. by Editor N

5월 2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는 ESG와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정부/지역/사회적기업 담당자, 시민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였다.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 이하 ERT)가 개최한 'ERT 멤버스데이 2026'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ERT는 기술과 역량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들의 자발적 협의체로, 현재 1,900여 개 기업과 72개 지역상공회의소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3회차를 맞이한 멤버스데이는 ERT 회원사들의 ESG, 사회공헌 담당자가 각 기업의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실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기업 간 교류를 확장하는 연례 행사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AI시대, 연결과 협력'이었다. 기술이 사회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일수록 기업, 정부, 지역, 소비자 간 협력의 구조가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행사는 이 주제를 단일 강연으로 소화하지 않고, 기조강연에서 개념을 제시한 뒤 회원사 협력 사례 발표, 체험형 전시존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구체화했다. 협력의 대상도 정부, 플랫폼, 지역사회, 소비자로 층위를 달리하여 세션별로 배분되어 참석자의 이해를 도왔다. [ERT 멤버스데이 2026에 참석한 주요 인사 단체 사진 © ESG.ONL]본격적인 패널세션 프로그램이 시작되기에 앞서 기조 연설과 축사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조 연설에서 "사회문제가 이전보다 복잡해지면서 한 기업이나 정부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기업과 정부, 사회적 기업, 소비자가 각자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구조화된 사회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도 축사에서 "제도만으로는 지역 문제 해결이 어렵다. 지방정부와 현장 전문성, 민관의 아이디어가 결합하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행사의 의미를 나눴다.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정부·플랫폼·지역의 협력 기조강연 후 이어진 패널 세션에서는 지역, 기업, 정부의 협력사례는 물론 기업과 플랫폼의 구체적인 협력 사례까지 소개됐다. LG헬로비전이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협업한 지역문제해결 아이디어 공모전 '솔버톤' 사례, 맥도날드 코리아가 지역 특산물을 적용했던 '한국의 맛' 캠페인은 지역이 지닌 특색을 확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상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이버 해피빈은 오비맥주와 함께 한 소비자 참여형 사회 공헌 활동인 '음주운전 근절' 굿액션 캠페인을 소개하며 '기업과 사회를 잇는 플랫폼의 힘'을 알렸다. [ERT 멤버스데이 2026에서 '연결이 만드는 로컬 임팩트'를 주제로 발표 중인 LG헬로비전 노성래 ESG 실장]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소비자와 함께 확산하는 방식도 이번 ERT 멤버스데이의 중요한 축이었다. SK는 '사회성과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이하 SPC)' 를 통한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상 모델을 소개했다. SPC란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측정하고, 그 성과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 실험이다. SK는 지난 10년간 468개 사회적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성과 측정 경험을 축적해왔다. SPC사례로 SK는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백화점은 ESG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객이 입지 않는 의류를 업사이클 패딩 조끼로 재탄생시킨 '365 리사이클 캠페인'을 공유하여 세션의 의미를 더했다.[ERT 멤버스데이 2026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사례'에 대해 발표 중인 SK 사회적가치연구원 박성훈 기획실장]기술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연사의 발표 세션과 워크샵 네트워킹 외에도 ERT 멤버스데이 행사장에는 지역 관광,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한 워케이션 전시존이 마련됐다. 전시존에서 제주, 강릉, 부산 등 지역별 워케이션 정보는 물론 나에게 맞는 워케이션 유형을 찾아보는 테스트, 가고 싶은 워케이션 지역을 찾아보는 활동을 제공해 재미와 함께 지역의 가치를 경험하려는 참여인파가 몰렸다.[ERT 멤버스데이 2026 행사장에 마련된 '워케이션 전시존'과 '돕는 AI 체험존']또 하나의 체험공간 '돕는 AI 체험존'에서는 독자적인 점자셀 기술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을 지원하는 '닷(Dot)', 휠체어 사용자가 직접 휠체어에 올라탈 수 있도록 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휠리엑스(WHEELY-X)', 지도 기반 AR(증강현실) 로컬 콘텐츠를 선보인 '로컬유니버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AI시대, 연결과 협력'이라는 올해 주제를 구호로만 두지 않고 행사의 구조 자체에 담은 점이 올해 ERT 멤버스데이의 특징이었다.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와 소비자가 각자의 역할로 무대에 올랐고,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소비자와 함께 확산하는 방식까지 한자리에서 다뤄졌다. 다만 협력의 언어가 행사장을 채우는 것과 그것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것 사이의 거리는 여전하다. 3회차를 맞은 ERT 멤버스데이가 연례 공유의 장을 넘어 어떤 협력의 기록을 축적해 갈지 내년 행사도 기대해 보자. by Editor N

