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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정리하는 저녁, ESG 관련 최신 뉴스와 브리핑.

매년 5월 14일 '식품안전의 날'은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식품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정되었다.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제정하고, 2016년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정기념일로 격상되었다. 법정기념일이 된지 10년이 지난 지금, '식품안전'의 의미는 단순한 먹거리 위생 관리의 영역을 넘어섰다. 식품안전의 날 우리는 식품의 안전 뿐 아니라 소외되는 구성원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사회라는 의제까지 고민한다. ESG 관점에서도 식품안전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과 제도적 안전망을 요구하는 문제로 이해되고 있다.여전히 존재하는 먹거리 사각지대서울 영등포역 6번 출구 인근 도로변에는 급식소 '토마스의 집'이 있다. 1993년 문을 연 이 급식소는 스스로 끼니를 챙겨먹기 어려운 인근 지역사회의 노숙인,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에게 매일 200원 가격의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하루 평균 300명 이상이 찾는 이 급식소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의 지원 없이 자원봉사자, 개인 후원자들의 힘으로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켰다. 이곳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먹거리 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취약 계층은 균형 잡힌 영양소를 스스로 챙기기 어렵고, 사회의 체계적 관리가 부재할 경우 영양 불균형에 노출되기 쉽다. 소규모 어린이집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처럼 전문 영양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환경의 구성원들도 위생 관리나 영양 균형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식품 안전이 사회적 책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촘촘하게 연결된 협력적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식생활안전관리원이 지원하는 영양 관리먹거리 안전망 구축을 위해 식약처는 식품안전기본법을 근거로 식품 안전 정책 총괄을 담당하며, 지자체는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을 위탁받아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2025년 진천군 어린이·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가 진행한 맞춤형 심층영양관리 특화사업 © 충청북도 진천군]식약처는 산하기관인 식생활안전관리원과 협력해 취약계층의 급식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식생활안전관리원은 크게 두 가지 핵심 사업을 통해 영양 취약계층의 식생활 안전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핵심 사업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운영이다.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 담당 영양사가 영양사 고용 의무가 없는 소규모 어린이집과 아동복지시설을 직접 찾아가 위생과 영양 상태를 순회 지도한다. 또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는 어린이 맞춤형 교육자료 개발, 맞춤형 식단과 표준 조리법 제공, 어린이·조리원·학부모 대상 식생활 교육 등을 실시한다.두 번째 핵심 사업은 2023년부터 시행된 사회복지급식관리지원센터 운영이다. 해당 센터는 영양사가 없는 소규모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맞춤형 위생·영양 관리를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의 신체 상태와 건강 조건을 고려하여 식단을 설계하고, 조리 환경의 위생 점검 등을 실시한다.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안전한 식사최근에는 식약처가 식품 안전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는 지원 방식 외에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기반의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예로 식약처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식품안전나라'가 있다.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소비자가 식품이력정보 메뉴에 접속하여 제품명, 기업명을 입력하면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전 단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식품안전나라는 안전관리인증 제품 확인 서비스 또한 제공하며 소비자가 식품 안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내 식품 이력 정보 조회 메뉴 화면 © 식품안전나라]식약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제도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토마스의 집과 같은 민간기관의 헌신이 맞닿을 때 식품 안전망은 더욱 촘촘해질 것이다.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하고 균형 잡힌 식사는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권리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안전한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사회다. 식품 안전의 날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은 한 걸음이다. by Editor N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20년 넘게 비건 소재와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온 디자이너다. 2005년 11월에 스텔라 매카트니가 패션브랜드 H&M과 함께 한 첫 협업 컬렉션은 불과 출시 몇 분 만에 완판됐다. 당시 이 협업은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와 스파(SPA) 브랜드와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바로 지속가능함을 추구하는 비건 패션이 대중에게 닿을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었다. 첫 협업이후 21년이 지난 2026년 5월 7일, 두 브랜드는 지속가능하고 대중에게 친숙한 컬렉션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다시 뜻을 모았다. 스텔라 매카트니와 H&M이 함께 한 이번 컬렉션 제품은 모두 인증된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스텔라 매카트니xH&M 협업 컬렉션 중 프린트 코튼 후드티 © H&M 공식 인스타그램]비건 철학과 대중을 연결하다스텔라 매카트니는 2001년 브랜드 설립 당시부터 가죽과 깃털, 모피는 물론 동물성 접착제조차 사용하지 않는 비건 철학을 고수해왔다.이번 H&M과의 협업 컬렉션에도 100%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금속체인, 수거된 의류를 재활용한 재생 섬유, 유기농 면 등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다.그간 스텔라 매카트니는 버섯을 활용한 가죽 마일로, 사과 폐기물을 활용한 가죽 애플스킨 등 차세대 비건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여 왔는데 해당 제품들은 가격대가 높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 하이데피(Hydefy)와 스텔라 매카트니가 협업 했던 2025년 여름, 당시 두 브랜드가 선보인 비건 섬유를 활용한 핸드백의 가격은 수백만 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H&M과의 협업 제품들은 5만원에서 4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부담의 가격대로 대중에게 선보인다.[스텔라 매카트니xH&M 협업 컬렉션 중 유기농 면으로 제작한 트렌치 코트 © H&M 공식 홈페이지]지속가능한 인프라가 이끄는 선순환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H&M은 제품 사용 소재의 91%가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소재라고 발표했다. 이 중 재활용 소재의 비율은 32%로 2025년 목표치였던 30%를 초과 달성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대비 Scope 1·2에서 41%, Scope 3에서 34.6% 감축했다. 공급망 변화는 이 뿐이 아니다. 석탄 보일러 사용 공급업체 수는 2022년 118곳에서 2025년 27곳으로 감소했으며, 2026년에는 석탄 보일러 전면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H&M의 글로벌 공급망과 대량생산 인프라는 지속가능한 소재의 규모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스텔라 매카트니에서 활용되는 비건가죽과 천연고무 가죽과 같은 소재들이 상업적 규모로 생산되려면 대량 주문이 필요하다. H&M 같은 글로벌 스파 브랜드가 이 소재들을 채택하면 공급 업체는 생산라인을 확장할 수 있고, 단가가 하락해 더 많은 브랜드들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2005년 스텔라 매카트니와 H&M 협업 당시에 활용된 소재는 유기농 면과 재생 폴리에스터 정도였다. 올해 두 브랜드의 협업에는 사탕수수와 산업용 옥수수 등의 원료를 사용한 코팅 소재, 버섯을 활용한 대체 가죽까지 확장되는 등 활용 소재의 범위가 넓어졌다.지속가능성과 함께 확장되는 브랜드 가치본격적으로 스텔라 매카트니와 H&M의 컬렉션 출시가 시작 되기 전 H&M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스텔라 매카트니와의 협업을 알리는 캠페인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캠페인의 영상은 핵심 문구인‘앤드 스텔라(&Stella,스텔라와 함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앤드 스텔라는 ‘앤드 히어(&Here)’, ‘앤드 나우(&Now)’, ‘앤드 미(&Me)’, ‘앤드 유(&You)’ 등의 의미로 확장되며 배려와 연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치에 대해 전한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이번 협업의 컬렉션에는 현재 사용하는 소재와 오래전부터 내가 즐겨 사용하던소재가 어우러져있다. 장난스럽고, 반짝이고, 즐겁고, 세련됐다”고 전했다. [스텔라 매카트니xH&M 협업 캠페인 이미지 © H&M 공식 인스타그램]이번 H&M과의 협업 컬렉션에는 지속가능성 추구뿐만 아니라 스텔라 매카트니의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의미 또한 담겨있다. 비건 소재가 더 이상 패션의 대안이 아닌 주류가 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이 소수의 선택이 아닌 모두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5월 7일 공식 출시되는 스텔라 매카트니와 H&M의 협업 컬렉션은 완판 여부를 넘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패션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지로 그 의미가 남을 것이다. by Editor N