미국 텍사스주가 2021년에 제정한 상원 법안 13호는 정부가 화석연료 산업에 보이콧을 하는 금융사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반ESG 법안'이다. 바로 이 상원법안 13호(Senate Bill 13, 이하 SB 13)에 대해 2026년 2월 4일, 텍사스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앨런 알브라이트(Alan D. Albright) 는 위헌 판결을 내렸다. SB 13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와 제14조 적법 절차를 위반한다는 것이 이유다. 화석연료를 외면하는 금융사를 겨냥해 지자체가 만든 법을 법원이 막은 것이다. 화석연료 산업과 ESG의 충돌201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투자 업계에서 ESG를 고려한 투자가 빠르게 늘어났다. 이는 화석연료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기후 변화를 이유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금융기관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최대 산유지인 텍사스에서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공개적으로 "화석연료 기업 투자를 줄이겠다"라고 선언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대형 투자자가 빠져나가면 화석연료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주가도 하락하므로 텍사스 입장에서는 해당 사안이 지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다.[텍사스 석유 공장 © gettyimages]이를 해결하기 위해 텍사스주 정부는 2021년 SB 13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SB 13은 두 가지 조항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투자 회수 조항'이다. 텍사스 감사원이 화석연료를 기피한다고 판단한 금융사 목록을 작성하고 해당 금융사에 통지한다. 목록에 오른 금융사가 90일 이내에 보이콧 행동을 중단하거나, 정당한 사업 목적을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 회수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당 금융사가 보유 중인 증권을 180일 내 50%, 360일 내 100%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했다. 두 번째는 '계약 금지 조항'으로, 직원 10인 이상, 계약 총액 10만 달러 이상인 기업은 계약서에 화석연료 기업을 불매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확인서를 첨부해야 한다. 실제로 블랙록,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등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SB 13 적용 대상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커진 차입 비용과 정책의 역설[텍사스 채권 상승 © 챗GPT/ESG.ONL]역설적이게도 SB 13은 텍사스 주민에게 비용을 전가했다. 텍사스 주 정부는 도로나 학교와 관련된 공공사업에 돈이 필요할 때 채권을 발행하는데, SB 13으로 대형 금융사들이 거래 목록에서 제외되자 채권 구매량이 줄어들었다. 입찰자가 줄면 텍사스가 더 높은 이자를 약속해야 채권이 팔리고 그 이자는 주 정부 예산, 즉 주민들의 세금에서 빠져 나간다. 지역을 위해 화석연료 산업을 지키려고 만든 법안이 결국 텍사스 주민의 세금 부담을 늘린 셈이다. 미국의 정책 연구 기관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SB 13 시행 후 첫 8개월 동안 텍사스 공공기관이 320억 달러 차입에 약 3억~5억 달러의 추가 이자를 부담했다고 분석했다.지속되는 입법 공방 속 SB 13의 미래는[미국 연방 법원 판결 © 챗GPT/ESG.ONL]텍사스는 판결 이틀 후인 2월 6일 항소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SB 13은 부활할 수도,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텍사스뿐 아니라 앨라배마, 아칸소, 켄터키 등 다수의 미국 주에서도 유사한 법률을 운용 중이다. 이번 판결 결과가 항소심에서도 유지된다면 판결 결과에 대한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이번 판결이 ESG를 고려한 투자를 위해 내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불매'의 정의가 너무 넓어서 의견 표명까지 처벌 대상이 됐다는 점 때문이지, 화석연료 기업과의 실제 거래 거부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텍사스가 불매의 정의를 좁혀 실제 거래를 거부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법을 다시 제정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시 텍사스에서 퇴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정의를 좁힌 수정 입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연방 법원의 이번 판결 결과를 바탕으로 텍사스 입장에서 더 정교한 법을 만들 기회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기준으로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에 관한 공방은 법정 안팎에서, 그리고 텍사스 너머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by Editor N

지난 4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ICGN 한국 컨퍼런스 2026'이 열렸다. 이날의 핵심 의제는 밸류업 프로그램 성과와 스튜어드십 코드 국제 비교였지만 일부 연사들은 이사회가 반드시 다뤄야 할 할 지속가능성 리스크로 사이버 보안을 언급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 네트워크인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nternational Corporate Governance Network, 이하 ICGN)가 기업지배구조 컨퍼런스의 공식 프레임 안에 사이버 보안을 올려놓았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사이버 보안 이슈의 파급력2025년은 한국 사이버 보안 역사에서 분기점이 된 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사이버 보안 위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기업 개인정보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2,383건으로 2024년 대비 26.3% 증가했다. 그 중에는 우리 모두가 기억할 SK텔레콤과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다. 