AI 전환(AI Transformation, 이하 AX)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논의는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난 4월 23일 언더독스 임팩트 얼라이언스 주최로 성수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AI 기본사회 액션세미나'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간 자리였다. 세미나에서는 이 전환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누구이며, 새롭게 열리는 일자리가 실제로 모두에게 열려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한국은행 분석 자료 © 한국은행 자료 기반/Chat GPT]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20~30대 청년 일자리는 21.1만 개 감소했고,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9만 개 증가했다. 감소분의 98.6%는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일자리의 총량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생 호세이니와 라이팅거는 지난 1월 스탠포드 대학교 세미나에서 미국 62만 기업의 6,200만 근로자 이력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는 일자리는 난이도가 낮은 '쉬운 일'이 아니라 '주니어의 일'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주니어의 일로 여겨지는 정형화된 문서 편집, 정보 검색, 초급 코딩과 같은 일은 단순히 쉬운 업무가 아니다. 신입이 처음 조직을 배우고, 실수하고, 선배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감각을 쌓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AI 기본사회가 묻는 것[AI+ 역량UP 프로젝트 ©고용노동부 인스타그램]정부가 추진하는 'AI 기본사회'는 AI를 일부 전문가의 도구가 아닌 모든 시민의 공공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5년간 노동시장 내 100만 명의 AI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고, 2026년 총 2,540억 원을 투입해 약 24만 명의 AI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구직자부터 재직자, 이·전직자까지 생애주기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토로됐다. 현재의 정책이 교육 제공과 일 경험 연결까지는 닿지만 그 이후가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경력 자본이 실제로 쌓이는 인턴십에서 취업으로, 취업에서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결이 설계되지 않은 채로 프로그램만 늘어나고 있다.['취약계층 포용적 AX 일자리 창출 차례' 를 주제로 연설중인 에이아이웍스 이혜민 큐레이터 © ESG.ONL]그럼에도 현장에는 이미 작동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에이아이웍스는 단순 반복 업무를 주로 담당하던 장애인 고용 인력의 직무를 AX교육, 지식재산권 창출, 수익 모델 확산의 단계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실행 중이다. 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위협이 아닌 전환의 계기로 재정의한 사례다. 지역 청년 창업 현장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존재하지 않던 자원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멘토도 없는 환경에서 AI가 코딩·마케팅·시장조사를 대신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실행력 격차가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현장에서 만들어야 할 모델다만 이런 실험들이 예외가 아닌 표준이 되려면 기업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의 AI활용도는 49.2%, 중소기업은 4.2%로 12배 차이가 난다. 한국 전체 취업자의 89.1%가 중소기업 종사자임을 감안하면 이 격차는 곧 생산성 전체의 격차다. 기업이 보유한 AI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을 중소기업·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AX 시대의 사회적 일자리는 저부가가치 일자리의 보완재가 아니다.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인간적 상호작용이 핵심인 서비스를 유지하며, 취약계층의 전환을 지원하는 일자리다. OECD는 사회적경제조직이 AI 전환기에 취약계층 고용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 설계해야 하는 것은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경로다. AI 기본사회가 모두의 사회가 되려면, 그 경로가 특정 계층에만 열려 있어서는 안 된다. by Editor N

주말 아침이 되면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 선착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오전 9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기나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나룻배를 타기까지 3시간을 기다렸다는 방문객들의 증언이 SNS에 잇따라 올라온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오버투어리즘 현장이다. 지난 2월 하순부터 장릉·청령포를 찾은 관광객 수는 누적 8만명을 넘어섰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찾는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강원특별자치도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 쇼박스]육지 속 섬이 감당하는 인파청령포는 동·남·북 삼면이 남한강 상류에 둘러싸인, 서쪽은 절벽으로 막힌 반도 지형이다. 육로가 없어 오직 나룻배로만 드나들 수 있는 청령포는 '육지 속 섬'으로 불린다. 또한,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영월, 정선, 태백, 평창 일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생대 퇴적암류를 보여주는 공원)을 구성하는 지질 명소이자 명승 제50호로 지정된 섬이다. 바로 이 청령포에 주말마다 하루 6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영월군은 급기야 SNS 공지를 통해 오후 4시 이후 청령포에 도착 예정인 방문객은 당일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알렸다. 나룻배가 실어 나르는 생태적 부채오버투어리즘은 단순히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관광으로 지역 생태계와 주민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훼손되는 수준, 즉 수용 한계(Carrying Capacity)를 초과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청령포에서 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섬 내부를 채운 수령 600년 이상의 소나무 군락은 단종의 유배 시절부터 자리를 지켜온 생태적, 역사적 자원이다. 수만 명의 발길이 반복적으로 토양을 짓누르면 수목 뿌리계가 손상되고, 비가 올 경우 흙과 모래가 침식되어 씻겨 내려갈 수 있다. 국립공원 연구에서도 탐방객이 집중되는 현상이 탐방로 주변 식생과 토양을 훼손하는 주요 인자로 확인되고 있다. 청령포의 나룻배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발자국마다 쌓이는 생태적 부채 또한 함께 실어 나르고 있다.[청령포 © 국가유산포털]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 4일부터 13일까지 청령포 주변 관광지 음식점 100여 개소를 대상으로 위생 상태와 가격 표시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도 했다. 갑자기 늘어난 관광객의 안전과 위생에 초점이 맞춰진 단기 대응이다. 그러나 관광객 수용 관리를 위한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틀은 여전히 빈약하다. 국내에서 오버투어리즘 대응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서울 북촌한옥마을로, 2024년 7월 관광진흥법상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전국 최초 사례였지만, 그마저도 별도의 강제 규제가 없는 야간 통행 안내 수준에 그친다. 명승지를 위한 방문객 총량제나 예약제 도입은 아직 논의 수준에 머무른 상태다. [청령포 휴관일 안내 © 영월군 인스타그램]흥행 뒤에 남는 것들영화의 흥행은 언젠가 가라앉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특히 SNS를 통해 특정 사진 명소가 급격히 유명해질 경우 짧은 기간 동안 집중된 관광객의 방문이 생태계를 급격히 손상시키고, 그 손상은 흥행이 식은 뒤에도 남는다. 청령포가 지질 명소로서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주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방문객 환영 현수막이 아니라, 수용력 기반의 관리 계획이다. 관광 정책이 경제적 효과만을 성과 지표로 삼는 한 자연 및 역사 자산의 훼손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문화재 주변 생태계 훼손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청령포는 지금까지 600여년의 세월을 견뎌냈고, 이 섬이 앞으로의 세월을 견디게 하는 것은 제도의 몫이다. by Editor N

우리는 ‘읽지 않음’ 상태로 방치된 메일과 메시지, 각종 콘텐츠 플랫폼의 알림 숫자를 알고 있다. 노후를 위한 연금저축이나 보험 등도 가능한 한 빨리 세팅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는 드넓은 강이 존재한다. 미뤄둔 일이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닌데도 혼자만의 과업으로 남겨 두면 더 급한 일들에 한없이 순서가 밀려난다. 그리고 끝끝내 미해결 과제로 남는다. 이렇게 미뤄둔 일들을 타인과 한 공간에 모여서 해결하는 새로운 모임문화가 있다. 바로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다.함께여도 혼자, 혼자지만 함께 요즘 미국과 영국의 2030세대 사이에서는 밀린 업무들을 친구들과 모여서 처리하는 어드민 나이트가 확산 중이다. 모임 장소는 대개 누군가의 집 거실이기에 카페나 스터디 룸 등을 이용할 때보다 비용 부담도 적다. 이들은 서로의 일을 도와주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저 노트북과 할 일을 챙겨 한 공간에 모인 후 각자의 일을 할 뿐이다.[친구의 거실에 모여 각자의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어드민 나이트 풍경 © AI 생성]어드민 나이트는 2025년 말 틱톡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2026년 초부터는 국내 언론에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밀린 메일과 같은 업무 처리 시간을 공유하는 생산적 만남이 이 모임의 핵심 가치로, 함께하는 것이 각자의 일을 더 잘 해내게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경찰과 도둑 게임을 하기 위해 모이는 '경도 모임',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모이는 '감튀 모임' 등 최근 국내에서도 소규모 일회성 모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들이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의 가벼운 연결을 지향한다면, 어드민 나이트는 삶의 현실적인 부담을 나누는 느슨한 연대에 가깝다.타인의 존재가 업무 효율에 미치는 영향혼자서는 시작 자체가 어려웠던 일이 다른 사람들과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집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카페에서 집중적으로 빠르게 완료해 내는 경우가 가장 흔한 예다. 