우선, 2025년 4월 악성코드 공격으로 가입자 정보가 대규모 유출된 SK텔레콤 개인 정보 유출 사고는 ESG 공시에 앞장서온 통신 대기업이 정작 핵심 인프라 보안에서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개인정보보호법 과징금 기준 변경되어 최대 5,000억 원대 제재가 언급될 정도로 기업의 재무적 파급력도 컸다.[2025년 4월 SK텔레콤 개인 정보 유출 사고 관련 안내 © SK텔레콤]같은 해 11월에는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쿠팡에서 3,370만 개 계정의 이름, 주소를 비롯한 주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됐다. 쿠팡이 개인 정보 유출 피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최초 사고 발생일로부터 12일 뒤였다. 초기에 파악된 피해 규모 4,500건과 실제 규모 3,370만 건 간의 격차는 기업 내부 통제와 모니터링 체계의 총체적 공백을 드러냈다. S&P글로벌(S&P Global)은 사고 직후 쿠팡의 ESG 점수를 하향 조정했다. 쿠팡에는 최대 1조 2,000억 원의 과징금이 거론되었으며, 이 사고는 사이버 보안 실패가 ESG 평가와 기업 가치에 직결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글로벌은 규제로 응답한다한국에서 침해사고가 급증하는 동안 글로벌 규제 당국은 사이버 보안을 이사회 책임 의제로 법제화하는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2025년 12월 사이버 보안 공시 규정 개정을 통해 중대한 사고를 의무 보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사회의 직접 감독 책임을 명문화했다. 해당 개정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금융 회사들은 2026년 6월 3일까지 고객 데이터 침해 사고에 대한 체계 구축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대응을 압박 받고 있다. 유럽은 2025년 1월부터 디지털 운영 복원력 법(Digital Operational Resilience Act, DORA)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EU 내 금융기관은 주요 보안 사건 보고와 디지털 운영 복원력 시험 수립 등을 준수해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이하 OECD) 역시 2025년 10월 발행한 보고서 <OECD 기업지배구조 팩트북 2025(OECD Corporate Governance Factbook 2025)>에서 '이사회는 지속가능성과 사이버 보안을 포함한 핵심 리스크의 허용 범위를 정의하고 관리 정책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2023년 1월 16일 발효되어 2025년 1월 17일부터 정식 적용 중인 ‘디지털 운영 복원력 법(DORA)’ © ESMA 공식 홈페이지]사이버 보안, IT팀의 과제에서 이사회 책임으로그렇다면 지금, 사이버 보안이 이사회의 책임 의제를 넘어 ESG 의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네덜란드의 온라인 학술지 플랫폼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는 2025년 한 해 동안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경제 손실을 약 10조 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미국의 투자 전문 리서치 기업 도넬리 파이낸셜 솔루션스(Donnelley Financial Solutions)는 2025년 11월, 공식 블로그 포스팅에서 '투자자들이 기업 거버넌스 강화와 사이버 보안 감독, 인적 자본을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요소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한국은 2028년부터 자산 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 될 예정이다. 또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기준과 호환되는 한국지속가능성공시기준이 코스피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방침이다. 이 공시 체계 안에서 사이버 보안은 더 이상 IT팀만의 기술 과제가 아니다. SK텔레콤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보여줬듯이 사이버 보안 사고는 기업 ESG 평판 리스크, 투자자의 신뢰 하락, 과징금 폭탄으로 직결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이사회가 사이버 보안을 직접 감독하지 않는 것은 거버넌스 공백이나 다름 없다. ICGN 한국 컨퍼런스 2026에서 사이버 보안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은 그 공백을 채우지 못한 기업에게 글로벌 자본이 더 이상 관대하지 않을 것을 알리는 사전 경고다. by Editor N

기업들은 매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한다. 이 보고서에는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 기준으로 환경 데이터를 정리하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이하 ISSB) 프레임워크에 따라 기후 리스크를 서술한 내용이 담긴다. 한국은 2025년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51%가 ISSB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했고, 2028년부터는 자산 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대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의 비율만 보면 우리나라의 ESG 정보 공개 체계는 성숙 단계에 진입한 것처럼 보인다.지속가능경영보고서, AI는 읽고 있을까?하지만 투자자와 소비자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은 이미 달라졌다. 기업 이해관계자들은 더 이상 200장이 넘는 PDF 형태의 첨부 파일을 꼼꼼하게 읽지 않는다. 챗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에 "이 기업의 탄소 감축 실적은?", "공급망 인권 정책은 어떻게 되나?"를 묻고, AI의 답변으로 판단을 내린다. 문제는 AI가 답변을 구성할 때 사용하는 정보의 출처가 반드시 공식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웹에 흩어진 뉴스 기사, SNS 언급, 제3자 평가 데이터까지 종합해 '요약된 기업 이미지'를 만든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내용이 아무리 상세히 명시되어 있더라도 AI가 읽을 수 없는 형태로 묻혀 있다면 온라인 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졌다.