이러한 경험의 심리적 토대에는 '바디 더블링(Body Doubling, 물리적/가상적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일 또는 공부를 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한 공간에 모여 업무/공부를 하는 모습 © unsplash]바디 더블링은 원래 ADHD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ADHD 전문 매거진 'ADDitude'에서는 ADHD가 있는 사람들이 청구서나 행정 서류처럼 미루기 쉬운 업무를 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바디 더블링을 소개했다. 실행하는 어려움을 외부 환경 조성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지난해 코넬 대학교가 운영하는 학술 플랫폼 arXiv에 게재된 연구〈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가상 현실에서 ADHD 치료를 위한 바디더블링 설계(You Are Not Alone: Designing Body Doubling for ADHD in Virtual Reality)>에서 바디 더블링의 효과를 실험했다. ADHD 성인 12명을 대상으로 '혼자 작업, 인간 바디 더블, AI 바디 더블' 조건을 비교한 결과, 혼자 작업한 사람보다 인간이나 AI와 함께 작업한 사람의 과제 수행 속도와 집중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났다.밀린 일을 해내기 위해 함께 멈춰 서는 시간어드민 나이트가 사회적 트렌드로 대두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가 44개국 2만 3천여 명의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40%가 항상 또는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보낸다고 응답했으며, 74%는 스트레스 때문에 휴가를 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물가와 번아웃이 중첩되는 시대의 젊은이들은 서로 현실적인 부담을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소규모 모임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어드민 나이트는 '허슬 컬처(hustle culture)', 즉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조용한 반발이기도 하다.또한, 어드민 나이트는 개인의 자기 규율과 생산성을 강조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연대 속에서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사회적인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드민 나이트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바느질을 하거나 수확을 함께하던 공동체적 노동의 현대적 변형으로 보이기도 한다.어드민 나이트라는 트렌드의 배경은 단순하다. 해야 할 일이 밀리는 건 단순히 게으른 탓이 아니라 혼자서 시작할 여력이 없는 상태일 수 있으며, 그 여력은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는 행위만으로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드민 나이트의 세계적 확산은 그동안 누군가와 함께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관련기사] 모르는 사람들과 감자튀김을 먹는 이유 by Editor N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ESG 현황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은 일상에서 ESG를 어떻게 체감할 수 있을까. 분리수거 중에, 또는 노인 일자리 현장에서 ESG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부산광역시가 시민 일상에 ESG가 한층 가까워지도록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우리동네 ESG 센터'는 자원순환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결합한 생활권 거점으로, 시민이 ESG를 체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2022년 부산 금정구 1호점을 시작으로 도시 전역으로 확산되어, 올해 7호점 개원에 이르기까지 환경 보전과 사회적 돌봄을 결합한 정책 모델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1호점에서 7호점에 이르기까지, 우리동네 ESG센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도달했을까.'우리동네 ESG 센터'가 7호점이 되기까지2022년 금정구에 문을 연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은 약 30톤의 폐플라스틱을 새활용(업사이클)해 LED 조명과 안전 손잡이, 야구 유니폼 등을 제작·보급했다. 이와 함께 노인 일자리 사업을 연계하여 자원순환과 복지 정책을 결합한 실행 모델을 정착시켰다. 단계적으로 기능을 확장하기 시작한 2호점은 새활용 제품의 판매 구조를 도입해 사업의 자립 가능성을 모색했고, 3호점은 어르신들이 수거한 폐플라스틱의 세척·분해·압축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며 지역 내 자원순환 공정을 완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부산 금정구) ⓒ 부산시청]4호점에서는 영역을 넓혔다. '커피박 자원순환단'을 구성해 영도 지역 카페와 연계하여 자원 범위를 플라스틱에서 커피박으로 확대했다. 이어 5호점은 주민 참여형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ESG를 '경험하는 가치'로 전환했고, 6호점은 커뮤니티 기능을 더해 환경 교육과 지역 모임이 결합한 생활권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빈 공간이 순환 경제의 중심이 되다올해 2월, 부산 진구에 개원한 우리동네 ESG센터 7호점은 이러한 축적의 결과를 집약한 센터라 할 수 있다. 