[생성형 AI가 여러 웹 출처를 종합하여 답변을 보여주는 구글 AI개요 © Google]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전략이 '생성형 엔진 최적화(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이하 GEO)'다. GEO는 원래 마케팅 분야에서 브랜드 콘텐츠가 AI 답변에 인용되도록 정보 구조를 최적화하는 기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의 검색 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가 키워드의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을 겨냥했다면, GEO는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특정 출처를 신뢰하고 인용하도록 설계한다. 핵심은 'AI가 이해하기 쉬운 구조'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명확한 문장, 논리적으로 연결된 단락, 수치와 출처가 명시된 팩트 기반의 서술이 AI 인용 가능성을 높인다. 반대로 서술이 모호하거나 데이터가 형식 없이 산재해 있으면 AI는 해당 정보를 건너뛴다.지속가능보고서 형식이 기업의 평판을 가른다ESG 정보 공개에 GEO 관점을 적용하면 AI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정보의 출처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더욱 선명해진다. 대다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PDF 파일 형식으로, 장문의 서술형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업이 Scope 1·2·3 배출량을 성실하게 공시해도, AI가 분석하기 어려운 표 이미지 안에 해당 수치가 기입되어 있다면 AI 검색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기후 목표 달성 로드맵이 50장에 달하는 보고서 중반부에 단락 형태로 묻혀 있다면, AI는 이를 핵심 정보로 인식하지 못한다.결과적으로 AI는 해당 기업의 ESG 수준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아니라, 외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기반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업의 그린워싱 논란이 쉽게 확산되고, 정작 실질적 성과를 낸 기업은 저평가될 수 있다.[PDF 파일 형식으로 발행되는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롯데건설 공식홈페이지]선도적인 기업들은 이 변화에 이미 반응하고 있다. 종합해운물류기업 HMM은 공급망 탄소 계산기를 웹 기반으로 공개해 외부 이해관계자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조회, 인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아마존은 '서스테이너빌리티 익스체인지(Sustainability Exchange)' 플랫폼을 통해 기후 목표와 협력사 데이터를 구조화된 형태로 공개한다. [HMM 공급망 탄소계산기 화면 © HMM 홈페이지 공식홈페이지]이처럼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는 닫힌 형식을 넘어 AI가 읽고 인용할 수 있는 개방형 데이터 구조로 ESG 정보를 전환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가 확대되는 지금, 기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무엇을 공시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공시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읽지 못하는 보고서는 더 이상 읽히지 않는 보고서다. by Editor N

4월 21일, 여수 소노캄호텔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 운영기관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 이하 클라이밋 그룹)이 공동으로 '인공지능(AI) 시대 에너지 전략대화'행사를 개최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하 UNFCCC) 기후주간과 연계된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의 핵심 세션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GE 버노바 등을 비롯하여 국내외 RE100 이행기업과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서 AI시대 에너지 전환과 관련하여 기관/기업별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살펴 보자.['인공지능(AI) 시대 에너지 전략대화' 에서 연설 중인 UNFCCC 부사무총장 노라 함라지(Noura Hamladji) © ESG.ONL]먼저, UNFCCC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며,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전력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청정 전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력 가격 상승을 막으면서도 모두를 위한 디지털화를 진행하려면 국제 협력을 통한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디지털 격차는 넓어지는 상황 속에 혁신의 편익을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려면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어 클라이밋 그룹은 재생 에너지와 관련하여 한국의 정책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수요 예측과 RE100 기준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날 핵심 의제인 AI·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대응,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 관리, RE100 생태계 구축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 달성이 목표임을 밝혔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퇴출, 전기차 보급 확대, 전환금융 활용 등 3대 전환 방향도 제시됐다. 온실가스 배출량 6.9톤 중 상당 부분이 철강, 도시가스,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오므로 산업 분야 전기화가 핵심 과제인 점 또한 강조했다.['인공지능(AI) 시대 에너지 전략대화' 참석 패널 단체 사진 © ESG.ONL]네이버는 수요자 관점의 실천 전략을 공유했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외기와 지열을 활용해 냉방장치 가동률을 10% 미만으로 낮추고, 본사 건물에는 이중창호·옥상 태양광·지열파이프를 적용해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인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장기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이하 PPA)과 발전소 직접 투자 방식을 병행해 2028년 RE100 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RE100 이니셔티브 측면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PPA 시장 활성화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GE 버노바는 재생에너지의 관성 부재 문제를 해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 및 유연송전시스템(FACTS·HVDC) 기술 솔루션을 소개하고, 서해안 재생에너지 연계 사업을 언급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향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지금, 여수에서 나눈 이 대화가 앞으로 어떠한 에너지 정책 수립으로 이어질지 기대해본다. by Editor N

4월 5일이 오면 어김없이 기업들의 보도 기사가 쏟아진다. 기사에는 임직원 수십 명이 삽을 들고 묘목 앞에 서 있는 사진과 '탄소중립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문구, 그리고 심은 나무의 숫자가 적힌 나무판까지 익숙한 풍경이 담겨있다. 연간 수천억 원의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이 식목일 하루동안 나무 100그루를 심고 보도 기사를 배포하는 풍경은 어느새 국내 기업의 정형화된 ESG 활동 사항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서 기업의 산림 관련 ESG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 '살렸다'는 의미일까.[나무 심기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 모습 ⓒ 현대자동차 CSR 디지털 매거진]나무심기 비즈니스의 진화: 시민 참여에서 기업 파트너십으로 나무심기 비즈니스는 한국에서 약 15년의 역사를 지닌다. 2010년 모바일 게임으로 시작해 '유저들이 가상 공간에 나무를 심으면 실제 현실에서 나무가 식제'되는 모델로 주목받은 소셜벤처 트리플래닛은 나무심기 비즈니스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전성기에는 유엔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인 UN사막화방지협약(UNCCD, 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의 공식 앱으로 선정됐고, '동방신기숲', '소녀시대숲'과 같은 K팝 스타의 이름을 딴 '스타숲' 캠페인으로 해외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트리플래닛 사업의 무게중심은 시민 참여형 앱이 아니다. 트리플래닛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2024년부터 5년간 산림생태복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경북 칠곡군과 밀원수림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 등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ESG 수요 뒤에 가려진 탄소크레딧의 신뢰성 위기이러한 변화는 나무심기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직접 나무를 '사는' B2C 감성 모델에서 기업이 ESG 실적을 위해 숲을 '발주'하는 B2B 수탁 모델로의 전환이다. 그 배경에는 2050 넷제로 선언 이후 가시적인 자연 기반 활동에 대해 기업의 수요가 폭증한 흐름이 있다. 그러나 이 수요가 항상 진정성 있는 산림 복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2025년 삼성전자 영국법인이 구매한 브라질 REDD+ 프로젝트(산림 전용과 황폐화 방지를 위한 활동)의 탄소 감축 효과는 0으로 나타났고, SK증권이 구매한 캄보디아 REDD+ 사업의 탄소 감축 효과도 11.52%에 그쳤다. 구글은 2024년 7월, 온실가스를 감축 및 흡수한 만큼 인증받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배출 권리인 산림 탄소크레딧 구매를 전면 중단하고, 직접 배출을 감축시키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글로벌 탄소시장 전문조사 업체 MSCI 카본마켓(MSCI Carbon Market)은 2024년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를 약 14억 달러(약 2조 원)로 추산했지만, 실제 탄소크레딧을 구매 및 사용 후 소각한 수량은 2023년~2025년 3년 연속 1억 8,000만 톤에 머무르고 있다. 기업들이 탄소크레딧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Pacajai REDD+ Project ⓒ Kluthe]검증된 숲을 향한 발걸음이제 '식수 행사 한 번으로 ESG를 완성했다'는 식의 단순한 발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린워싱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도 압박 요인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그린워싱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수위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예고했다. EU는 이미 친환경 주장을 할 경우 검증 가능한 근거 제시를 의무화하는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을 채택한 상태다. 이렇게 엄격해진 환경은 생태 복원의 질과 투명한 검증 체계를 갖춘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결국 지금 나무심기 비즈니스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나무의 수 뿐만이 아니라 생태계 복원의 질,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다년간의 추적 관리, 마케팅 도구가 아닌 검증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식목일이 돌아올 때마다 기업들이 삽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서는 풍경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사진 한 장 뒤에 5년의 모니터링 데이터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나무 심기의 의미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관련 기사]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 "세상 모든 사람이 나무 심는 사람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