폐원한 보현어린이집 공간을 새롭게 조성한 이 센터는 저출산·고령화로 발생한 도심 유휴 공간을 환경과 돌봄 기능이 결합된 복합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이전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을 지역 순환 경제와 세대 간 연결의 장으로 전환한 것이다.[우리동네 ESG센터 7호점(부산 진구) ⓒ 부산광역시]7호점에서는 폐플라스틱·아이스 팩·현수막 등을 활용한 자원순환 활동을 비롯하여 탄소중립 환경교육과 미니 수력발전소 체험 등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이는 단순히 재활용품을 모으는 시설을 넘어,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역할을 제공하고, 어린이들에게는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의 장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또한, 참여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동네 ESG센터를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환경을 위한 실천이 이제는 우리 동네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7호점은 주민과 기업,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순환경제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삶의 모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7호점의 성과, 16호점의 미래우리동네 ESG센터는 7호점에 이르러 도시 전략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약 3,500개의 고령자 일자리 창출, 126톤의 플라스틱 수거, 2만여 명의 환경 교육 참여라는 성과를 달성했다.부산시는 공공기관 및 민간 기업과 협력해 올해 안에 우리동네 ESG 센터를 시내 16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환경과 돌봄, 참여가 결합된 이 모델이 도시 전역으로 확산될 때, ESG가 시민의 일상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by Editor N

2008년 개봉한 마블 영화 '아이언맨'은 무기 제조 기업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만든 미사일의 피해자를 목격한 뒤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이 영화에는 토니 스타크의 무기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빌런으로 각성하는 서사도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억제력'이자 '안보'의 도구인 무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노와 복수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 역설은 허구가 아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하메네이 사망으로 이어진 미국-이란 전쟁은 그 역설을 현실로 소환했다. 전쟁 위기가 키운 방산 투자 열풍2026년 3월 3일, 연휴와 전쟁소식 뒤 열린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200선까지 치솟았다가 5,800선까지 급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5조1,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매도세를 쏟아내며 투자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그러나 같은 날 방산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대표적 방산주 LIG넥스원 주식은 27.11% 상승한 64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식은 24.85% 오른 149만2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화시스템 주식도 29.40%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에 도달했다. 다음날에도 방산주의 강세는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에 배치된 국산 방공 무기 '천궁-II'가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실전 요격한 것으로 알려지며, 외국에 수출된 우수한 성능의 국산 방공 무기가 실전에 투입된 사례로 주목받았다. 시장은 이미 방산을 '위기 수혜 섹터'로 확고히 분류한 셈이다.[천궁-II © LIG 넥스원]미국 최대규모의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6월 1차 이란 공습 이후 주가가 40% 이상 급등했으며, 스텔스 폭격기와 드론·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미국 항공우주기술기업 노스롭그루먼(NOC)의 수익률 역시 압도적으로 올랐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의 미카엘 요한슨 CEO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약 5만 명이었던 주주 수가 전쟁 후 17만5,0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ESG 규제 완화와 함께 방산 부문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위산업은 ESG가 될 수 있을까미국의 이란 공격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속에 한국과 UAE가 350억 달러 규모 방산 협력을 확정하며,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설계부터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협력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증권가는 이란 사태와는 별개로 3월 유럽연합 SAFE 프로그램(EU 방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공동 차입/방위력 증강 프로젝트)내 주요 프로젝트 최종 승인, 4월 라마단 이후 중동 사업 재개 등 신규 수주 모멘텀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은 방산기업에 대한 ESG 투자 기준을 아직 명문화하지 않은 상태다. 방산주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ESG 펀드 운용사들은 편입 여부 판단 기준의 공백에 직면해 있다.[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남부 교외 공습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 AFP]방위산업을 ESG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아이언맨'에 등장한 빌런들처럼, 방산기업이 생산한 무기가 민간인 피해를 유발하거나 권위주의 정권에 공급될 경우 ESG의 '해악금지(Do No Significant Harm)' 원칙과 정면 충돌한다. 이번 전쟁은 고가의 유인 전투기 시대가 가고 저비용 무인 드론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가설을 불식시키며 스텔스 전력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켰다. 첨단 무기가 민간 피해 최소화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ESG 편입 근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그 무기가 만들어낸 피해자가 새로운 위협의 씨앗이 된다는 아이러니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방위산업의 명암을 직시한 기준이 필요한 때 증권업계에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24년 시리아, 2025년 이스라엘, 2026년 이란 사태까지 분쟁이 확대되고 있어 '방위산업은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대표 섹터'라고 진단한다. 분쟁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고 충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ESG 투자에 있어 방산을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를 포함하자는 단순 이분법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토니 스타크가 자신의 무기가 만들어낸 피해를 목격한 뒤 새로운 원칙을 세웠 듯, 투자 업계도 방산의 명암을 직시한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기 종류와 수출 대상국의 인권 수준, 민간 피해 최소화 기술 여부, 지배구조 투명성 등 다층적 평가 체계를 갖추지 않는 한, 방산주 급등 앞에서 ESG 펀드의 침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by Editor N

내일 8강전까지 뜨겁게 이어질 한국 야구의 열기 속 WBC. 지난 9일 펼쳐진 호주와의 경기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야구에 관심 없던 이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은 장면을 남겼다. '도쿄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로 그 경기에서 한국이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조별 리그에서 1, 2위만 오르는 8강에 진출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은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했고, 그들은 결국 해냈다. 대한민국은 물론, WBC를 즐기는 참가국 모두를 들썩이게 만든 순간이었다.[2026 WBC 대표팀 명단 ⓒ KBO홈페이지]WBC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눈에 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 사이로 어딘가 이국적인 얼굴들이 보인다. WBC 규정 상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출신이면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할 수 있다. 투수 데인 더닝, 내야수 셰이 위트컴, 외야수 저마이 존스, 세 사람은 한국인 어머니를 두고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이다. 어머니의 나라인 대한민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팀 코리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나이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이번 대표팀 최고령 선수는 42세의 노경은이다. 프로야구 선수의 평균 은퇴 나이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2003년 데뷔 이후 20년이 넘는 커리어를 현역으로 이어가고 있다. 같은 팀에는 2005년생 선수도 있었다. 호주전 2회에서 선발 손주영이 팔꿈치 통증으로 갑작스럽게 교체됐을 때, 마운드에 오른 건 노경은이었다. 경기 전, 그는 손주영에게 "뒤에서 다 막아줄 테니 편하게 던지라"고 했고, 실제로 2이닝을 막으며 그 말을 지켰다. 20년 넘게 쌓아온 경험이 위기의 순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빛을 발했다.[WBC에 출전한 노경은 선수 ⓒ KBO인스타그램]이처럼 다양한 인종과 나이, 커리어가 한데 어우러진 팀은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화려한 에이스 한 명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빈자리를 채워가는 방식이었다. 류지현 감독이 서로 다른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엮어낸 방식, 그 설계가 바탕이 됐다.다양성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예상 밖의 변수가 찾아왔을 때다. 도쿄돔의 기적은 그것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by Editor N